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가던 식당이다. 군민들이라면 한번쯤은 들러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김치찌개도 맛있고, 삼겹살과 등갈비도 일품이다. “이게 10년 된 겁니다.” 묵은지(오래된 김장 김치)를 들어 보이며 말하는 사장님. “에이. 어떻게 김치가 10년을 가요. 저기 메뉴판에도 5년 숙성 김치라고 쓰여 있네요.” 믿지 못하겠다는 말에 사장님은 묵은지의 전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함양읍에 있는 ‘솥뚜껑삼겹살’. 이중권·김옥경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의 가장 큰 인기는 10년 된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묵은지다. 묵은지로 만든 김치찌개 국물은 일품이다. 그리고 솥뚜껑 위에서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과 묵은지를 함께 먹으면 그 맛 또한 따라올 것이 없을 정도다. 각설하고 일단 10년 된 묵은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꼭꼭 숨겨놓은 묵은지 저장고로 향했다. 차를 타고 10분 구불구불 그의 숨은 저장고 앞에 섰다. 2동의 저장고는 1곳이 6평 다른 곳은 5평으로 모두 11평이다. 가지고 온 열쇠로 저장고 문을 여는 순간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저장고의 온도와 줄지어 선 푸른색의 대형 통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바로 2008년 담근 김치예요” 한통에 80kg 정도 나간다는 대형 통 수 십 개가 줄지어 섰다. 통의 뚜껑을 열면 매듭으로 묶인 비닐봉지 안에 묵은지가 들어있다. 통 바깥에는 ‘08’이라고 2008년에 담갔다는 표시까지 있었다. “2008년에는 7000포기를 담갔어요. 무게만 25톤으로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11월30일부터 보름간 담근 겁니다.” 신기하게 10년이 지났어도 삭지 않고 그대로다. 한쪽에는 12년 된 김치도 있다며 자랑한다. 꾸준하게 사용해서 이제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양의 10년 된 묵은지가 한가득이다. “일반 김치 담그는 것과 똑같지만 양념을 조금 적게 하고 밀봉해 0~1도를 맞춰 놓으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천천히 삭은 김치, 황금빛 가득한 10년 산 묵은지의 비밀은 밝혀졌다. “손님들이 10년 되었다면 믿지를 않아 이렇게 그냥 5년 되었다고 적어 놓은 겁니다” 식당으로 돌아와 메뉴판의 비밀에 대해 설명까지 하는 이중권 사장. 이 사장이 식당을 시작한 것은 15년 전으로 서울에서 가구 판매를 하다 고향 함양으로 들어왔다. “처음 묵은지를 만든 것은 대형마트에서 일반 김치가 5만원이면 2년 된 묵은지가 7만3천원에 판매되는 걸 봤어요. 이건 되겠다 싶어 김치를 많이 담갔죠.” 이후에 묵은지 김치찌개 체인점도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많은 노력과 돈이 들어간 묵은지를 아무에게나 줄 수도 없어 자신의 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묵은지 김치찌개를 만들어낸다. “가끔 김치를 찾는 분들도 있어요.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것을 돈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어차피 식당에서 사용하는 거니까요” 솥뚜껑삼겹살의 손맛은 아내 김옥경씨 몫이다. “그냥 만드는데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사코 말하기를 거부하는 그녀. 묵묵히 남편을 뒷바라지 하며 언제나 주방을 지키는 그녀다. 삼겹살과 등갈비 등 다양한 메뉴 20여 가지가 있는 솥뚜껑삼겹살에서는 자랑할 것도 많다. 우선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재료 역시 수입산이 아닌 국산만 고집한다. 삼겹살 등 육고기도 최상품만 사용한다. 그러니 이곳에서 식사를 한 이들 모두가 ‘집밥’을 먹은 것 같은 마음속 푸근함까지 가져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을 만들면서 이런 기본 재료들을 아낄 수가 없어요. 찾아오시는 분들이 기분 좋게 맛있게 식사하시고 가시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끼니까요” 좋은 재료만 사용하니 수익은 계속 떨어졌다.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인건비를 줄였다. 몸은 힘들지만 그만큼 건강한 음식들이 손님들을 즐겁게 한다. 가게에는 제46회 도민체전(2007년) 축구우승, 54회 도민체전(2015년) 우승 등의 대형 기념사진이 걸렸다. 함양중 축구부에서 촉망받는 선수였던 이중권 대표는 시간이 가면서도 자라지 않는 키로 인해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 들어와 사진 속 46회에서는 선수로, 54회에서는 감독으로 각각 나가 우승한 것이다. 그는 아직도 운동을 좋아해 시간 날 때마다 운동을 즐긴다. 읍체육회 부회장, 군체육회 이사, 축구협회 홍보이사 등 체육 관련 단체는 물론이고 청소년 위원과 로타리클럽 등 활발한 사회활동도 펼친다. 매일 오전 8시30분이면 가게에 나와 오후 11시30분에 들어가는 생활. 힘들지만 10년 된 묵은지 만큼이나 진국인 이중권 대표. 그는 그 동안 김치를 많이 담그지 않았지만 올해는 1000포기 정도의 김치를 담글 계획이다. 이 김치 또한 10년 후에는 솥뚜껑삼겹살을 대표하는 묵은지로 변신할 것이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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