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비가오지 않아 식물도 땅도 냇물도 메마르고 그 속에서 함께 마음도 메말라 가는 것 같았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가 와서 땅을 적시고 식물들이 생기를 내고 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한결 마음의 여유와 평안이 생긴다.
어제는 그동안 그냥 두었던 꽃밭을 정리했다. 마른 꽃들의 잔재를 걷어내고 우거진 나무와 꽃들의 잎을 제거하고 새로운 꽃모종을 가꾸며 옮겨심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봄부터 계속해서 꽃들이 피고 지고 피는 현장이었음을 되돌아보게 된다. 흔적도 없고 형체도 없이 사라진, 의미만 남기고 간 꽃들도 있는가하면 피었던 줄기와 잎을 남기고 사라진 꽃들도 있고 내년을 기약하며 기다리는 꽃들도 있다. 지금은 해바라기, 봉숭아, 채송화, 백일홍, 종이 꽃, 원추리, 분꽃, 나리 등이 피어있고 자라고 있다. 김소월은 이러한 생명의 존재를 그의 시 산유화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산에서 우는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봄을 맞이한 후 많은 꽃들이 피고 졌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꽃들을 그리워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핀 꽃들을 예뻐하며 좋아한다. 그래서 ‘인생은 풀과 같고 그 영화는 풀의 꽃과 같다’고 한 것 같다.
2016년을 맞이하고 보낸 반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 시간들이다. 수많은 꽃들이 피고 졌고, 나뭇가지가 우거졌으며 마늘을 수확하고, 감자를 수확하고 양파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한 시간들이며, 고추를 자라게 하고 오이와 수박과 참외와 옥수수와 온갖 식물 들을 자라게 한 시간들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국가적으로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정논단으로 인한 대통령의 탄핵과 관계자들의 구속과 재판. 대통령선거로 새 정부가 출범하고 임명된 인사들의 청문회, 3년 동안 방치된 세월호의 인양과 조사,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등... 여전히 지금도 이런 일들이 진행 중에 있고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당하면서 분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같기도 한고 탄식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반년의 시간 속에서 수많은 일들이 있듯이 또 남은 시간동안 어떤 일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늘 좋은 것을 기대하며 꿈꾸어 보았으면 한다.
봉숭아의 꽃잎이 많이 열리면 꽃잎을 따서 손톱에 물들이며 즐거워 할 모습을 상상한다. 하루 만 피었다가 지는 채송화를 보며 그 하루의 짧은 시간을 위하여 존재하는 모습을 보며 사명을 생각한다. 백일홍의 화사한 꽃잎을 보며 다양한 색깔과 색상의 선명함을 통해 다양성 속에서의 조화를 생각해 본다. 해바라기의 화사한고 둥근 해를 닮은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해바라기 같이 주변을 밝게 하는 모습이 되고 싶다.
예쁜 꽃이 피고 짐에도 많은 잔재들이 남아 정리해야만 또 새로운 꽃들이 그 자리를 아름답게 차지하듯이 우리에 주어진 각종 삶의 문제들이 정리 될 때 또 새롭고 희망적인 모습들이 갖추어지게 될 것이다. 7월을 시작한다. 지난 반년동안 피었던 꽃들의 잔재를 정리하면서 또 다른 아름다운 꽃들로 꽃밭이 가득 채워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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