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도시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고 한다. 이건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과소비의 필연적인 결과로 발생하는 쓰레기 외 명절 선물로 친지간에 주고받는 상품 포장지도 사태악화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는데,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만 잘 분리해서 버려도 쓰레기양이 반에 반도 안 될 거라고 한다. 그런데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버리다보니 문제가 심각해지고, 명절날이면 환경미화원들이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음식에 관한한 부족한 거 보다 남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넉넉하게 만들고 남으면 버린다. 어려운 시기를 경험한 세대는 먹는 거 가지고는 결코 째째하게 굴지 않으니 음식 쓰레기가 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음식을 버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검은 봉다리에 넣어 몰래 버린다는 것이다. 음식을 넉넉히 만들 때는 돈이 아깝지 않았는데 뒤처리 비용은 아까운 모양이다. 도시가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데 시골도 마찬가지다. 다만 도시처럼 뉴스가 되지 않을 뿐이다. 도시 쓰레기 문제는 방송에서 수시로 보도를 하니 다들 ‘아~ 그렇구나~ 심각하구나~ 이제 사람들이 달라져야지~’하는 자각이라도 하지만, 시골은 뉴스 꺼리도 안 된다. 도시에서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릴 때 시골에서는 쓰레기를 몰래 태운다. 시골에서 발생되는 쓰레기 절반은 태워지는 것 같다. 아궁이나 화목난로 연기에서 페트병 타는 냄새가 나고, 밭에서 검불 태울 때 폐비닐 태우는 냄새가 난다. 페트병류와 비닐류는 따로 모으고 소각이 가능한 일반 쓰레기는 노란 유료 봉투에 넣어 버려야하지만, 시골에서 돈 주고 봉투를 사서 처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추석을 맞아 시골 마을마다 귀성객이 많이 찾아왔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열흘이나 되다보니 추석 며칠 전부터 한 두 집에서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명절 당일에는 여기저기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낙엽을 모아 모깃불이라도 태운다면야 시골정취라 생각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생활 쓰레기를 같이 처리하고 있다. 경사가 급한 산골 마을에 있는 우리 집은 그중에서도 제일 높은 곳에 있어 어느 집에서 쓰레기를 태워도 금방 알 수 있다. 냄새는 위로 거슬러 올라오기 때문이다. 비닐 태울 때 나는 독하고 매캐한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오면 나는 얼른 문이란 문은 다 닫고 방으로 피신한다. 쓰레기 태우지 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시골에는 쓰레기 태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정서(?)가 있어 괜히 잔소리 했다가는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쓰레기를 태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대자연에서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은 마음도 관대해서 쓰레기 쪼매 태운다고 간섭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가 쓰레기 소각문제로 유난을 떨면 나만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할 말도 못하고 참고 있는 내가 속이 넓으냐 하면 그렇지도 않으니 이거 참, 참,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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