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푸석 마른 풀밭에 먼지가 난다. 가뭄에 성장을 멈추고 쪼그라진 과수 열매를 따내고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양파가 끝내 쓰러지는 것을 속 태우며 바라보는 농민은 속절없이 당해서 서럽게 운다. 벌써 올해도 양파값이 비쌀거라 운운한다. 뙤얕볕에 자꾸 타들어가는 농작물은 농민의 애를 태운다. 메마른 대지 위에 단비가 흠뻑 내려서 가뭄을 해갈하면 참 좋겠다. 이렇듯 농심은 타들어가고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울 텐데 한여농 사무국장을 맡은 내가 단체 봉사를 앞두고 어려운 부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했다. 여성협의회에서 한달에 한번씩 단체별로 돌아가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밑반찬 만들어주기 봉사를 하고 있다. 6월달은 한국여성농업인 단체가 맡았다. 여성농업인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한참 바쁜 농번기라 시간내기가 참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임원진들 모두 대농가여서 일꾼을 사서 일하는 처지인데 자기일 제쳐 놓고 봉사하러 오라는 말이 참 어렵다. 이 계절에 얼마나 과수나 농작물을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한해의 풍년을 점치고 가을 수확을 결정하기 때문에 더없이 농민은 바쁜 계절이다. 농사는 다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기를 놓치면 한해 농사를 망치므로 옛날 어른들은 이맘때면 “죽은 송장도 벌떡 일어나 일을 거든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사과 적과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양파는 캐기 시작해야 할 시기고 자원봉사 날짜 잡는 게 쉽지 않아서 고심 끝에 양파캐기 직전에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바쁜 농번기에 자기 집 일 제쳐 놓고 봉사하러 간다면 부군들께서 좋아할 리가 만무하다. 대부분 미쳤다고 정신 나갔다고 그럴 것이다. 그런 사정들을 잘 알기에 차마 자꾸 나오시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문자보고 모두들 호응해주고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답장이 와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지난번 꽃밭 잡초제거에 참여 못해서 미안하다며 바쁜 시간 쪼개어 아침 일찍 각 읍면 회장님과 회원들이 달려왔다. 멀리서 오는 회원들은 날이 밝기가 무섭게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출발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그 마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책임이 무엇인지 어깨에 짐 하나 지우면 그 모든 것을 힘들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주는 각 읍.면 회장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다.앞치마 입고 고무장갑 끼고 야무지게 무장하여 둘러앉아 배추통을 잘라 잘게 썰고 한쪽에서는 소금 녹이고 배추 절이고 어젯밤 끓여 놓은 육수에 갖은 양념 듬뿍 넣어 주걱으로 휘저어 놓는다. 어묵도 맛난 요리로 뚝딱 만들어 담고 돼지고기 장조림도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맛나게 만들었다. 누가 뭐라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손발 맞추어 잘 해내는 내공이 쌓인 주부구단들이다. 회장님의 열정적인 리더와 회원들의 결집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무적 용사가 되어 있었다. 일을 겁내지 않고, 몸을 아끼고 사릴 줄 모르는 정말 순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사람들 그런 분들의 작은 정성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맛있다. 골고루 섞인 양념의 맛이 먼저가 아니라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밑반찬을 받는 분들도 감동이 두 배가 되어 고마워 할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럿이 함께 봉사하는 그 시간들이 즐겁고 끝난 후에 느끼는 그 무언가 밑바닥에서 끓어 올라오는 뿌듯함이 몸의 고단함도 잊게 해주는 마법인 듯 싶다. 이글을 통하여 어떤 단체든지 비슷한 상황이라 말하고 싶다. 자칫 단체 자원봉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서로 소중한 시간 나누어 좋은 일에 참여하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바쁘지만, 단체가 함께 봉사하다 보면 재미와 기쁨으로 충족되고 보람차다.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해서 아름다운 동행길에 들어설 수 있고 서로 합심하여 작은 온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원봉사는 내 마음을 모르는 누군가 대상을 향해 던지는 함께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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