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걸어서 5분이면 천년의 세월이 살아 숨 쉬는 함양의 자랑 아니 심장 상림을 마주할 수 있다. 더위에 지친 하루를 보내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기가 무섭다. 주부 25년차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선홍색으로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다가 ‘외식이다.’ 하고 선언하고 상림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건강백세지구 지정 음식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주로 외식을 해야 할 때라면 손님을 접대하거나 특별히 보양식을 챙겨 먹을 때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더위가 심하거나 심신이 고단할 땐 집 밥 같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 ‘예당’이라 할 수 있겠다. 친한 이모 댁이나 고모 댁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입구에 들어서면 소박하게 어머니의 손맛으로 정성껏 준비한다는 내용의 주인장의 인사말이 눈길을 끈다. 정성이란 말의 의미를 마음으로 되새기며 주부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나의 마음에 일말의 자책과 위안이 교차된다. 차림표는 버섯전골, 비빔밥, 삼계탕 정도다. 복날이라 삼계탕으로 정하고 우리는 맛나게 먹었다. 제철반찬인 열무김치, 가지무침, 고추다대기, 함양의 특산품 게르마늄이 함유된 양파를 쌈장에 찍어먹으니 느끼할 수 있는 고기의 맛이 더욱 깔끔해진다. 그리고 며칠 후 주간함양 sns 시민기자의 눈으로 다시 한 번 이곳을 살피는 계기가 있었다. 2명 내지 3명씩 조가 나눠졌다. 우리 일행은 둘이였고 7살 사내아이도 함께였다. 소고기버섯전골과 비빔밥을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내부를 살펴본다. 예전과 다름없이 깔끔한 실내분위기, 손님은 3테이블 정도였고 다른 식당에는 단체손님으로 북적이는데 여기는 한적한 분위기다. 조용한 가운데 주방에서는 분주히 음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 이따가 길에 나가서 서 있으면 저절로 사우나 할 수 있겠다.”며 주인아주머니의 우스갯소리로 주방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와 우리도 같이 웃었다. 웃음은 전염이 되어 옆 사람까지 유쾌하게 한다. 음식이 나오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주간함양 sns 기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서빙 하는 분에게 양해를 구했다. 뜻밖에 얘기를 들었다. 주인은 그러한 홍보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난감해졌지만 언제든지 편안한 분위기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주인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안도했다. 음식의 맛의 평가는 극히 주관적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느끼는 음식 맛의 평가기준은 ‘재료의 맛이 얼마나 살아있나’인데 재료의 맛을 살리는 관건은 ‘재료의 신선함에 달려 있다’라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예당의 맛은 재료의 신선함이다. 그리고 담백하다. 진한 향신료나 매운 맛이 없는 집 밥의 맛이고 북적이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담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함양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히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세 가지 - 담백함, 조용함, 신선함이다. 인원은 단체관광이 아닌 가족단위나 친구들 모임이 적당하고 저녁노을이 깃들기 전 상림을 산책하기 좋다고 말하고 싶다. 그 전후로 식사를 예약하고 먹으면 좋을 듯싶다. 백련이 가득한 상림 연 밭을 거닐다보면 현실이 아닌 무릉도원의 황홀경을 느끼리라 장담한다. 무더위가 지나고, 한줄기 소나기 지나고, 드높은 쪽빛하늘아래 선홍빛 노을이 피어나는 연못의 반사경을 꼭 보시길 권한다. 걸어서 5분인 상림을 한동안 가보지 못했다. 일상의 분주함을 뒤로 미루고 오늘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아름다운 광경을 매번 놓친다. 저녁식사는 집 밥 같은 ‘예당’에서 따뜻한 엄마의 정성으로 하고 후식으로 천년의 숲 상림의 맑은 물로 몸과 맘을 정화시키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정효순 sns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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