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여름이 성큼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한여름 날씨처럼 무더웠습니다. 학교 텃밭에 상추, 오이, 가지 토마토 열무 고구마 등 여러 채소들을 심었습니다. 봄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가뭄에 텃밭에 심은 작물들이 타들어 가 자식을 돌보는 마음으로 아침저녁마다 물을 길어다 주었습니다. 주인의 수고에도 초록빛을 띠지 않고 겨우 생명만 유지하던 채소들이 요 며칠 사이에 내린 비로 검푸른 빛을 띠고 생명력이 넘칩니다. 주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밭을 둘러보고 교실에 돌아오니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기조차 합니다. 그래도 지금 이 시간들이 아니면 언제 자기의 인생을 위하여 참고 인내하며 노력을 해 보겠습니까? 학생들에게 바로 앉아 보라고 이야기 하고 ‘모죽’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에 자생하는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습니다. 이 ‘모죽’은 심은 지 5년이 지나도록 죽순이 자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나면, 하루에 70~80cm씩 자라기 시작해 30m까지 자랍니다. 지구상에서 그처럼 웅장하고 자태가 화려하면서도 위용을 과시하는 식물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5년이란 세월동안 자라지 않던 것일까요? 의문에 의문을 더한 학자들이 땅을 파보았다고 합니다. 땅을 파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뿌리를 내려 땅속 깊숙이 십리가 넘도록 내려져있었다고 합니다. ‘모죽’은 5년간 숨죽인 듯 세상에 곧게 뻗기 위하여 뿌리만 내리며 내실을 다지다가, 5년 후 당당하게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답니다.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여러분은 ‘모죽나무’와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모죽’이 사방으로 뿌리를 내리듯이 여러분의 인생과 대학 진학에 필요한 성적향상을 위한 기초 작업을 해두었습니다. 이제 때가 차면 ‘모죽’이 하루에 70-80Cm식 자라듯이 여러분의 성적이 향상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냅시다. 나는 모죽나무다! 파이팅! 하면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성적 향상이 안 된다고 조바심 내지 말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의 성적이 어느 순간 죽죽 향상되어 450점 만점이 넘는 학생이 나올 것도 같습니다.” 했더니 학생들이 환히 웃습니다. 농사 중에 제일이 자식 농사일 것입니다. 아이들 성적이 기대했던 것만큼 오르지 않아 조바심도 나고 걱정이 많이 될 것입니다. 입시생들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7,8월은 지옥과 같은 시간들입니다. 그래도 ‘모죽’이 뿌리 내리기 위해 5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듯이 기초를 튼튼히 다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때가 차면 성적이 많이 향상되리라 생각합니다.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말씀들로 격려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성적 향상이 더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학생 자신입니다.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잘 챙겨 주시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 부탁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반 급훈이 ‘심은 대로 거두리라.’였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침 일찍부터 교실 뒷자리에 앉아 영어 공부를 하시면서 자습 지도를 하시고 조례 시간에 “여러분은 여러분 인생을 위해서 무엇을 심을 것인가를 늘 고민하면서 살기 바랍니다. 사람은 늘 자기가 심는 것을 거두게 되니까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하시며 우리 반의 급훈 선정 배경을 말씀 해주셨습니다. 서른 네 해가 지난 지금도 그날의 말씀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들로 저도 선생 노릇하면서 학생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은사님들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있고, 같은 목표 목적을 위해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동료 선생님들이 곁에 있고, ‘모죽나무’와 같은 소중한 학생들이 늘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모죽나무’와 같은 아이들이 좋은 것들을 심을 수 있도록 그리고 개개인의 인생을 위하여 뿌리를 튼튼히 내리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아이들이 인생의 소중함을 알아 ‘심은 대로 거두리라’는 목표 의식을 갖고 ‘모죽나무’ 처럼 인생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시간들을 보내기를 기대하며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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