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날씨가 아주 덥습니다. 여름이니까 당연히 덥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마다 심해지고 있는 이 더위. 아마 지금까지 선풍기를 쓰다가 이번 여름 더위에 에이컨을 구입했던 분들도 많겠지요. 내년 더위를 생각해서 지금은 선풍기만으로 아직까지 견디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만큼 덥습니다.
오늘은 일본 추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추석을 일본에서는 오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3일 동안 휴가가 주어집니다. 매년 양력 8월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됩니다. 첫째 날 8월13일은 본노이리라고 하며 조상을 집으로 모시는 날입니다. ‘무카 에비’라고하며 등롱에 불을 켜서 조상님께서 집을 잘 찾아오실 수 있게 합니다. 일본의 집에는 보즈단(佛擡)이라고 하는 조상을 모시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 기간이 되면 그 자리를 특별히 장식하고 하루정일 불을 켜둡니다. 평소에는 아침만 밥을 드리지만 이 기간엔 아침 점심 저녁 3끼를 반찬을 준비해서 드립니다. 메뉴도 그때마다 다르게 하며 동물성 재료는 쓰지 않습니다. 이것을 쇼우진료리 라고 하며 절에서 스님들도 드시는 요리법 입니다. 보통 첫날에 자기종파의 스님이 와주셔서 독경을 해주십니다. 처음으로 추석을 지내는 조상이 있을 때에는 친족들을 친구 등 많이 와서 스님을 모시고 행사를 지냅니다.
이 3일간에 산소를 찾아가서 청소하고 제사를 지내고 합니다. 이 기간에 고향에서 나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이 기간의 큰 행사는 봉오도리입니다. 등불을 장식한 야구라 라는 높은 망대위에 북을 치는 사람과 몇 명의 예쁜 여성분이 춤의 본을 보여줍니다. 그럼 그 야구라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돌아서서 원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함께 같은 춤을 춥니다. 춤은 누구든지 남녀노소 상관없이 출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저도 항상 유카타(여름에 입는 민족의상)를 입고 갔습니다. 애들이 어렸을 때 우리가족도 가봤습니다. 처음은 그 원 속에 들어가기가 부끄럽지만 한번 들어가면 계속 춤추게 됩니다. 일본은 옛날에 광산이 많았습니다. 그중 미이케광산이 있는 지방의 ‘탕코우부시’라는 춤이 유명하고 또 도쿠시마현의 ‘아와오도리’라는 춤이 아주 유명합니다. 그 춤의 노래 가사 중에서 춤추는 바보와 보는 바보 같은 바보라면 춤추지 않으면 손해다 손해다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4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춤은 만드셨던 조상의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볼 때마다 힘든 시대를 겪어 오셨던 조상님들의 노고를 헤아리게 됩니다.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오봉기간만은 일본 곳곳에서 춤추는 많은 바보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춤추는 외국인도 많이 볼 수 있답니다.
3일째에는 조상께서 다시 가시는 날입니다. 오쿠리비라고 하는데 조상들이 가시는 길을 비춰주는 등불을 강에 띄워 보내면서 헤어지는 인사를 합니다. 특히 저의 고향에서는 “쇼우로우나가시”라고 하며 아주 대규모로 그 행사를 합니다. 첫 추석의 조상을 위해서는 안전하게 가시라고 나무로 된 배를 만들어 띄워드립니다. 작은 것은 1m부터 큰 것은 10m정도의 배를 자기 집에서부터 조상을 보내는 의식을 하는 광장까지 후손들이 옮겨야 됩니다. 그 때만은 시내의 중심지에서는 차량통행을 규제하고 그 배를 우선으로 보냅니다.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걸으며 폭죽도 던지면서 갑니다. 그 용감한 모습은 한번 보면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보통은 한 가정 한 개 등불을 강에 보냅니다, 그 화사한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내년에 다시 오시기를 바라면서 잘 가시라고 기도하게 됩니다. 이 기간만은 조상들과의 추억 속에 살다가 마치면 다시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갑니다. 이렇게 일본의 추석은 끝이 납니다. 지방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의식은 다르지만 조상을 위한 이 3일에 담은 감사와 모시는 마음은 같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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