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함양시장에서의 생활이 52년째다. 밀려오는 손님들로 인해 바쁜 시절도 있었고 찾는 이 없어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함양시장의 성쇠를 모두 지켜봐온 유진상회 조분순(79) 대표. 지난 반세기 동안 지리산 함양시장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조분순 할머니를 만나 지리산 함양시장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평생 동안 해온 일이야. 나이가 들어도 내 직업이 있고, 앉아 있으면 친구들도 찾아오고 이것이 행복한 것 아니겠어” 50여년의 직장이 시장이었을 만큼 함양시장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는 조분순 할머니. 시장과의 첫 인연은 노점으로 안의장, 인월장 등 인근 5일장을 찾아 다녔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할머니에게 시장은 경제적 버팀목이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막내를 업고 시장 바닥에서 일을 시작했어” 이후 정식으로 가게 문을 열고 옷 장사 30년, 그리고 20여 년 전 건어물전을 열었다. “옛날에는 장사만 하면 돈을 벌던 시절이었어.” 한때 설 대목을 비롯해 장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시장의 모습, 그러나 지금은 어려운 시절을 보낸단다. “지금은 너무 장사가 안 돼. 마수도 못하고 접는 날도 있을 정도야” 옛날 호시절과는 너무나도 많이 바뀐 현재의 함양시장이지만 인구가 줄고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함양시장 또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예전에는 갑작스런 초상이 나면 시장에서 장을 봐야 했지. 그래서 문을 닫을 수가 없었어. 1년 365일 문 닫는 날이 없어” 하루 12시간을 꼬박 시장에서 일하는 조분순 할머니. 10년 전 쯤부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단다. 그 이후로는 제대로 장사가 되지 않는다. “맨날 누웠다 앉았다 하는 것이 일이야. 요즘은 사람 하나 보기 어려워” 이렇게 말씀 하시며 지리산 함양시장을 살릴 특단의 대책 몇 가지를 귀띔해주기도 했다.
할머니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장사도 중요하지만 찾아올 이들이 아쉬워할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항상 가게 문은 열려있다. 지나다 들리는 이들도 있고 물 한잔 나눠 먹으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돈을 벌기보다는 평생 해온 일인데 힘들 것이 뭐 있겠어. 사람 만나는 것이 더
큰 재미지”
유진상회는 온갖 건어물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물건들을 진열하고 문을 닫기 전 모두 냉장고 속에 넣는 작업이 매일 이뤄진다. 이제는 연세에 힘들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으시단다. 유진상회 바로 옆 가게는 셋째아들 보성씨가 운영하는 ‘유진 웰빙식품’이다. 함양에서 나는 갖은 약초들이 준비되어 있다.
아직도 고운 얼굴인 할머니. 할머니의 가장 큰 자산이자 재산은 장성한 3남1녀 자녀들이다. “요즘에도 날마다 괜찮은지 둘러보고 간다. 남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45살에 남편을 사별한 할머니. 큰아들 이영재 전 도의원이 대학생이었고 둘째 이현재 함양군복지 대표가 고등학생, 셋째 아들은 중학생, 막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할머니. 이제 장성한 자녀들이 그녀의 또 다른 행복이다. “남에게 욕 안 먹고 치사 받고 제대로 커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 특히 4자녀 모두가 할머니 곁 함양에서 생활해 가장 행복함을 느낀단다.
연세가 연세인 만큼 친구분들이 많이 떠났다. 이제는 단골이라 해봐야 몇 분 남아계시지 않단다. 그런 단골들이 찾아오면 시원한 물 한잔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고단함을 잊는다. “나 좋아하는 사람 다 죽었어. 양로원도 가고. 있는 친구들 가끔 찾아오니까 그게 행복이지” 이제 내년이면 여든에 접어드시는 조분순 할머니. “재미로 하는 것이라, 하는데까지는 해볼 요량이다. 돈을 버나 안 버나. 나중에는 아들이 우찌 안 하겠나” 기력이 있을 때 까지는 항상 함양시장에 나와 사람을 만나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싶어 하신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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