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수학과 문학을 이야기하고는 한다. 탐구 과목을 제외하면 이는 맞는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기도 했다. 또 J.J.실베스터의 경우에는 수학자로써 뛰어난 업적을 세웠던 한편으로는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즉 수학을 하면서 문학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문학을 하면서 수학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내가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현재 자주 인용하고 있는 이상의 문학을 다시 한 번 인용하며 문학과 수학의 결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문학과 과학이 결합한다면 차라리 자연스럽다. 우리는 SF 영화라는 것을 많이 보아 왔고 그 영화들의 원작인 책들도 본 적이 있다. 완전히 과학이 점철된 이런 종류의 책이 아니더라도, “가속도”와 “속도”라는 표현을 문학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사용한다. 이런 경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물리 법칙이 문학에 인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학은 이야기가 다르다. 덧셈 뺄셈 정도를 제외하면 문학에서 수학이 등장하기 위해 나올 만한 표현은 집합론 정도 밖에 없고, 이마저도 논리학에 차라리 가깝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이상은 그런 편견을 제쳐 두며 과감하게 수학의 지식들과 식들을 문학에 뿌려 놓는다.이상의 <동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43전인데.”“어이쿠.”“어이쿠는 뭐이 어이쿠예요.”“고놈이 아무 수로두 제해지지 않는군 그려.”“소수?”신통하다.소수의 아름다움에 대해 짤막하게 그는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데뷔작 BOITEUX BOITEUSE(절름발이라는 뜻의 각각 남성, 여성 명사이다)에는 긴 것과 짧은 것이 교차를 이루다가 한 쪽이 떨어져 부득이한 평행을 이룬다는 구절이 있다. 이후 “이상(以上) 평면기하학”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교차한 선 하나가 평행으로 밑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교차한 두 직선의 위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면 여전히 같은 형태의 교차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입체적으로는 부득이한 평행을 이룬다는 것은 입체 기하를 의미한다. 평면 기하와 입체 기하가 따로 노는 그 절름발이의 다리는 그렇기에 절름발이인 것이다. CROSS는 있지만 입체적인 CROSS가 아니라 평면적인 교차선에 지나지 않는다. 제목부터 이상한 ▽의 유희라는 시에서는 1,2,3을 나열한 뒤 “3은 공배수의 정벌로 향하였다. 전보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구절이 있기도 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에 관한 각서 6>과 이 부분이 연관되어 있고, 이는 2,3,4차원의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네이버 블로그 이상 연구소에서 인용) 2차원은 아무리 잘해봐야 하나의 면에 지나지 않는 들러붙은 형인 반면, 3차원은 그 면을 일으켜 세우는 수도승이고, 이제 4차원은 입체를 돌려 보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본인에 대한 나르시시즘인 셈이다. 이상은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수학 영역에서도 그의 성적은 우수했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그의 수학적인 지식 또한 그가 시를 쓰기 위한 소재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위에서 언급한 소설과 시에서는 짤막하게 자신의 지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연작시 “선에 관한 각서”에서는 좀 더 대담하게 수학과 과학을 문학에 결합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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