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연재로 주간함양에서의 학생기자 일을 올해에는 마치게 된다. 학생기자를 다시 한 번 할 수 있게 해 준 주간함양에 우선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 연재는 이전에 이야기했던 이상의 <선에 관한 각서> 연작에 대한 소고이다. 서구 엘리트식 수업이 조선에 들어온 후 이상은 그것을 가장 잘 받아들인 천재의 한 명이었다. 그가 서구식으로 배운 수학, 과학의 많은 부분은 아마 이 시를 짓는 데에 사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 부분이다. 이 연작에서 이상은 ‘숫자’를 상당히 자주 사용한다. 또한 그가 건축을 전공하며 배웠던 건축학적인 감각, 기하학, 과학 등이 밀접하게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괴리와 함께 쓰이며 그만의 예술을 밝히고 있다. 우선 선에 관한 각서 1에서 이상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이야기한다. “광선은매초당300,000‘킬로미터’달아나는것이확실하다면사람의발명은매초당600,000‘킬로미터’달아날수없다는법은‘물론’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의 발명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역설법으로 문명 사회에 대한 찬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다음 구절을 보자. “그것을기십배기백배기천배기만배기억배기조배하면사람은수십년수백년수천년수만년수억년수조년의태고의사실이보여질것이아닌가,그것을또끊임없이붕괴하는것이라고하는가” 인간의 진보에 따라 인간은 그 많은 시간의 사실들을 알아내고 진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드러나며 붕괴한다는 것이 진짜 뜻이다. 선에 관한 각서 2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선상의 일점 A, 선상의 일점 B, 선상의 일점 C. A+B+C=A, A+B+C=B, A+B+C=C 이선의 교점 A, 삼선의 교점 B, 수선의 교점 C”.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시점”을 나누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다. 두 개의 선으로 보는 것, 3개의 선으로 보는 것, 그리고 수직하게 나누어 보는 법. 그러나 이 시점은 결론적으로 같은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어떤 시점을 더해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그렇게 같은 것을 볼 뿐인 시점에서 튀어 나온 광선이라는 문명을 접해야 하고, 이 문명에 열광‘해야’한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자발적으로 열광‘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사실 어떤 명령에 복종한 것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이상은 마지막 구절에서 다음과 같은 슬픈 결론을 내놓고 있다. “인간은 절망하라, 인간은 탄생하라, 인간은 절망하라”. 이상은 생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절망은 문학을 낳고 문학은 다시금 절망을 낳는다.” 그의 문학은 절망에 의해 탄생했고 그 탄생한 문학과 그의 생애는 다시금 그를 절망에 몰아넣을 때 그는 다시 문학을 했다. 그러나 그의 문학과 생애는 그의 첫 시인 “BOITEAUX BOITEAUSE”의 뜻처럼 절름발이질을 했고 그의 생애가 27세라는 나이에 끝나는 파란만장한 짧은 생애 동안 한 번도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 그는 분명 지금도 인정받을 만한 도안과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일례로 조선과 건축의 표지 공모전에서 가장 높은 상을 받았던 것이 이상이다.) 건축가이자 예술가로 일생을 평온히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그리고 그의 생애에는 문학이 반드시 걸쳐 있었다. 그는 그만의 시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자꾸만 만졌다. 그러나 현대 문명은 그의 손을 부수는 것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일생이 끊길 때까지 그 손이 시의 주머니를 주무르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생애에 대한 절망을 선에 관한 각서 5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 표현함으로 연재를 마친다. “사람은한꺼번에한번을달아나라, 최대한달아나라, 사람은두번분만되기전에××되기전에조상의조상의성운의성운의성운의태초를미래에있어서보는두려움으로하여사람은빠르게달아나는것을유보한다, 사람은달아난다, 빠르게달아나서영원에살고과거를애무하고과거로부터다시과거에산다, 동심이여, 동심이여, 충족될수없는영원의동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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