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몸도 마음도 축축 늘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범벅이 되다시피 한다. 이런 계절에도 묵묵히 일터를 지키며 땀 흘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정과 사회가 지켜지고 발전해 가는 것이리라. 사회가 발전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실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견고한 설계가 필요하고, 그 설계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가치를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작년에 고인이 된 신영복 교수는 지나간 시간에 만들어진 음모에 의해 사회가 돌아가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삶의 체계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조작하는 음모에 맞서는 시민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음모(陰謀)라는 수사(修辭)가 다소 불온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공정한 경쟁에 의한 승자 보다 야합에 내몰린 패자가 훨씬 더 많다면 이 보다 더한 어휘인들 못쓰랴 싶다.
그렇다면 미래를 조작하는 음모라는 게 뭔가? 이를 테면 공직선거에 나가는 후보가 유권자에게 사적인 이익을 약속하는 사전 야합이나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추한 방법으로 승진자가 결정된다든지 하는 그런 일련의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말한다. 그런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이 결과적으로 미래를 조작하는 음모라는 것이다.
내년 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에 실패하면 4년 5년을 늦게 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가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유력 후보에 줄서서 쉽게 사업 좀 해보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벼락감투라도 한번 써 볼 요량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선거판에서 푼돈이나 좀 챙기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미끼로 유권자를 현혹하고 그들의 지혜를 뺏는 교묘한 술책도 있을 것이다.
유권자의 명예란 제대로 된 후보를 선택하고, 유권자의 선택으로 공직에 진출한 사람이 정의의 가치를 구현하고 자리에 걸맞은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성과를 내고, 공직자로서 존경 받을 때 따라오는 보상이다. 과연 우리는 지난 여러 번의 선거에서 유권자의 명예를 얼마나 누려 봤었는지 자문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듯 자리 값 못하고 탐욕에 눈먼 선량들은 죄다 사람 모이는 데 안 빠지고, 자기 자랑에 또 악수로 세월만 보내고, 주머니 채우는 데 급급한 공통점을 우리는 수없이 봐 왔다.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 가면 자천타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 정말 뽑고 싶은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들 한다. 이 말은 곧 제대로 된 후보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래를 조작하는 후보들의 음모를 간파하지 못하고 연줄선거, 돈 선거에 휩쓸려 왔으니 제대로 된 인재들이 진흙탕 싸움에 모시옷 입고 나서겠는가?
경쟁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야합에 내몰린 패자들의 절망을 지켜보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변해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시민의 행복을 가져다 줄 참신하고 능력 있는 후보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포기 풀도 가뭄과 비바람을 이겨내야 꽃이 되듯 유권자인 우리가 정신을 놓고 있다면 누가 우리에게 그런 희망과 행복을 공짜로 선물해 주겠는가. 내게 이익을 주는 사람, 내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좋은 이웃은 될 수 있지만 공직 후보로서는 선순위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는지 아는 혜안과 경험을 갖추고 있으면서, 도덕성과 정의로움이 몸에 밴 그런 후보자를 찾아 추대하는 분위기의 선거를 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갈 때 제대로 된 후보가 나타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미래를 조작하려는 음모로부터 우리 고장을 지켜내는 지혜로움이 아닐까 싶다.
지난 선거에서 군민의 선택을 받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을 지칭하거나 염두에 둔 생각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자는 것이니 현직에 계시는 분들 스스로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