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덥기만하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저녁이 되면 쌀쌀하네요. 새벽 추위에 이러다 금방 겨울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라니.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게 뭐가 있을까요? 며칠 전 남편과 차를 타고 오는데 남편이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왜 말이 가을에 살찌냐고 물었더니 계절이 시원하고 먹을 게 풍성해서라는데 왠지 얼렁뚱땅 대답하는 폼이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게 너무 많네요. 밤, 황금들판, 코스모스, 단풍, 감, 사과... 처음 한국에 올 때가 아마도 이맘때쯤의 가을이었던것 같네요. 서울과 부산 등 도회지에서 지리산의 단풍을 구경하러 오는 인파들. 뭐가 그리 좋길래 저리도 많이 오나 싶었는데 마침 남편이 지리산 노고단을 가자며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꼬불꼬불 뱀사골 길옆 단풍들이 참 곱고 물에 비친 단풍들은 또 다른 멋진 풍경이었답니다. 구경도 많이 다니고 좋았던 추억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추억들이 왜 이리 아득하게 멀게 느껴질까요? 어느덧 세월도 흘렀지만 그 사이 태어난 두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낸 세월이었나봐요. 그래서인지 가만 생각해보니 가족끼리 그럴싸하게 오붓하게 여행한번 해본 기억이 최근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다문화센터에서 함께한 행사, 함양농협에서 함께한 행사, 어디 여행가고 놀러간 대부분이 어떤 행사들이었던것 같고 고향에 갈때도 우리말대회 우승~ 방송촬영~ 등으로 갔었고. 결혼 초기엔 그래도 제법 여러곳 구경을 다니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까마득하게 일에만 치이고 애들 키우는데 열을 다한 거 같네요. 가을. 저에게 가을은 농사일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랍니다. 남편 역시 잠시도 쉼없이 일을 하니 어쩌겠어요. 그저 같이 죽기로 발을 맞춰야겠지요. 남편은 요즘 6000평의 밤산에 풀을 베고 있답니다. 풀을 베는 중간에 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면서 밤을 주워 오고 있는데 저 또한 남편일을 도울 형편이 못된답니다. 저는 2000평에 가까운 논에 무를 심고 있거든요. 무심기가 끝나야 밤산에 갈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제 며칠만 더 심으면 끝이 보일 듯 싶네요. 남편의 밤산 풀베기도 이제 한 이틀이면 끝난다고 하네요. 하지만 남편은 추석 앞에 벌초를 해야 하는데 그 일도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벌초를 위해 한번 따라가 보았는데 2시간씩 올라가야하는 높은 산도 있고 벌에 쏘이기도 하고 묘는 또 어찌 그리 많은지요. 낭만 좋은 단풍구경 여행객들이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 농사일을 직접하는 당사자들에게는 그 느낌조차도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최근 더욱 실감하고 있답니다. 참 9월8~17일 함양 상림공원 일원에서 산삼축제를 한답니다. 직장과 농사일로 힘드시겠지만 이때만큼은 조금 쉬시면서 산삼축제장의 왁자한 축제 분위기에 주간함양 독자님과 대한민국 국민과 함양의 전 군민이 꼭 동참해 주세요~ 그리고 산삼축제장 산삼전시판매장 옆 저자거리에서 다문화부스 찻집도 운영한답니다. 많이많이 찾아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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