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네요. 더위에 숨이 막힐 정도로 건조한 날씨는 오래가고, 한줄기 비가 내려도 잠시 땅만 적실뿐 논과 밭에는 큰 효과가 없는 듯 싶습니다. 옥수수를 심고 물을 대어준 논에는 옥수수가 무척 자랐는데 물이 가지 않은 논의 옥수수는 키가 반도 자라지 않고 있어서 애가 타는 심정입니다. 산의 물이 내려오고는 있지만 이웃집들의 논의 벼가 물이 더 절실한듯하여 옥수수에는 물을 대어줄 엄두도 못 내고 남편은 물대기를 포기했다고 하네요. 속 좁은 여자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같은 농사인데 맨날 남의 형편만 살피다가 손해만 보는듯해서 남편에게 여러 번 불만도 많답니다. 좋은 일을 하고 봉사를 하는 일들이 다 좋지만 가족이 먼저이고 우리가 살아야 남을 도울 수도 있을텐데... 남편은 무슨 속 깊은 마음인지 모르겠어요.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속도 타고 이래 저래 싱숭생숭한 요즘이네요. 하지만 우리 마을은 먹는 물 만큼은 마음대로 먹고 사용할 수 있어서 올해 같은 깊은 가뭄에는 큰 복인 듯 싶어요. 뉴스에 보면 먹을 물이 없어서 고생하는 곳도 많더라고요. 먹을 물이 없는데 씻는 것은 더욱 어렵겠지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씻을 물 먹을 물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았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아요. 동내 물탱크 청소한다고 수돗물이 잠시 멈추는 날에도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집 앞 강물도 너무 말라서 저러다 강에 물고기는 어떻게 될까 할 정도로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아무튼 한국으로 시집온 이후 올해 같은 가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그래서 요즘 저의 소원은 비가 많이 오는 것이랍니다. 남편의 마음도 저와 같을 듯 싶네요. 7월이면 옥수수를 수확해야하는데 약500평의 논에는 옥수수가 무난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나머지 1000여평은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랍니다. 이미 예약 주문을 많이 받아 두었다고 걱정이 태산인 남편. 농산물유통시설을 지어야 해서 그 일로 머리가 무거울 텐데 사회적으로 또 여러 일을 맡아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떨 땐 남편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건물을 어찌 지을지 의논을 하는 남편에게 별다른 도움되는 이야기를 못해주지만 큰 일이 있을 때면 꼭 의논하고 아내를 배려하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마음만은 늘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보곤 한답니다. 처음 시집와서는 밖으로 도는 남편이 참 원망스럽고 불만도 많았는데 한국에서의 먹고 사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지난 10년~ 어느새 저의 몸에도 배인 듯 싶네요. 한때 술을 많이 마시고 늦은 귀가로 피로가 누적된 남편은 그로 인해 몸이 좋지 못하였는데 최근에는 병원에도 열심히 다니고 술도 아주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등 건강을 위해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랍니다.가족을 두고 먼저 갈 생각을 하니 몸을 챙기게 되더라는 남편. 남편이 지나치게 건강하여 건강에 관한 어떤 관심과 노력도 해보지 못하였는데 요즘은 한국 아줌마들이 남편을 챙기듯 저도 남편의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들을 챙기고 있답니다. 하지만 한국 아줌마들의 모습만큼 되려면 저는 아직도 많이 노력해야할 듯 싶어요. 특히 자녀 교육만큼은 정말 본받고 싶을 정도로 대단하더라고요. 어린 나이로 부모님과 헤어져 한국에 시집올 때만 해도 버스조차도 스스로 탈줄 몰랐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을 줄도 몰랐는데 어느새 제가 두 아이 엄마가 되고 이만큼 성장했나 싶을 때가 많답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찌개 종류와 미역국, 시래기국 등 국 종류부터 멸치볶음, 버섯볶음 등 한국식의 김치를 비롯한 수많은 반찬류, 장아찌류, 장류 등을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해 다문화가정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인의 밥상”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하였지요. “인간극장”에 출연 후에는 주변 이웃과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도 격려와 칭찬 편지가 오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격려 편지와 방문객이 오곤 하였지요. 이만하면 대단하지 않나요? 그런데도 남편은 저를 아직도 걱정스럽게 보고 있으며, 배움에 대한 주문은 볼 때마다 연설처럼 강의하곤 한답니다. 아내인 제가 좀 더 잘 되길 바라는 남편 이야기가 하나도 틀린 말은 없지만 칭찬을 제일 듣고 싶은 곳은 사실 남편이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어쩌다가 가끔이지만 맥주도 한잔 한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남편은 아마도 알고 있나봐요. 맥주를 한잔 했다고 하면 잘했다고 하기도 하고, 또 한잔씩 권하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늙어 가는 건가봐요~^^ 비가 시원하게 내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땅이 해갈이 되었으면 싶네요. 전국의 주간함양 독자님과 모든 가정에도 시원한 여름 되시길 빌게요. 탱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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