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영광스러운 정년퇴임을 학교에서 기념식도 하지 않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 교장선생님도, 여러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지만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하시며 끝내 사양하셔서, 제자들이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저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이셨고, 평교사로 함양제일고등학교에서 같이 근무하고 다시 간 함양제일고등학교에서 교감선생님으로 모시고 함양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모시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제자와 같이 근무하면서 불편한 점도 많으셨을 텐데 지나칠 정도로 저를 챙겨 주셨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은공에 보답하기 위해 첫 담임을 했던 저희 친구들과 전공과목으로 옮기셔서 3년 내도록 담임을 한 후배들이 함께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 축하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평교사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를 대신 납부해 주시기도 하시고 사모님께 부탁해서 학생들의 자취방에 쌀과 반찬을 가져다주시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한 후배는 선배들은 자격증 취득자가 몇 명 되지 않는데 자기들은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로 80%이상이 전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서 평생 먹고 살 길을 마련해 주셨다면서 선생님의 은혜에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망울을 맞추려고 노력하시고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높여 주시기 위해 노심초사 하시고 열정적으로 지도하셨던 교장 선생님의 가르침을 저희들은 기억합니다. 교장 선생님의 영광스러운 정년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지나오신 함양종합고등학교, 남해중학교, 거창 마리중학교, 생초고등학교, 함양제일고등학교, 거창 웅양중학교, 함양고등학교의 학교 이곳저곳 교장선생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헌신적으로 제자들을 사랑으로 가르치신 그 발자취들을 저희들은 기억합니다. 서른여덟 개의 나이테를 만들면서 힘든 시절도 있으셨겠지만 아무 탈 없이 정년퇴임을 맞이하게 되신 것을 다시 한 번 더 축하드립니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듯이 평생을 몸 바쳐 지나온 교직을 떠나시지만 제2의 인생길에서 더욱 풍성한 삶의 열매를 맺기를 기원합니다. 교장선생님의 퇴임 이후의 삶이 정호승 시인이 노래한 봄길 같은 삶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봄길 정호승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 /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 /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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