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3학년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서 방학을 일주일만 했습니다. 한 달 정도 하던 방학을 일주일 하니 조금 낯섭니다. 휴가 겸 식구들과 진주에 가서 ‘군함도’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여운에 잠겨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왔습니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언젠가 ‘종이 거울’이라는 소책자에서 읽었던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Something to Someone)’라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은 무엇이 바쁜지 우르르 한꺼번에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저는 맨 마지막 화면에 음악과 함께 오르는 자막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길 때가 있습니다. ‘저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애를 썼구나.’ 그 자막이 바로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입니다. 주연 배우뿐 아니라, 감독, 시나리오 작가, 조명, 음악, 소품, 의상 담당, 등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흘러 지나갑니다. 우리 삶에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나의 나 된 것, 부족하고 또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가 존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내 삶의 뒤에서 후원하고 희생하고 기도했을 겁니다. 누군가의 삶에 의미 있는 무엇이 된다는 것은 멋지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땅의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Something to Someone)’ 참 가슴 설레는 말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존재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되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는 것처럼 저도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사가 되어 어느 날 진정한 선생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저는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첫 시간에 학생들을 창가에 세우고 무엇이 보이냐고 묻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산이 보인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자리에 앉히고 “이 산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되고 싶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적습니다. 그들은 1등만 기억됩니다. 그렇지만 공부를 하면 여러분이 노력한 만큼 희망하는 분야에 진출해서 여러 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합시다. 나는 여러분의 소중한 꿈을 위해 기꺼이 돕겠습니다.”고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가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영화 한 편을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맨 끝에 조그마하게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 사람들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기에 주연이 빛나고 영화가 완성되듯이, 우리의 힘이 비록 미미할지라도 이 작은 힘이 모여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때 우리의 공동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굴러 갈 것입니다. 그 공동체에서 소중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더위와 싸워 가면서 학업에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니 가여우면서도 기특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위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이 나라 이 민족의 미래이며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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