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연휴를 베풀어 주었던 추석 명절이 구름에 달 가듯이 지나가버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한 기쁨의 만월이 구름에 가려지고 다시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달덩이처럼 푸짐하게 풍요로워야 할 밥상이 물가 고공행진으로 서민가정에 한숨을 쉬게하였다.함양의 신문들을 보면 전에는 인부 구함, 가족같이 일하실 분을 찾습니다, 알바 구함으로 가득 찼었는데 요즈음은 광고지면 대부분이 ‘상가임대’ ‘급매’ ‘식당 인수 하실 분’을 찾는 매매광고로 가득하다. 함양 경제가 무언가 알지 못할 기류로 꽉 막힌 것이다. 함양 시내를 걷다보면 상가 몇 집 건너 하나 씩 ‘급매’ ‘매매’ ‘임대’를 알리는 쪽지가 많이 붙어 있다. 상점 문이 한달내내 굳게 닫혀 있다. 열려 있다 해도 개점휴업이다. 조금만 주의해서 살펴보면 어떤 집은 옷가게 간판이 새로 걸렸다가 얼마 후에는 식당 간판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또 다시 미용실로 바뀌어 있다. 일 년 쯤 지나면 다시 옷가게로 바뀌어 있는 웃지 못 할 기현상을 본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상점을 보며 씁쓸하다. 왜 이러는 것일까?내가 자주 가는 카페, 창가 저편에서 함양의 아줌마 서너 명이 앉아 함양뉴스를 전하고 있다. 함양의 상권이 수상하다는 이야기다. IMF때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아. 아예 혹한에 가뭄이야. 오일장에도 사람이 없어. 손님이 가득 찼던 빵가게도 텅텅 비었고 저녁 때 유명 마트도 한산 해. 전엔 카트 끌고 다녔는데 요즘은 바구니 들고 얄팍한 지갑을 살피며 장을 봐. 푸드 트럭이나 길거리 장사가 한 둘이 아니야. 거리 장사꾼이 많이 생겨났어. 한 집 건너 미용실이고 두 집 건너 카페고 세 집 건너 분식집이야. 애들 다니는 학원도 영수학원은 할 수 없이 보내고 다른 과목들은 다 끊었어. 애들 공부시키는 학원을 끊을 정도면 함양 경제가 바닥이 났다는 뜻이지. 내가 아는 꽃집 아줌마가 말한다. 전에는 꽃이 꽤 많이 팔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워낙 경기가 안 좋으니까 꽃 사가는 사람이 없어요. 예전에 10분의 3정도? 경기가 좋아야 꽃도 보내고 화환도 보내고 하지요. 북한의 핵폭탄으로 함양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나? 성주에 사드배치를 하여 중국의 사드 보복을 받아서인가? 미국의 FTA 폐기 위협 때문인가? 많은 사람이 말하기를 나라가 힘드니 나비효과로 작은 마을 함양상권도 여지없이 무너진 지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예외가 하나 있는데 함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경기는 건설경기라는 것이다. 함양의 여기저기를 다녀보면 거리나 보도블럭이나 하천이나 다리나 산허리나 땅이 파헤쳐지지 않은 곳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여기도 공사, 저기도 공사. 함양군이 관여하는 관급 공사는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함양군만이 부자라는 것이다. 건설업자라도 신이 나고 잘 나가니 잘 된 일이 아닌가? 함양의 경제가 어려울 때 기죽은 군민을 위하여 함양군이 앞장서서 나선다면 좋겠다. 함양의 상권이 살아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숙고하고 계획하여 앞장서서 이끌어 가는 열정이 필요할 때다. 예를 들어 전 공무원이 어깨띠를 매고 ‘함양 농산물 팔아주기’ ‘함양상품 선물보내기’ ‘전국에 함양 농산물 판매장 개설’ 같은 캠페인을 적극 전개해 본다면 상인들은 신이 날 것이다. 봉이 김선달처럼 지리산 물도, 공기도 팔아먹는 이웃 산청군처럼 무엇이 함양경제를 살리는 길인지 머리 싸매고 밤잠 설치며 골똘할 때다. 열린 의식으로 군민이 동고동락 할 때 사회는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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