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를 담당해 온 박종철 진로상담교사가 100회를 끝으로 독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습니다. 101회부터 연재되는 교단일기는 김경숙 전초등학교장, 이황수 함양고교사가 새로운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학부모, 학생, 교육관계자 등 교육과 관련하여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교단일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교단일기는 2주에 한번 독자들을 찾아갑니다.EBS의 교육대기획 <학교란 무엇인가>는 제38회 한국방송대상을 비롯하여 총 14개의 상을 휩쓴 교육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기획을 2012년 책으로 읽었다. 제2권의 책 날개에 ‘학교學校’를 정의하고 프로그램 ‘학교란 무엇인가’를 설명해 두었던 것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EBS는 ‘학교’를 포괄적으로 정의하면서도 학습활동의 특수한 사례와 수업, 특정 교육활동에 대해서만 다루었다. ‘일정한 목적, 교과과정, 제도 및 법규에 의해서 교사가 지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라고 학교를 정의했으나 ‘교사가 지속적으로 학생에게 실시하는 교육’만 사례중심으로 다룬 것이다. ‘교과과정’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의한다는 것도 간과한 것 같다. 교과는 과목을 뜻하고 교육과정은 학교교육목표와 중점교육활동, 교과교육, 방과후교육, 돌봄 등, 학생들의 전반적인 교육활동을 망라한다. 학교는 매년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그에 따라 운영되며 교과과정은 그중 범위가 가장 넓고 영향력이 가장 크다. 따라서 이비에스의 ‘학교란 무엇인가’는 그들이 보여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만 조명했다. 미셀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유니폼을 입는 집단은 통제를 받는 집단이며 통제가 가장 심한 집단은 군대와 학교와 병원이라고 했다. 학교는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자율적일 수 없는 집단이다. 교과와 법정수업시수와 지도목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등교시간은 학교장의 재량에 의한다는 법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감(경기도) ‘권고사항’이라는, 법을 뛰어넘는 또 다른 통제를 받는 집단이다. 학생 한명을 교육하는 데 얼마나 많은 제약이 있는 지, 학교가 얼마나 제도와 법규에 종속되어 있는지를 생략하고 이비에스는 수업과 학생과 교사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학교가 안고있는 제도적인 문제와 현실문제는 이비에스가 전폭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었던 혁신학교의 큰 고민이 된다. 혁신학교는 서울의 남한산초등학교가 소규모 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사토마나부의 이론과 함께 북유럽의 교육을 모델로 삼고, 몇몇 혁신학교 교장들이 이비에스의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의 멘토로 활동했다. 혁신학교는 교육과정 편성권과 교사초빙권, 그리고 재정지원과 예산편성의 자율성을 가지며 평등교육과 경쟁없는 교육을 추구했다. 이우고등학교는 1,2학년까지는 교과서 없이 공부하고 3학년이 되면 교과서로 공부한다. 당시 혁신고등학교의 문제를 직시한 이우고등학교 연구부장의 연수자료가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제도와 법규, 학부모의 정서와 교육인식 등, 현실은 변하지 않는데 일부 학교의 학생활동만 변화하려고 애를 쓰는 형국이었다. 경남은 최근 ‘행복학교’라는 이름으로 가장 늦게 출범했다. 기회는 평등하게 부여되어야 하지만 기회에 입각한 개인이나 팀은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회의 모습이다. 세계의 모든 대회와 비즈니스와 국가 경쟁력이, 인간의 삶이 그것을 말해준다. 경쟁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경제·문화·역사가 다른 유럽의 교육을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치열하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치열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나쁜 경쟁이나 불합리한 경쟁은 방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며 지속적인 교육실험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사회의 변화 없이는 무의미하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는 교육개혁을 예고했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이 고교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화와 혁신학교 확대이다. 7월에는 2015년 개정교육과정을 반영한 2021년 대학입시 개편안이 발표될 것이다. 어떤 정책이든 명암은 있기 마련이며 하나가 충족되면 또 하나가 결핍되는 현상도 수없이 보았다. 이상적일수록 현실과 괴리가 생긴다는 것도 익히 경험했다. 절대적으로 옳은 것과 절대적으로 옳지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이 인간사회다. EBS가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포괄적인 명제를 붙인 것은 어쩌면 여전히 알 수 없는 거대한 학교사회의 정답이 없는 ‘교육’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새 정부의 교육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개편안에 따라 초·중등 교육의 방향은 새로이 모색되리라 본다. 혼란이 최소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눈여겨 보며 교단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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