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토 64%는 산악지대로 이뤄졌다. 하지만 관광형태는 여전히 등산에 편중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웠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케이블카 사업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케이블카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기를 불어 넣으려 한다. 하지만 환경보호와 개발 이라는 상충된 이해 속에 케이블카 사업을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함양군 역시 산청군과 공동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의 케이블카사업을 비롯해 100여년 전부터 융프라우 지역을 활용한 스위스의 케이블카사업 현황및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 등을 통해 지리산 케이블카사업의 올바른 방향을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1) 말 많고 탈 많은 지리산 케이블카 어디로 가나 2) 지역 경제 발전의 견인차 통영 케이블카3) 케이블카를 둘러싼 지역의 갈등- 오색 케이블카4) 유럽의 지붕 알프스와 인터라켄5) 유럽의 지붕 알프스와 케이블카6) 개발과 보존, 지리산 케이블카 관광 경쟁력 세계1위… 연간 345억프랑 수익 창출 국내에는 한때 케이블카 사업 붐이 일었다. 통영과 여수 케이블카의 성공은 케이블카 사업이 전국으로 퍼지는 기폭제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는 케이블카 사업을 계획·추진하는 지자체가 늘었다. 지자체들은 성공적인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스위스를 롤모델로 삼고 사업 계획을 진행했다. 이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은 스위스의 산악관광자원 활용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산악 열차와 케이블카를 통해 국토의 60%를 차지한 산악자원을 관광자원으로 승화시켜 연간 관광수입만 345억 프랑(한화 40조5,000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리고 있다.한국 역시 국토의 64%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지만 등산이라는 한정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환경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충돌로 인해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케이블카의 천국 스위스지난 10월21일 한국을 출발한지 11시간이 소요된 뒤에야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하늘이었지만 공항 주변으로 밝힌 조명들이 주변을 훤히 밝히고 있었다.스위스는 국토 면적이 4만1285㎢로 남한 면적의 41.5%에 불과하다. 국토의 60%가 산지로 이뤄져 있다. 산악지형이 많아 관광자원 개발에 열악한 조건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산악지형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연간 관광수입만 345억 프랑을 올리고 있다. 2013년도에는 세계경제포럼(WEF) 관광경쟁력 평가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스위스는 약 2,470개의 케이블카 노선을 370개의 케이블카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융프라우는 ‘Top of Europe’(유럽의 지붕)이라 불린다. 스위스, 아니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그리고 그 아래 자리 잡은 마을 인터라켄은 융프라우를 배경으로 한 케이블카와 산악철도를 통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인터라켄은 면적 4.3㎢, 고도 568m, 인구 5,429명, 인구 밀도 1,234명/㎢로 스위스 베른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독일어로 호수라는 라켄(laken), 그리고 사이라는 인터(Inter)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지명처럼 서쪽의 브리엔츠호와 동쪽의 툰호 사이에 위치한 도시이다.인터라켄은 인구의 60%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도시이다. 유럽만이 아니라 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았고, 여전히 찾는 곳이다. 인터라켄이 관광업을 주력으로 삼은 것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인들 사이에선 산악관광이 유행했다. 인터라켄은 산악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힘을 보탠 것이 1890년 베르너 오버란트 철도와 1912년 융프라우 철도의 완공이다. 이로써 인터라켄이 갖는 관광지로써의 입지는 더욱 높아졌다.마을이 곧 관광인프라다인구가 5000명 남짓한 이 자그마한 시골동네에서 운행되고 있는 케이블카의 수는 무려 45개다. 이는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상당한 숫자로 한국에서 지자체별로 1개 내지는 2개가 운영되고 있는 실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많은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인터라켄은 환경단체와 지자체가 충돌하는 일 없이 케이블카를 통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인터라켄으로 향하는 여정은 생각보다 간편했다. 취리히 중앙역 인근 숙소에서 10월 23일 오전 8시에 출발해 취리히 중앙역에서 스위스 전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열차를 이용해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열차를 갈아타면 오전 10시쯤에 인터라켄 웨스트 역에 도착한다. 처음 듣는 지명에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스위스 전역의 철도 노선을 안내해주는 SBB앱을 이용하면 단번에 원하는 목적지와 요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필수사항이다. 융프라우에 오르기 위한 들뜬 마음을 안고 인터라켄으로 향했지만 스위스의 날씨는 이방인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았다. 