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은 한국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스타의 전설을 만든 배우 신성일(1937~)이다.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500편이 넘는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신성일은 196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렸고 2000년대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했던 보기 드문 배우이다. 박찬욱 감독은 “일본에 미후네 도시로, 이탈리아에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미국에 그레고리 펙, 프랑스에 알랭 들롱이 있다면 우리에겐 배우 신성일이 있다. (중략) 일찍이 이토록 한 사람에게 영화산업과 예술이 전적으로 의존했던 나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없었다. 신성일을 이해하지 않고는 한국 영화사는 물론 한국 현대 문화사 자체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폐암에 걸린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지만 신성일은 오랜 세월 건강하고 날렵한 육체와 조각 같은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였다. <맨발의 청춘>(1964) <떠날 때는 말 없이>(1964) <위험한 청춘>(1966) <불타는 청춘>(1966) 등 수많은 청춘영화가 신성일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줬다. 그는 배우 엄앵란과 결혼을 한 스타 커플로도 화제를 모았다. 1964년에만 신성일, 엄앵란 두 배우가 콤비를 이룬 영화 26편이 만들어졌고 그 해 두 사람은 결혼했다. 결혼한 뒤로 신성일의 파트너는 엄앵란이 아니라 김지미, 윤정희, 문희 등 여러 배우로 바뀌었지만 1967년 한 해에만 신성일이 주연한 영화 51편이 극장에 걸릴 정도였으니 당시 그의 인기는 엄청난 것이었다. 신성일은 김기덕, 이만희, 김수용, 정진우, 이성구 등 60년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대배우로 성장했고 70년대 이후에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했다. <별들의 고향>(1974) <겨울여자>(1977) <길소뜸>(1985) 등은 청춘의 이미지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호소력을 갖는 신성일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2013년 <야관문: 욕망의 꽃>이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았고 최근에도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애썼으나 지금은 병마와 싸우는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회고전을 통해 신성일의 대표작 8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그의 출세작인 <맨발의 청춘>(1964), 청춘 멜로드라마의 대표작 <초우>(1966), 한국영화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안개>(1967)와 <장군의 수염>(1968), 신상옥 감독과 함께 한 사극 <내시>(1968),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휴일>(1968), 1970년대 멜로드라마의 대표작 <별들의 고향>(1974), 중년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 <길소뜸>(1985) 등이 그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회고전을 통해 배우 신성일의 진면목을 확인하시길 바란다. ○ 한국영화 회고전 상영작 <맨발의 청춘>(1964) 감독 김기덕서울 관객 25만명을 동원한 당대 최고의 흥행작이자 신성일의 출세작. 깡패인 두수는 우연한 기회에 외교관의 딸 요안나를 만나 가까워진다.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으려는 둘의 사랑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낭만적 사랑의 신화가 된다. 신성일이 연기한 두수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자란 고아청년인데 이런 반항하는 청춘의 이미지는 이후 수많은 청춘영화에서 반복, 재생산된다. <초우>(1966) 감독 정진우<맨발의 청춘>이 가난한 청년과 부잣집 딸의 사랑을 그린 반면 <초우>는 가난한 청춘남녀가 서로를 속이고 만나는 멜로드라마다. 자동차 정비공인 남자와 식모인 여자가 기업가의 아들, 대사의 딸로 신분을 속이고 만난다. 패티 김의 주제가로도 유명한 이 영화 역시 당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며 1960년대 청춘 멜로드라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됐다. 판타지로서의 로맨스와 그런 로맨스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이 균형을 이룬 영화다. <안개>(1967) 감독 김수용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문학적 모더니즘의 영향이 영화 속으로 들어온 대표적인 영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에서 제약회사 사장의 딸과 결혼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남자가 안개로 유명한 자신의 고향 무진을 방문한다. 잊고 싶은 과거가 숨을 쉬는 고향에서 남자는 자신을 서울로 데려다 달라는 여자를 만나 갈등한다. 주관적인 플래시백과 내레이션을 적극 사용하면서 분열하는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그린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장군의 수염>(1968) 감독 이성구이어령의 소설을 김승옥이 각색했고 1960년대 한국영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힌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신동헌 감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 한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건이 일어나고 형사들은 그가 왜 죽었는지를 파헤친다.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영화는 남자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스릴러는 아니다. 남자를 아는 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이 남자의 내면이 조금씩 드러난다. <내시>(1968) 감독 신상옥신성일은 <로맨스 빠빠>에 출연하며 신필름 전속배우로 경력을 시작했으나 신상옥 감독과 많은 작품을 함께 하진 못했다. 신상옥 감독과 함께 한 영화 가운데 대표작인 <내시>는 후일 이두용 감독이 리메이크를 했을 만큼 인상적인 영화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내시가 된 남자, 대비의 비밀을 알게 된 내의원, 내의원을 지키고자 했던 내시감, 사랑과 질투로 암투를 벌이는 궁녀들 등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숨은 이야기들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휴일>(1968) 감독 이만희제작 당시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잊혀진 영화였으나 후일 발견되어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일요일에 만난 가난한 젊은 연인의 하루 이야기로 신성일은 여기서 빈털터리 청년 허욱으로 등장, 당대의 허무와 절망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허욱은 애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결국 친구의 돈을 훔친다. 그 돈으로 애인은 낙태 수술을 받지만 수술을 받는 동안 허욱은 끝을 예측하기 힘든 방황의 시간을 겪는다. <별들의 고향>(1974) 감독 이장호이장호 감독의 데뷔작으로 1974년 개봉 당시 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1960년대 청춘 멜로드라마에서 불안한 청춘의 이미지로 등장하던 신성일이 이 영화에선 기성세대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순진한 한 여자가 첫사랑에 버림받고 결혼생활에 실패하면서 호스티스로 전락한다. 신성일은 그런 여자를 보듬는 남자로 등장하지만 둘의 사랑 또한 해피엔딩을 향하지는 않는다.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 등으로 이어진 197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 유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길소뜸>(1985) 감독 임권택<짝코>와 더불어 분단이 낳은 비극을 그린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이자 중년의 신성일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작품. 임권택 감독은 1983년 TV 프로그램 <이산가족찾기> 현장을 미리 찍어두면서 이산가족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결국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의 비극이 어떻게 현재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으로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게 된 남자와 여자는 <이산가족찾기>를 통해 잃어버린 아들을 찾지만 그들이 살아야 할 현실은 아들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이 게시물을... Twitter Me2day Facebook Delicious글쓰기 최신목록 |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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