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연휴를 잘 지내셨습니까? 이 기간 동안 계절은 가을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 집권 시기 때 해와 달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해시계 물시계를 만들면서 농사가 크게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1년을 24기로 나눠 시기를 생각해서 농사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세에도 그 때 조상들이 만든 계절별의 농사법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농사를 하면서 옛날 사람들의 지혜가 대단한 것을 많이 느낍니다. 추석을 보내는 동안 조상들이 만들어 주신 역사의 토대위에 우리의 삶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을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일본에서는 독서의 계절, 식욕의 계절, 스포츠의 계절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을에 기차 타고 독서하면서 창밖을 보면 가을 풍경이 아주 아름답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가을에 가는 여행은 정해진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이 아니라 시간을 느끼고 마음이 향하는 곳에, 그 때 만나는 인연에 따라 만들어지는 여행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사람의 계획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되는 국민성으로 보면 안 맞는 것 같지만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뭔가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갖고 싶어지는 계절인가 봅니다. 그래서 혼자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본에서 가을 여행에 인기 있는 곳은 홋카이도의 삿포로, 교토입니다. 홋카이도는 식욕의 가을을 보내기에 최고인 곳이지요. 여름부터 시작해서 감자, 옥수수, 해산물 등등 맛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홋카이도 가을 풍경으로는 홋카이도대학의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유명합니다. 새빨간 단풍잎하고는 또 다르게 샛노랑 은행나무의 길은 관광객이 아주 좋아하는 스팟입니다. 저도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못가본 채 한국으로 시집왔습니다. 홋카이도에는 키가 큰 나무들이 많고 넓은 대지는 평소의 생활에서 지쳐있던 마음을 해방시켜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을 오색으로 물들일 단풍구경을 놓치지 싶지 않은 여행계획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일본 교토는 적격입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과 한번 가고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교토에 간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옛 도읍이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세계문화유산들이 많습니다. 그냥 단풍구경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원과 사찰이 자연과 조화하는 그 모습은 옛 도읍이었던 교토에서 밖에 볼 수 없는 가을풍경입니다. 또 교토에서는 고유의 일본 옛날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맛있다기보다 눈으로 즐기는 식사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단풍여행 가본 곳 중에 좋은 곳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도치기현 닛코시 여행입니다. 그 곳에도 도쇼궁등 문화유산이 많이 있지만 제 기억으론 이로하자카라는 핀커브로 이어진 길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에는 あいうえお(아이우에오, 일본의 히라가나)외에 いろはに....(이로하니...)로 50음으로 이어지는 음의 병렬이 있습니다. 그 음에 따라 카브가 있는데 그냥 카브 아니라 경사가 있어서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핸들링이 힘든 곳입니다. 단체여행으로 버스로 가는 사람이 많은데 그 카브를 한번으로 잘 핸들링하면 승객들이 박수치는 만큼 버스기사에게도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어려움이 있는 만큼 그 코스에서 보이는 가을풍경은 최고로 아름답습니다. 역시 최고라는 것은 쉽게 보거나 얻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어떻게 보내십니까? 저는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항상 생각만 하고 말만하고 그래서 올해는 하나라도 뭔가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가 있었는데 바빠서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바빠도 조금씩 다시 해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야 되서 더 피곤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분이 좋고 하루하루에 재미와 보람을 느낍니다. 저의 가을은 공부의 가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나이에 공부는 무슨 공부냐라고 느끼지만 시작하는 때가 저의 인생중 제일 젊은 순간이기 때문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올해 가을 여러분도 새로운 자신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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