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고 싶어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배를 타고 가는 여행이 좋을까요?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이 좋을까요? 버스를 타고 가도 좋지만 일본에서는 맛있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가는 기차여행이 요즘엔 또 인기가 많답니다. 그 도시락을 일본에서 에키벤 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어로 에키가 기차역이고 벤은 벤토(도시락)의 첫글자 벤을 붙입니다. 이것은 기차역이나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여객을 위한 도시락입니다.
1885년7월16일 지금으로부터 132년 전에 토치기현의 우즈노미야 역에서 주먹밥을 판매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배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간단한 도시락이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도시락을 어께에 맨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왔다 갔다 하면서 판매했습니다. 기차 창문을 열어 부르면 거기까지 와주시고 우리는 돈을 현금으로 드리고 샀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으로는 얼마 못가서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차내판매가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다시 못 보게 되었습니다. 에키벤 살 때 큰소리로 “아저씨 도시락 주세요~” 라고 외치면 바로 달려와 주셨던 풍경이 지금은 아주 귀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에키벤이 지방마다 여행객의 관심을 끌어오기 위한 판매전략이 되었습니다. 그 지방의 특산물이나 역사적인 인물, 유산을 본으로 하여 디자인한 도시락도 많이 나왔습니다. 에키벤은 그 지방의 역사와 풍습을 담고 있는, 일본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에키벤의 역사나 여행 형태에 큰 변화를 일으킨 계기는 일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도카이도 신칸센(일본에서 운행되는 고속열차)가 개통된 것입니다. 신칸센 덕분에 국내이동 소요시간이 많이 단축이 되었습니다. 출퇴근을 신칸센으로 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도시락도 많이 변하고 다양화 되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일본 도시락에 대해서 검색해보면서 놀란 부분이 많았습니다. 옛날부터 있었던, 제가 아는 유명한 도시락보다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현재 일본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키벤은 약2500여종이 된답니다. 에키벤의 수요확대를 위해서 에키벤의 날까지 생겼답니다. 판매전략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일본사람의 에키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차여행을 가면 꼭 그 지방의 에키벤을 먹고 그 지역의 맛을 보는 것이 일본식 여행의 재미입니다. 그리고 일본사람이라면 에키벤의 추억이 한 개 두 개 꼭 있습니다.
혹시 일본여행을 하신다면 꼭 그 지방의 에키벤을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화 "에키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화 되어 나온 만큼 인기 있는 만화책인데 그 속에는 많은 도시락이 소개 되어있고 그 지역의 안내 글도 많답니다. 관광 팸플릿도 좋지만 그 만화책 한권을 가지고 가서 그 안에 나와 있는 도시락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시락을 드신다면 그 도시락에 들어가 있는 재료들이 무엇인지, 그 조리법에 담겨진 그 지역의 풍속,문화 그리고 그 도시락의 역사, 도시락통의 형태와 포장은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등을 꼭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도시락의 맛이 2배 3배로 좋아질 것입니다.
제가 먹었던 제일 맛있는 에키벤은 초등학생 때 기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 먹으라고 이모가 주신 도시락입니다. 신문지에는 아빠 손바닥 만한 커다란 주먹밥이 싸여져있었고 그것을 묶어놓은 고무줄 빼고 먹는 도시락이었습니다. 신문지를 열면서 이모의 따뜻한 사랑을 많이 느꼈습니다. 역시 사랑의 맛이 최고지요. 언제 한번 일본에 가는 기회가 생긴다면 에키벤을 드셔보세요!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