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의신마을에 공기 공장이 생겨 지리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판다고 한다. 가격은 한 캔에 15,000원 정도로 이번 달부터 상품 출시할 거라는데, 이거 정말 천하의 봉이 김선달이가 땅 속에서 무릎을 칠 일이다. 세상에 물도 아니고 공기를 팔아먹다니... 누가 공기를 사서 먹는다는 말인가? 도대체 공기를 사서 먹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먹는다고 배가 부르지도 않을 것이고 무슨 영양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과연 공기가 실제로 팔리기는 할까? 아무리 지리산 공기가 좋다지만 공기를 사 먹는 사람이 있을까?
하긴 따지고 보면 함양 운서마을에 사는 나도 지리산 공기를 팔아먹고 있다. 나는 십 수 년 전 부터 농가주택에 객실 4개를 달아내고 손님을 받고 있는데, 여느 펜션처럼 시설이 고급진 게 아니어서 ‘숙박비의 절반은 공기 값입니다’ 하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솔직히 매일 마시는 공기라 사실은 나도 내가 마시는 공기가 특별히 좋은 건지 모르겠다. 가끔 부산에서 놀러오는 친구가 “그래 칭구야~ 니는 이 좋은 공기를 매일 마신다 말이제~”하고 부러워하면 (아~ 내가 좋은 공기를 마시고 있구나~)하고 새삼 자각할 뿐이다. 숙박하러 온 손님들도 하나같이 “공기가 너무 좋네요~ 코가 뻥 뚫리는 거 같습니다” 하고 흡족해한다.
산지골 펜션 숙박비의 절반이 공기 값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새소리 값이다. 특히 뻐꾸기 소리는 봄여름 내내 들을 수 있다. 뒷산에서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면 고향에 온 것처럼 아늑하고, 한 여름 밤에 쪽쪽쪽쪽 소쩍새 소리도 정겹다. 봄날엔 은쟁반에 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같은 소리를 계속 들으면 지겨운 법인데 이들 새소리는 아무리 반복해서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봄에 아카시아 향기부터 여름 가을까지 내내 이어지는 각종 야생화 향기는 덤이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가 지리산 공기를 팔아먹는다는데(실제로 팔릴지 안 팔릴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함양 운서마을 야생화 향기를 지리산 공기와 함께 캔에 담아 팔면 더 재미질 것이다. 가격은 하동 의신마을 공기보다 조금 더 비싸게 한 캔에 2만원 받고 파는 거다. 왜냐하면 지리산 공기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야생화 향이 첨가되는 거니까? 야생화 향기별로 상품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 공기 아카시아 향, 지리산 공기 칡꽃 향, 지리산 공기 살구꽃 향, 지리산 공기 찔레꽃 향....
아내에게 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얘기했더니 호호 웃는다. 이제 돈 안 되는 농사는 때려치우고 야생화 향기를 담은 지리산 공기를 팔아 부자가 되어 마누라 호강시켜주겠다고 하니 코로 웃는다. 제발 씰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텃밭에 가서 애호박이나 한 개 따오라고 한다. 저녁꺼리로 부침개 만들 거라나 뭐라나...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산지골펜션(sanjigol.com)에 장터를 만들어 야생화 향기를 첨가한 지리산 공기를 팔아먹어야겠다.
특판 지리산 공기 칡꽃 향 2인분 4만원(벌크, 무한 리필)/ 특판 지리산 뻐꾸기 소리 2인분 4만원(벌크, 무한 리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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