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왔을 때 단풍구경가자는 이야기를 듣고 ‘단풍’이 뭔지 몰랐는데 요즘엔 단풍 계절이 되면 일을 하다가도 저 멀리 산을 바라보게 된답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지리산의 산. 이곳 함양하고도 휴천은 특히 산이 많아서 고개만 들면 온통 산뿐인 것 같아요. 추석 무렵 친정 식구들인 큰오빠, 작은오빠, 동생, 조카 등과 함께 노고단을 다녀왔어요. 그땐 단풍이 조금밖에 물들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짙어지는 것 같네요. 단풍 계절.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요. 들판엔 바쁜 일손들이 움직이고 황금물결의 벼는 타작을 하여 듬성듬성 황금색이 없어지고 있답니다. 가끔 비가 내려 이웃 할머니들이 날씨가 안 좋아 타작하고 벼 말리는데 힘들다고 푸념들을 하시는 걸 듣고 기계로 모든 일을 하는데도 저렇구나 하고 네팔 고향을 한번 씩 생각하게 된답니다. 네팔엔 지금도 낫으로 벼를 베고 타작도 기계가 아닌 손으로 훑어서 하거든요. 온 가족이 매달려 죽도록 일해도 수확량이 한정되고, 겨우 먹을 양식을 만드는 정도만 되어도 행복해 하는 고향 네팔. 매일 쌀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감자, 때로는 차 한잔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하루 두끼 먹는 나의 고향 네팔. 고향을 생각하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국에서의 생활은 참 풍족하고 넉넉한데도 가끔씩 절약을 하지 못하거나 낭비를 한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친구들 집에 가 봐도 냉장고마다 먹을게 가득이고 어떤 땐 사다 둔지 너무 오래되어 오히려 썩혀 버리는 일도 있다고 하는걸 보면 조금은 반성해야할 듯 싶네요. 사실 저희 집도 친정엄마와 같이 냉장고를 정리했는데 버릴게 너무 많아서 조그마한 냉장고에 뭐가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나 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답니다. 갑자기 달라진 문화, 갑자기 풍족해진 삶, 그런데 아직도 먼 바다에 혼자 있는 느낌 같은... 세월이 지나도 이 마음은 저 깊은 곳에서 간혹 불쑥 튀어 나오면서 외롭게 하고 고향을 그립게 하기도 하네요. 황금 들녘과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높은 산들을 보면 더욱 고향이 그립네요.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이제 감을 수확해야하는 시기도 다가오고 있고 조금 있으면 겨울이 되겠지요. 수확의 풍요와 겨울이 오기전의 잔치. 함양군민체육대회가 10월22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군민 모두가 모여 시합과 경쟁도 하고 화합을 하는 잔치의 날이지요. 저와 남편은 이날 성화 봉송을 한답니다. 저희 가족으로서는 영광이지요. 함양군민과 각 읍면 선수단의 가장행렬에서는 다문화가정 100여명이 함양군보건소에서부터 12번째로 시가행진을 하구요. 올해는 화합을 상징하는 체육대회가 된다고 하네요. 저희 다문화도 동참을 하게 되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욱 열심히 살면서 함양군민의 한 일원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을 일구는 한 축으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짙어가는 이 가을. 화합의 함양군,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함양군민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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