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서 들리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이제 선생님 편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보다는 교사들을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내어 모는 느낌도 듭니다. 학부모들은 교장선생님에게 다양한 요구를 하고 학생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민원성 글을 올리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부분에서는 선생님들의 책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완성된 인격체이고 선생님들은 무슨 결함이 있는 사람처럼 여겨 학생들이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순간적인 기분대로 글을 올리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몇 년 전 다른 학교에서 근무할 때 비슷한 일이 있어서 그때 일을 떠올려 봅니다. 밤늦은 시간에 학부모님으로부터 상담을 요청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학교로 오시라했더니 조금 있다가 문자가 왔는데, “선생님 00엄마입니다. 내일 10시에 교장실에서 면담 요청합니다. 교장선생님과 약속 시간 잡겠습니다.” 너무 당돌하고 황당한 문자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선생을 교장선생님에게 이야기해서 나무라 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황당했지만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부모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반에 수업하러 들어갔는데 교실은 엉망진창이고 반장이 인사도 하지 않고 장난을 치고 있기에, 최근에 있었던 학교 폭력 관련 학생이라 근신 기간인데 경거망동한다며, 몇 마디 나무라고 인사하라고 했습니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앉아 버리기에 나오라 해서 몇 마디 더 나무라는데 눈을 치뜨고 노려봅니다. 기분이 상해 다시 몇 마디 더 나무랐습니다. 다음날 교장실에서 교장선생님에게 제가 한 말들을 수첩에 조목조목 적어 와서 이야기를 하고 저에게 와서 수첩에 적힌 글들을 읽어줍니다. 수업시간에 제가 한 말을 친구가 휴대전화로 녹음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적어온 내용들을 보니 앞뒤 자르고 필요한 부분들만 잘라서 말을 합니다. 더 변명하고 싶지도 않아서 “예,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말을 다 했습니다. 언어폭력도 폭력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해당 학생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겠습니다.” 하고 사과를 하니 학부모님도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맙다고 하시면서 집으로 가셨습니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워 기분이 우울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교실에 가서 학생들에게 “제가 여러분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아무리 여러분이 올바르게 생활하도록 하기위한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제가 여러분을 너무 심하게 다그쳐서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했습니다. 정중하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00에게 너무 심하게 대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용서를 빌었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학교 선배로서 고향 사람으로 후배들을 다그치면서 했던 열정적인(?) 말들을 이제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밋밋하게 교과서 내용을 설명해주고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 선생으로서 선배로서 학생들의 나태한 모습이나 잘못된 길로 가는 것들을 그냥 바라보고 교칙에 의해서 규정대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열정적인 교사라 포장하면서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한 면이 있었는지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라는 경고의 메시지인지 모를 일입니다. 나의 열정은 그대로 가져가되 언어 순화를 시켜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지난 일을 돌아보며 요즘 있었던 주변의 일들과 겹쳐 마음이 좀 착잡합니다. 선생님의 올바른 지도를 받아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매사에 성실하게 행동해서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텐데 말입니다. 아직 학생들은 완성된 콩이 아니라 콩깍지 안에 있는 덜 여문 콩인데 학생들이 콩깍지의 소중함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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