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문제는 신神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표되었으나 의도한 결과를 얻기보다 새로운 문제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한대로 ‘100대 국정과제’에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여 내신산출 방식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가 7월 중에 발표한다고 했다가 다시 8월 말 확정 고시한다는 ‘대학입시개편안’에 이 안이 반영될 거라고 한다. 명분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교육기회균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 후 교육 전문가들은 ‘각 대학은 변별력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정시가 수시2의 모양새가 되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과 면접으로 시행할 것’ 이라고 예측하고 이는 불가피하게 ‘사교육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SBS(2017.7.7)에서는 학종은 ‘금수저를 위한 전형’이라 하고, 한겨례(2016.7.14.)는 ‘부모 외주화’를 언급하면서 같은 맥락의 우려를 제기했다. 한겨레의 ‘부모 외주화’는 학종의 비교과활동에 부모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독서활동과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고 의사 아버지가 진로체험활동의 장소 등을 제공해 주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SBS는 사교육 컨설팅회사의 상담을 받아 소논문을 작성하거나 명백한 실적이 드러나는 봉사활동을 하려면 합해서 수천만원이 든다는 어느 고3 학부모의 구체적 경험과 함께 금수저 전형에 대한 논란을 보도했다. 수능의 채점방식이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와 병자호란이 일어난 연도’를 묻는 한국의 시험문제와 ‘전쟁 후의 평화협의가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킨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묻는 교육선진국의 시험문제 중 어떤 교육이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인재를 낳겠느냐고 이혜정 교육과 혁신연구소장은 묻는다(동아일보. 6.12) 채점방식만 바뀌고 시험문제가 바뀌지 않으면 수업이 바뀔 수 없다는 논리다. 현행 수시전형 및 입시개편과 관련하여 금수저논란과 교육과정의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박성숙은 <독일교육이야기>에서 ‘영어시험 범위가 책 한권이며, 김나지움 10학년(고1)의 독일어 시험은 우화 한편을 읽고 분석하여 A4 5장 분량의 글을 써야 하고, 초등학교 4학년이면 우화 한편을 써야 하며, 책을 읽고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하며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어느 정도의 성적이라도 유지하려면 수박 겉핥기식의 공부로는 어렵다’ 고 했다. 독일의 수업과 평가는 그들이 배우고 익힌 것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반면 우리나라 학종의 비교과활동 기재내용은 가르치지도 않는 것을 시간도 없는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불합리하고 왜곡된 것으로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모든 부모가 경제력과 정보력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는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실과 교과는 주입식의 형태를 유지하고 평가방식은 북유럽스타일을 흉내내므로 여기저기서 삐걱거린다. 교과서의 내용과 수업 방식, 학교건물의 구조, 교사의 전문성, 사회의 인식과 학부모의 의식도 함께 바뀌어야 북유럽 스타일의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너무 복잡해서 과연 신神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선발은 어떤 평가방식이든 줄이 세워지기 마련이므로 절대평가라고 해서 서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서열은 경쟁을 유발한다. 비정상적인 경쟁률을 보이는 공무원시험은 대학입시보다 더 심한 경쟁에 놓인다. 스포츠를 비롯, 각종 대회와 취업, 국가경쟁력, 기업, IT, 예술의 분야에도 서열은 존재하며 개인의 명성에도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다. 명백하게 각 나라의 순위를 매기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는 서열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원이 부족하고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손바닥만 한 분단국가에서 주입식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하고, 전쟁을 치른 지 67년 밖에 안된 나라가 G20에 진입한 것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빠른 성장을 원했던 가난한 나라에서 어쩌면 교육도 빠르게 암기하고 익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교교육은 점차 학생중심 교육으로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없는 학교생활, 공부가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고심 때문에 정부는 매번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믿고싶다. 개인적으로 ‘금수저. 흙수저’라는 용어 자체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바람직한 용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부디 ‘부모 외주화’와 ‘금수저 논란’이 불식되는 방안이 강구되어 이런 용어들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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