가을 속에 더 머무르고 싶은데 내일이 겨울 문턱인 입동이다. 선비의 계절이 있다면 가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비는 불의에 서릿발 같고 푸른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아 꾸미지 않아도 모두 우러러 보기 때문이다. 지단달 중순경 이틀에 걸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 예정 대상인 경북지역 다섯 개 서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서원의 원조인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과 안동의 도산,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서원들이다. 그곳 서원들은 서원문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서원 주변의 환경도 잘 조성되어 있고 유물전시관을 건립하고 넓은 주차장까지 확보하여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부러웠던 점은 이런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원 주변과 양동한옥마을 서당과 집 부근에 서있는 몇백년된 선비나무라 불리는 회화나무였다. 회화나무의 다른 별칭이 학자수, 출세수, 행복수, 괴화 등으로 불리고 있는 최고의 길상수라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일찍이 회화나무를 심으면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희망하면서 잡귀도 쫓고 삿됨을 경계했을 터이다. 우리고장을 우리 스스로 선비고장이라고 한다. 선비고장이라고 하면서 큰 선비나무 한 그루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나무가 나이테로 지나온 성장 환경을 기록하듯이 유적지 부근에 있는 나무들은 그곳의 역사의 한 부분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회화나무는 밀원으로서 가치도 높지만 열매를 약재로도 사용되는 나무라고 한다. 서원, 학교, 선비길, 마을, 가정, 가로수뿐만 아니라 한 장소를 선정 선비나무숲을 조성 선비고장다움도 갖추고 꿀을 생산, ‘선비꿀’이라는 이름으로 선비고장의 대표 상품으로 개발하여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연구, 검토했으면 좋겠다. 서원 조경수에는 소나무, 향나무, 배롱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 등 서원과 관련된 상징성 있는 수종으로 식재하면 서원다운 모습을 더 갖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서원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이틀간 발품을 팔아 일곱 곳의 서원을 둘러보았다. 남계·청계서원을 제외하고 모두 출입문이 닫혀 있었고 서원을 찾아갈 수 있는 표지판이 없고 서원에 모셔져 있는 분들의 행적을 설명해 주는 안내판 역시 남계·청계·송호서원에만 설치되어 있어 나머지 서원은 서원의 역사나 내용을 전혀 접할 수 없었다. 서원 관리 역시 마당이 잘 관리 되어 있지 않았고 청소도 되어 있지 않았다. 남계서원 같이 큰 서원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작은 서원도 안내판을 세우고 청소 관리도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공공근로 인력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비록 작은 서원이라도 정갈하게 관리하면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생각된다. 비록 작은 것 일지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선비정신에 담겨져 있다. 물산이 풍요롭지 않은 지역에서 많은 서원이 세워졌다는 것은 학문에 대한 열의가 그만큼 높았다는 것임으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서원의 가치가 외형이나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는 명현들의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서원을 초라하게 관리해서 안 될 것이다. 서원문화를 접해 보기 위해 올 가을 단풍구경은 서원을 향해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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