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백전면 전체가 ‘친환경 백전면’으로 불리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며 오미자를 재배하고 있는 임성택(73) 백전면노인회장이 요즘 꿈꾸는 삶의 전부다. 임 회장은 2004년 원로하신 부모님의 간병을 위해 귀향을 결심했다. 회갑을 앞둔 나이에 40년 타향살이를 정리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직이 “약장사였다”라는 임 회장은 진주에서 유명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마산에서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기까지 30년동안 녹록지 않은 제약맨의 외길을 걸었다.
제약맨 임 회장이 오랜 타향살이를 접고 고향에 안착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오직 친환경 농법만을 고수하며 친환경 농법을 시작한 지도 7년이 넘었다. 백전면의 특산물 오미자를 재배한 것은 5년째다.
임 회장의 농장은 함양군 백전면 대방마을 인근 백운산 기슭에 있다. 7000여㎡(약 2000평)의 농장은 그의 보물창고이자 친환경 농법 실습장이다. 2003년 귀농 당시 논이었던 이곳에 은행나무를 심고 은행나무 사이사이에 고추며 방울토마토며 무, 배추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해 자급자족했다. 초보 농사꾼이었지만 어렸을 때 농사일을 보고자란 탓에 영 젬병은 아니었다. 귀농 당시부터 유기농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느 농부들처럼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도 쳤다. 화학비료도 뿌렸다. 옥토는 점점 병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환경 농법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귀농한지 5~6년쯤 지났을 때다. 친환경농법에 대한 관심은 생겼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기만 했다. 임 회장은 함양군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함양농업대학에서 길을 찾았다. 농업대학에 입학했다. 수업 중에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나 평소 궁금했던 것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수들을 붙잡고 캐물었다. 앞서 친환경 농법을 하는 농가들도 수없이 찾아다녔다. 지금도 친환경농법과 관련된 책들은 닥치는 대로 구입해 탐독하며 농장에 적용한다. 임 회장이 귀농 초기에 심었던 은행나무는 해마다 개체수를 줄여 이제 오미자 농장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오미자 수확량도 해마다 늘어 올해 1000㎏를 수확했다. 임 회장이 수확한 친환경 오미자의 주요 소비자는 지인들이다. 그가 귀농한 뒤 유기농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주문이 폭주한단다. 그야말로 없어서 팔지 못할 지경이다. 지인들은 이미 그의 올곧은 성격을 알기에 김 회장의 친환경 농법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모양이다.
임 회장은 “친환경 유기농법이 힘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라며 단호하게 답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일손은 조금 더 필요로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임 회장의 친환경농법에 대한 생각이다. 제초제를 뿌리는 대신 농장에서 자라는 쇠비름 잡풀 은행잎 등을 천일염과 부엽토 유황 등과 썩어 일정 기간 발효 시킨 뒤 천연액비로 사용하는 식이다.
“아직도 부족함이 많다”고 말하는 임 회장은 손수 만들어 사용하는 천연액비만 8종이다. 전문가 수준이다. 작목의 성장시기와 필요한 영양소, 병충해 예방 등을 위한 용도가 다 다르다고 한다. 임 회장은 “친환경 영농을 하면 수확량이 줄고 빛깔이나 모양, 맛 등 모든 면에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천연액비를 제대로 만들어 적기에 살포하면 화학비료나 농약보다 효과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액비를 만드는 원가도 거의 들지 않는다. 대부분 농장이나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늘려 있는 것들을 주원료다. 수확한 농작물의 가격도 일반 농작물보다 최소 0.5배는 더 받을 수 있어 농가 소득에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임 회장은 올해로 3년째 백전면노인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면 전체 노인회를 대표하는 회장이다 보니 이전 마을노인회장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빠졌다. 그런데도 친환경 농업을 고집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은 거의 완치됐지만 위암 초기 판정받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김 회장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은 농부들의 책무”라고 여긴다. 친환경 농법을 익히기 위해 더 많은 열정을 쏟는 계기가 됐다.
임성택 회장은 7년여의 노력으로 터득한 친환경 농법 노하우를 흔쾌히 나눌 용의가 있다고 한다. 지금도 그를 찾는 이들에게 그가 익힌 친환경 농법을 전수하고 전파하기 위해 열정을 다한다. 일흔셋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친환경 백전면’이라는 브랜드로 더불어 잘 사는 고향 백전면을 꿈꾸기 때문이다.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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