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벌써 3주가 훌쩍 지나갔네요.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세월이 화살 같다”고 하면 딱일 것 같네요. 밤산에 풀 베는 남편 이야기와 저의 무 심는 이야기로 3주 전에 글을 옮긴 것을 생각하면 와~ 지금은 밤 수확이 며칠만 하면 끝이 날 것 같고, 무도 이미 상당히 자랐거든요. 그리고 저녁으로는 너무 추워졌어요. 밤을 선별하고 씻고, 택배 보내는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저녁엔 겨울이 다가온 듯 춥게 느껴지더라고요. 동내 앞 들녘엔 온통 황금색 벼가 익어가고 있고 새우섬 넓은 들판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네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자라는 속도가 장난 아니에요. 말하는 표현이 하루가 다르고. 부모가 모두 일한다고 집을 비우고 저녁 늦게 들어오는데도 참 잘 지내는 우리 두 아이. 오후 다섯시에 집에 오는 민준(7세)이는 벌써 2년째 혼자 차 타러 가고 혼자 집에 온답니다. 그뿐인가요. 동생 민소(3세)가 어린이집에서 오후 5시20분에 돌아오면 마중을 가서 집으로 데려오는 오빠 노릇을 하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지 모른답니다. 일에 바빠 아이들 챙기는 일에 소홀하니 이래 저래 마음이 아픈데도 외려 민준이는 민소 돌보면서 중간 중간 전화로 보고하고 언제 집에 오냐고 물어오고. 일이 힘들어도 아이들 생각하면 참고 할만하다고 느끼지만 애들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답니다. 옛말에 “부창부수”라더니 남편의 일 욕심을 모른 채 하기엔 저도 이미 함께 산 세월 속에 길이 들어버린 탓인지. 그 아내가 되어 버렸나봐요. 밤산에 밤 줍는 일은 정말 안해 본 사람은 모를 정도로 허리가 많이 아프답니다. 밤 보자기를 차고 밤을 주워 담다보면 어느새 10킬로 가까운 무게의 밤이 배 앞에 불룩하게 차는데 그 과정이 되기까지 계속 밤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니 그 오랜 시간 무게를 지탱하는 허리가 얼마나 무리가 가겠는지 상상이 되겠지요? 6천여평 경사진 밤산을 타고 다니다보면 어느새 오후3~4시가 훌쩍 지나있기 예사랍니다. 점심은 당연히 밤산에서 초코파이나 빵, 또는 생라면으로 때운답니다. 그렇게 이쪽 능선 하루~ 저쪽 골짜기 하루를 반복하여 매일같이 밤을 줍고, 밤산에서 주워온 밤을 싣고 창고에서 밤을 크기와 벌레 선별을 하고 세척을 하여 저장고에 넣고, 며칠 전 저장 숙성해둔 밤은 다시 포장을 하여 전국의 소비자분들에게 택배를 보내는 과정을 마치고 나면 보통 저녁8~9시가 훌쩍 지나기 일쑤랍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가을. 저희에겐 수확의 계절. 돈 버는 계절인것만은 사실인데도 왜 이리 힘든 계절로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밤 수확이 끝나면 추석이 되겠네요. 추석엔 저희도 휴가가 될 듯 합니다. 왜냐하면 그때쯤이면 밤도 수확이 완료 단계이고, 또 추석엔 택배가 휴무거든요. 휴가가 끝나면 또다시 감을 따고 깎고, 말리고 정신없는 계절이 기다리긴 하지만요. 그래도 어서 빨리 이 무지막지한 밤산타기는 그만 좀 하고 싶네요. 저의 허리가 너무 힘들어하거든요 아이들도 그렇구요. 이번 추석엔 뭘 하며 지낼까 즐거운 고민으로 힘든 요즘을 위로하면서 버텨보려 합니다. 추석 휴가가 무려 10여일이 된다는거. 정말 반갑고 좋은데 뭘하며 지낼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는데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계획을 세워 봐야겠어요. 독자님들도 즐거운 휴가 고민 같이 한번 해 보세요.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추석 명절 보내세요. 매번 저의 글 꼭 읽어 주시고 격려 주시는 독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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