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레너드 삭스의 ‘남자아이 여자아이’에 나오는 내용 중 이런 말이 있다.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그의 이런 말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여자’라는 존재는 무엇이며,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생물학적으로 여자로 태어난 이들은 1세계 스트레이트 남성이 원하는 기준에 규격화되어 성장해 갈수록 사회가 원하는 ‘여자’가 된다. 여성들은 한국 사회 특유의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성스러움’을 몸에 습득하고, 항상 ‘친절함’을 강요받으며 ‘배려’라는 미덕을 보여주어야 한다.
함양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차별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을 느낀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총 58.1%로 여학생은 52명 중 50명이, 남학생은 65명 중 오직 18명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성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 차이다. 여학생 52명 중 50명이나 일상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면, 이들의 경험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받고 있는 이 필연적인 차별은 도대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그들을 억압하고 있는 것인가?
‘성차별을 받고 있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장 많이 받았던 차별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에 대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설문에 응답한 여학생들 중 대부분이 ‘교복’에 대해 입을 모았던 것이다. 고등학생으로써 하루의 대부분을 입고 생활하는 교복은 당연히 학생들의 편의에 맞춰 편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활동성 있게 늘어나고 통이 큰 남학생의 교복에 비해, 여학생용 교복은 라인이 들어있어 신체적 활동에 큰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공부를 하려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내 편함을 위해서 교복이라는 옷을 몇 십만 원 주고 샀는데 입을 때마다 성적대상화 되는 것 같아 수치스럽다.” 라고 응답했다. 교복 다음으로는 지나친 꾸밈 강요, 성희롱적 발언 등이 뒤를 이었다.
물론 120명 남짓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맹신할 수는 없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부각시킨다면 이를 일반화의 오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차 이렇게 성별에 따른 뚜렷한 성차별 인식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 사회가 성평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위급한 신호일 것이다. 이를 단지 개개인의 윤리적 문제라고만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공공 기관에서의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인식해야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 마 폭행‘이나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해마다 늘어감에 따라 범죄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을 통해 사회질서를 정돈하고 정의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