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상치 않다. 밭작물 파종은 엄두도 낼 수 없고 심어 놓은 작물들도 성장을 멈춘 채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내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사는 물론이고 심어 놓은 많은 나무들이 큰일이다.
가로변이나 공공시설물에 옮겨 심은 나무들의 상당수가 벌써 잎이 말라 들어가고 있다. 물구덩이 만들어서 물 한 동이만 주어도 살릴 수 있는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행정은 손을 놓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함양군에서 심은 나무들만 다 자라 성목이 되었다면 함양은 온통 나무 천지가 되고도 남았으리라. 지주대 세워 옮겨 심은 나무치고 제대로 자라 숲을 이루거나 성목이 된 경우는 백전 벚꽃, 하림 숲 정도이고 대부분 심은 나무는 절반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거나 다른 수종으로 바꿔 심기 일쑤다.
군에서 심은 나무치고 한 주당 10만원 이하의 나무는 없을 것인데 심고 죽이고, 다시 심고 또 죽이고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군수와 공무원들은 입이 있으면 말 좀 하라 이르고 싶다.
이런 악순환의 근본원인은 사후관리를 안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생육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수종 선택과 식재방법이다. 대부분 공사장은 거름기 없는 마사토로 성토되고 있고 조경수들은 물론 잔디도 그 깡마사에 심는다. 그러고는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않으니 나무는 죽기 마련이고 잔디는 풀밭이 될 수 밖에 없다.
함양의 대표적 유교문화 자산이라고 자랑하는 남계서원을 가 봤더니 죽은 지 몇 년은 되어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은 지주대에 묶인 채 죽어있고 한 주당 수 백 만원이 들어갔을 키 큰 소나무들조차 생기 없이 곧 죽게 생겼더라. 오죽하면 이름 적어 놓고 가는 방명록에 관리 좀 제대로 하라는 핀잔의 글귀를 적어 놓고 가겠는가?
관광안내소 앞 느티나무는 12그루 중 8그루는 죽었고 4그루도 시들어 가고 있었다. 예산 많이 확보했다고 자랑 늘어놓지 말고 돈 들여 해놓은 것들 관리 좀 제대로 하기 바란다.
군수, 군의원들은 눈을 감고 다니는지 모르겠고 과장이며 계장이며 그 많은 공무원들은 제 집에 나무가 말라 죽어가도 그러고들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나무를 심을 요량이면 수종에 맞게 심을 땅을 미리 점검해서 필요하다면 토양치환도 하고, 심은 후 5년간은 물주기와 거름주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하자 보식기간도 좀 늘려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런 것들이 식재 공사원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심은 나무는 죽지 않게 해야 한다.비단 나무뿐이겠는가? 건축물이며 안내판과 같은 구조물도 시설공사 후 사후 관리를 안 해 엉망으로 방치된 사나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어렵게 확보한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들이 몇 달 가뭄에 죽어가는 나무 꼴이 되지 않도록 행정에서는 사후관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