마을과 도시를 지날 때마다 날씨가 개었다가도 금세 비가 쏟아졌고 취재팀과 관광객들이 도착한 인터라켄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융프라우는 ‘처녀’라는 뜻의 이름처럼 수줍게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위스는 전국에서 열차를 타고 어느 곳으로도 이동이 가능하기에 접근성에 대한 부담이 적다. 또한 융프라우 정상으로 향하는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노선 역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융프라우에 오르기 위한 노선을 알기 위해 관광안내소를 찾았지만 기후환경과 케이블카 점검기간으로 인해 융프라우에는 오르지 못한다는 소식만 듣게 됐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융프라우를 바라볼 수 있는 하더쿨룸으로 향했다. 톱니바귀 열차로 16분쯤 오르면 하더쿨룸에 도착하게 된다. 왕복 요금이 16스위스 프랑이라는 나름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이곳도 금세 안개에 뒤덮이며 융프라우는 구름과 안개 사이로 모습을 완전히 감췄고 숙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인터라켄의 거리는 식당과 상점, 숙박시설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관광을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유럽의 중세시대와 현재가 조화된 거리의 풍경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터라켄 역에서 나와 처음 본 것은 한국어로 적힌 안내문이었다.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에는 이미 이곳에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중국, 아랍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적힌 간판, 안내문 등은 인터라켄이라는 마을이 관광지로 얼마나 많은 명성을 떨치는지 알게 했다.환경 훼손·인명사고 엄격 관리특히 이 작은 마을에 인터라켄 오스트(동쪽)역과 웨스트(서쪽)역이 함께 존재했다. 인구 5,000명 인 마을에 역이 2개나 있는 것은 그만큼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관광과 관련된 기반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야 케이블카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인터라켄 주민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 이전에 관광객들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비해 정수시설, 정비시설을 갖추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인터라켄에서 케이블카는 관광사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주요한 사업이지만 환경과 안전 문제에 관해서는 철저한 규정아래 운행되고 있다. 인사사고나 자연훼손이 발생할 경우 가차 없이 해당 케이블카의 노선이 중단, 철거된다. 다시는 운영을 못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환경이 관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요 자원인 만큼 이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인터뷰> 홍신윤씨 개발과 환경보전 두 마리 토끼 다 잡아 융프라우 주변 수많은 케이블카와 산악철도가 성공한 이유를 물었을 때, 스위스에 거주한지 40여 년에 달하는 홍신윤씨는 환경단체와 지자체의 상호보완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밀어 붙여서는 안 될 일이다. 환경단체와 지자체가 상화 보완을 통해 환경과 개발이라는 가치에서 중심을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한다.인터라켄을 비롯한 스위스 전역에서는 규모와는 관계없이 어떤 사업이라도 사업주, 환경단체 그리고 관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다면 그 사업은 진행 될 수 없다고 한다. 환경단체의 영향력이 강하고, 환경보호 관련 규정은 더욱이 엄격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된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위해 개발을 하는 경우에는 최소한의 개발을 진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주민들에게 제공된다고 한다. “케이블카, 산악철도가 늘어나면 지역민들을 고용해 고용을 창출해 지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며 “시설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관리, 감독하는 이들도 함께 고용해 자연환경이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개발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는 개발 이후에 관리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연 환경을 그대로 두어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자연환경과 이를 이용한 관광업이 후대에게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보존 관리가 중요하다”며 환경관련 문제에 더욱 엄격한 인터라켄 규제를 설명했다.융프라우를 끼고 있으며 관광지로 유명한 인터라켄은 관광세를 비롯해 추가적으로 세금을 징수한다. “관광세는 인터라켄에서만 징수하는 세금이다. 이 세금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에 사용된다”며 “주민 모두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기에 어느 하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며 이미 인터라켄 주민들은 환경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그는 “아무리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도 단기적인 수익에 집중하면 실패한다”며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개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열쇠다”고 강조했다.스위스 인터라켄 현지에서=강민구·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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