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봉산 계곡에 살다 읍내로 이사 왔다. 자연 산천만 부르짖던 내가 조그마한 읍내지만 사대문 안 대처 사람이 되니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아직은 낯설고 어줍다. 도시 같은 읍내 생활이 영 맞지 않을 거라 절망했었는데 살아보니 생활도 생각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환경적응을 하나보다. 아파트 12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함양 시내의 야경은 일품이었다. 매일 밤 별천지 파노라마가 펼쳐져 천일야화를 꿈꾸는 듯하다. 낮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 주인공 필리어스 버그처럼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둥둥 떠서 둥둥 발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산다. 마치 하나님이 된 듯하다. 심심한데 예수나 되어 볼까? 팔을 양 옆으로 편다. 브라질의 관문 높은 산에서 리오데자네이루 도시를 품고 있는 예수상 코르코바도 흉내를 내본다. 심심한데 타이타닉의 주인공 디카프리오나 되어볼까? 베란다에서 아내의 팔을 잡아 펼치고 도시를 내려다본다. 손오공이나 되어볼까? 함양 시내의 모든 곳을 손바닥 안에 놓고 바라보며 아, 여기가 거기로구나. 거기가 여기로구나 하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 멀리 천왕봉과 삼봉산과 오봉산과 대봉산과 필봉산과 백운암으로 둘러싸인 함양. 이 손바닥만 한 한들 벌판에 4만의 함양 주민들이 매일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고 먹고 생활하며 꿈을 꾸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니 우리는 다 한 가족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나는 슬슬 함양거리를 어슬렁거리며 함양을 구경해보기로 하였다. 15년을 살았지만 함양 곳곳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벽 또는 저녁 무렵의 상림숲을 걸어본다. 함화루의 생수를 벌컥 들이키고 고운을 생각한다는 사운정에 맨발로 올라본다. 물레방아 고장의 물레방아간을 돌아보고 필봉산 중턱도 헉헉거리며 다녀본다. 여중 길가에 있는 아주 작은 카페 마이쥬스에 가서 과일즙 비타민 만땅쥬스를 마셔본다. 제법 세련된 젊은이들이 도시풍을 탐닉하며 커피를 마시는 캐빈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시다 들고 나와서 거리를 걷는다. 정통 차이나 중국집에서 특 짬뽕을 먹어본다. 괜히 사우나에 들어가 샤워 한번 해보고 나온다. 파리바게트에 들러 빵 몇 조각 놓고 창가에 앉아 거리를 내다보며 도시의 환상에 젖어본다. 명랑핫도그에서 줄서서 한 꼬치 사먹어 본다.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차를 타고 행복마을에 가 뱅뱅 돌고 돌며 집 구경을 한다. 집과 정원이 각양각색이다. 집도 주인의 성격과 성품을 닮는 모양이다. 사람을 느낄 수 있다. 곰실 마을 끝까지 가본다. 지곡 한옥마을 흙담을 기웃거려 본다. 용추계곡을 횡단하여 서상 서하 민들레 울 등 알지 못하는 곳도 천천히 이곳저곳 구경하며 더듬어 다녀본다. 보면 볼수록 시골 풍경이 정겹다. 함양 살펴보기. 다볕 골 속 깊이 사랑하기. 내 마음 속 어디선가 계속 LP판이 돌아가며 노래가 들려온다. 마음에 님을 따라 가고 있는 나의 길은 꿈으로 이어진 영원한 길.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방랑자여, 방랑자여, 노래를 불러라. 오늘은 비록 눈물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먼 훗날엔 우리 다시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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