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운동과 불교개혁의 역사·문화적 거점공간이었던 화과원. 6.25 한국전쟁의 난리통에 건물들이 모두 불타 잿더미가 되었던 이곳의 국가사적화를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암산 심처에서 의기를 불태웠을 백용성 선사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모습은 세월의 흐름에 모두 잊히고 말았지만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화과원과 이를 건립한 백용성 선사의 뜻이 이어지며 60여년이 지난 현재 이곳을 재건하고 그 큰 뜻을 이어 받을 수 있는 국가사적지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지난 6월26일 함양군과 동국대, 그리고 대각회의 화과원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주>
백용성 선사를 기리는 사람들지난 6월26일 오전 9시. 함양군청 앞에 주차된 대형버스 앞으로 군청 관계자와 문화원, 향교 등 지역의 원로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백용성 선사와 화과원을 기억하는 이들로 서울의 동국대학교에서 열리는 ‘화과원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바쁜 걸음을 했다. 임창호 군수를 비롯한 20명이 탄 버스는 지난 60여년간 잊혀져 가던 위대한 업적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국대는 대한민국 불교 정통성을 논리적·이론적으로 연구하는 곳으로 화과원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사적을 체계적으로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어렵게 화과원 국가사적 지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화과원 국가사적화를 위해 학계와 정계, 사회에서 후원회를 결성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화과원 국가사적화를 위한 협약 체결을 통해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해 반드시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길 바란다. 국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역사적 자료를 발굴하고 후세에 교육의 장으로서 발전시켜 함양의 훌륭한 문화 역사적 자원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 좋은 의견을 주셔서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당부한다.” 이번 동국대와의 협약에 대해 설명하는 임창호 군수. 그렇게 협약 체결을 위한 일행은 협약식이 열리는 동국대학교로 출발했다. 백용성 선사와 화과원함양군 백전면 백운리 50번지 외 16필지. 백암산 8부 능선에 위치한 ‘백용성 선사 화과원 유허지’는 지난 2000년 8월31일 경남도 기념물 제 229호로 지정됐다. 기미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로 참여한 백용성 선사. 화과원(華果院)이 건립된 것은 1927년으로 백용성 선사가 64세 되던 해다. 백용성 선사는 백암산 8부능선의 산림과 황무지를 개간해 과수를 심고 화과원이라는 농장을 설립했다.
화과원에서 과일을 재배하고 도자기를 구워 팔아 마련한 자금은 군산항을 통해 비밀리에 중국 상해와 용정 등의 독립군에게 전달돼 독립운동에 큰 힘을 보탰다. 현재도 등산로를 통해 40분 이상을 올라야 겨우 닿을 수 있는 화과원이 예전에는 일본의 서슬 퍼런 눈길을 피해 활동할 수 있었던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선농불교를 실천하며 일제시대 독립운동 자금조달을 위한 농장 화과원은 불교를 바탕으로 독립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성지이기도 하다.
화과원의 전체 면적은 7138㎡로 6.25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고 일부 건물터만이 남아 있다. 소실 전에는 16동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법당터와 선불량터, 요사채터 등 9개동의 건물터와 화강암 부도 1기, 도자기 굽던 가마터 1기, 지하저장고 1기, 석조절구통, 석조물통 등을 비롯해 당시 심었던 배나무와 감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고목 등이 화과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추정되는 규모나 남아있는 유적 등만 봤을 때도 화과원의 규모는 엄청났을 것이다. 현재는 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대각회의 소유로 제월스님이 관리하고 있다. 화과원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한 협약버스를 이용해 약 4시간여가 지나 도착한 서울시 중구 동국대학교. 동국대 관계자들이 반겼다. 우선 총장실로 안내되어 간단한 티타임을 통해 근황을 물었다. 이후 교무위원회의실에서 본격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동국대학교 총장 보광스님, 임창호 군수, 화과원 국가사적지지정추진위원회 김창덕·오일창 위원, 김흥식 함양문화원장, 화과원 관리자 제월스님, 함양향교 노재용 전교, 김광식 만해사상연구소장, 정승석 불교학술원장, 화과원 국가사적지추진위원회 공창석 위원, (재)대한불교조계종 대각회 이덕행(혜총) 이사장을 대신해 김형문 사무국장을 비롯한 대각회 회원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과원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서 임창호 군수와 동국대학교 총장 보광스님, 그리고 대각회 김형문 사무국장이 협약서에 각각 서명하고 백용성 대종사 화과원 유허지의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해 협력 및 각 기관의 발전 도모와 우호를 증진키로 약속했다.
