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른 그것을 던져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요즘 말폭탄으로 재미 톡톡히 보고 있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아마 이런 심경이었을 것이다. 나는 정말 궁금했다. 내가 물폭탄을 던지면 사랑이랑 오디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했던 대로 깜짝 놀라 낯선 사람을 향해 짖기를 멈추고 개집 안으로 얌전히 들어가 엎드릴까? 낯선 사람에게 짖으면 물벼락이 내리니 다시는 짖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며 개과천선하게 될까?
나는 얼른 결과를 보고 싶어 좀이 다 쑤셨다.
사랑이와 오디는 검정, 하양, 갈색의 털이 조화를 이룬 양몰이개 셔틀랜드 쉽독이다. 외모는 콜리와 붕어빵이지만 10킬로가 안 되는 중소형견인데, 초원에서 양을 몰던 유전자를 물려받아 달리는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쫓아간다. 모든 양몰이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넘들은 낯선 사람이나 짐승을 보면 귀가 떨어질 정도로 컹컹 짖는다.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보여주려는 거다. 자신의 용맹을 과시하려는 거다. ‘나는 이렇게 용감한 개이니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은 감히 하지 말라’는 경고인 것이다. 그런데 개를 정말 좋아하고 잘 다루는 사람이 개껌이라도 하나 들고 흔들면 기꺼이 거래를 받아들인다. 잇몸을 드러내고 겁나게 짖다가도 개껌을 향해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고 너무 소란을 떨어 송구스럽다며 입꼬리를 살짝 비틀고 사교적인 미소를 보여준다.펜션을 하는 집에 시끄럽게 짖는 개는 한마디로 민폐다. 나는 몇 년째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펜션 손님이 오면 반갑게 맞이해야 하는데 개가 먼저 나서서 시끄럽게 짖어대면 고객이 첫인상부터 불쾌하기 마련이다. 한동안 나는 이 문제를 말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다. 사랑이와 오디가 짖으면 “짖지마~” “시끄러” 하고 엄하게 꾸짖는다든지, 손바닥을 내밀고 단호하게 “안돼”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넘들은 내 말을 반대로 알아들었다. 나도 짖는 일에 동참했다고 판단하고 더 열심히 짖어대는 것이다.
말을 먼저 가르치지 않고는 안 되는 거였다.
말로서는 해결이 안 되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반려견의 행동 교정 프로인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도 열심히 보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어리석은 주인이 있는데, 주인의 어리석은 행동을 먼저 교정하면 개도 모범을 보인다고 한다. 개가 손님을 보고 시끄럽게 짖으면 간식으로 관심을 돌려 (손님이 오면 맛난 간식을 먹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라고 한다.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우리 개들이 좋아하는 치즈볼이랑 개 껌을 준비해서 해결을 시도해보았다. 손님을 보고 짖을 때마다 마당으로 달려나가 치즈볼을 주고 개껌을 주니 과연 효과가 있었다. 반복학습이 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상당 기간 정성을 들였기에 나는 이제 됐다는 판단이 들어 간식을 끊어 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다시 짖기 시작했다. 오히려 더 크게 짖으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내가 간식을 줄 때까지 짖겠다는 거 같았다. 혹 때려다 혹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짖는 개에게 물풍선을 던지면 개가 깜짝 놀라 짖지 않는다는 글을 보았다. 물풍선이라... 우리 개는 천성이 겁이 많은 개니까 물폭탄을 맞으면 깜짝 놀라 짖는 버릇을 고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풍선은 맞아도 위험하지도 않고 효과는 즉각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즉시 물풍선을 주문했다. 배달까지 받고나니 좀이 쑤셨다. 얼른 손님이 와서 이 넘들이 컹컹 짖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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