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까지 발효되는 염천 속 더위도 아랑곳 않고 상림공원을 내달리는 선수들. 시원한 상림 그늘 속이지만 비 오듯 땀을 쏟으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이들은 작은 시골도시 함양을 금빛 메달로 수놓았던 육상 선배들의 뒤를 잇는 차세대 육상 스타들이다. 그들의 곁에는 항상 전준우 육상전담코치가 함께한다. “방학이지만 선수들은 쉴 수가 없습니다. 꾸준하게 매일 운동을 해야만 기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쉼 없이 선수들을 몰아붙이는 것 같지만 여름방학에는 오전에만 운동한다. 무더위에 몸이 혹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림과 같은 공간은 전국 어디에도 없는 곳입니다. 자연스러운 그늘 아래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곳입니까” 천연 숲 상림에서 전준우 코치의 지도아래 함양의 꿈나무들의 실력 또한 성장했다.
전준우 코치가 함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9년이다. 함양교육청 순회코치로 첫 발을 디딘 이후 함양 육상을 반석위에 올려놓으며 올해로 18년 흘렀다. 그 기간 동안 함께 뛰면서 길러낸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전문 체육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울산이 고향으로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육상에 입문, 경남체고 진학 후 1,2학년까지 단거리선수로 활약하다 3학년부터 10종 경기 선수로 뛰었다. 대학에서는 선수가 아닌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함양과의 인연을 맺으며 함양 육상을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육상 종목 중 10종 경기가 주 종목인 전 코치. 육상 개별 종목의 경기 방법은 물론 훈련방법이 모두 달라 여러 종목을 함께 가르치는 코치는 없다. 그러나 20종 경기를 한 전 코치는 다양한 종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수많은 선수를 길러낼 수 있었다. 전 코치가 본격적으로 육상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 학생들의 성적이 급속도로 올랐다. 지난 2010년 제39회 전국소년체전 육상 110m 허들 종목에서 이대우 학생(현재 창원시청·당시 함양중3년)이 함양교육청 개청 이후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함양 선수들의 금메달 행진이 이어져 2011년 전국체전 높이뛰기 김다혜(당시 함양제일고 2학년) 선수의 금메달, 2012년 이대우 선수가 전국체전 남고부 110m 허들 금메달, 그리고 2013년 전국체전에서 주상민 선수가 400m 허들에서 금메달과 함께 1600m 계주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3년 연속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함양 육상의 실력이 높아졌으며, 저변 또한 확대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제는 어딜 가든 함양 육상 하면 알아주는 곳이 되었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제자들이 기억에 남지만 유독 마음에 남는 이는 박재주(동아대 4학년) 선수다. “허리가 약해 운동을 해보지도 않았었는데 성적을 내기보다 아픈 것을 치료해보자며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선수층이 작은 400m 허들을 주 종목으로 해서 3년 동안 연습해 전국을 제패했지요” 최근 금메달 소식이 뜸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선수들은 전국 16개 체육고, 그 외 100여개 육상학교와 경쟁하는 것입니다. 이 작은 함양에서 전문적으로 키우는 선수들과 경쟁해 3등내에 들어 메달을 따는 자체가 엄청난 것입니다. 물론 결국 지도자는 그 재원을 가지고 성적을 내야하는 것이지만요” 계속되는 금메달 행진에 우리 군민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 선수들의 노력은 생각지 않고 메달, 그것도 금메달에만 집착한다. 순수 함양의 우리 아이들이 이룩한 성적은 보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졌다.
아직까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제일고에 육상부가 만들어지면서 우수 선수들을 타 학교로 보내지 않아도 되었지만 고교 졸업 후 진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의 선수들이 함양군의 이름으로 경기에 뛴다면 그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그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함양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실업팀을 가지고 있지만 함양군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며 함양군청 실업팀이 창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있다. 그의 꿈, 함양 육상 꿈나무들의 꿈, 그들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오늘도 무더위 속 구슬땀을 흘린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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