이번 협약으로 함양군과 동국대학교는 화과원을 국가사적지로 지정하기 위한 각종 학술연구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되며, 화과원을 함양군의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개발을 위한 연구 및 정책자문에도 협력하게 된다.군과 동국대측은 화과원의 국가사적지 지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실무추진위원회를 두기로 했으며, 세부사항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경우 자문위원회도 두기로 했다.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한 토론업무협약이 끝나고 화과원 국가사적지 지정을 위한 보다 발전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업무협약 이후 함양군과 동국대, 그리고 대각회가 서로 힘을 모아 국가사적지 지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우선 실무협의회를 만들고 이에 발맞춰 각 기관에서 해야 할 일들을 설정했다.
공창석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 : 함양군은 결과적으로 상림이나 지리산 등으로 먹고사는 것이다. 화과원을 둘도 없는 명물로 만들고, 대한민국의 명물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동국대도 하나의 커다란 부처님 자산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누구든지 다 수긍하고 모델 케이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갔으면 한다. 실무적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3자가 추진 계획을 수립해 실무위원회를 가동해 사적지가 될 때까지 그 기간을 설정해 지혜를 모아 단계별 해야 할 일들을 준비해 나갔으면 한다.
임창호 군수 : 실무추진단 결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함양 화과원 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동국대에서 경험 등도 많고 모든 것에서 앞설 것이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
한태식 동국대 총장 : 하나는 세미나 준비를 해야 하고, 또 하나는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어떤 신청서류를 내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느냐다. 문화재 위원들의 구미에 맞게 맞춰야 한다. 동국대에서 연구자들이 서류 작업 등을 하고, 대각회에서 세미나 준비를 해 주면 될 것이다. 전체를 통괄해서 진두지휘하는 것은 김황식 교수가 해 주어야 할 부분이다. 함양군의 먹고 살 수 있는 먹거리를 개발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김광식 교수 : 백용성 스님에 대해 25년 정도 연구를 했고 일대기를 펴냈고, 논문 20여편을 저술했다. 지난해 용성스님 모든 자료 전집을 20권으로 용성 전집을 만들어 냈다.
앞으로 백용성 스님의 사상이나 이념, 불교사에 끼친 영향이 미진한 부분이 많아 앞으로 학자들이 많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불교계 민족대표가 만해스님과 백용성 스님 두분인데, 만해스님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용성스님은 연구가 되지 않았다. 20여년 전에 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다.
화과원에는 5~6번 다녀오고 논문도 썼다. 이제는 학술적인 주목도 받게 되고 개발. 문화 관광 등 문화의 거점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화과원의 이상이나 역사성을 되찾으려면 관련된 학술적 자료 검토와 지역사회와의 연관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만 하나의 역사 유적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화과원을 중심으로한 백용성 스님의 역할을 함양의 역사 문화 차원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 업무협약을 마치고 다시 함양으로돌아오는 버스 내에서 오일창 화과원 국가사적지 지정 추진위원회 운영위원장이 화과원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백용성 대선사께서 불교계에 남기신 업적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로 참여하셨다. 불교계에는 첫 번째로 교회에 찬송가가 있듯 찬불가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두 번째는 일본이 우리나라 불교를 대처승 제도로 만들려할 당시 비구계를 꿋꿋하게 이끌었다. 세 번째는 불교 경전이 한글화다. 이 3가지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백용성 대선사의 업적이다. 우리나라에 백용선 선사의 성지로는 본산인 대각사와 생가인 장수군, 해인사 용성선사 승탑 및 탑비, 그리고 화과원이 있다. 선사께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신 곳이 화과원이다. 이를 잘 활용해 함양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이날 오전 9시30분에 함양을 출발했던 일행은 오후 6시가 넘어 함양에 도착했다. 참여한 모두는 백용성 스님의 큰 뜻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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