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함양 창간15주년 기념 특집 - 함양농업을 이끄는 젊은 농부들, 농촌의 희망을 묻다우리의 부모님들은 그랬다. 힘들고 돈도 안 되는 농사일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지 않겠노라고. 땅 팔고, 소팔아 그렇게 공부시키고 자신들은 못 배워 농사짓지만 자식들만큼은 농촌을 벗어나 도시에서 살아가라고.아직까지 `농업은 힘들다`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남아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농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다. 특히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농촌에 정착한 젊은 농부들은 농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농업의 장래성을 주목하고 자신의 고향인 이곳 함양에 정착해 농업을 천직으로 택한 이들.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일찍부터 실현해 자기 길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밝혀 준다. 함양의 농업을 이끄는 젊은 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함양사과는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적당한 고도, 기온차 등 함양은 사과 생육에 최적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젊은 일꾼들이 많은 곳도 사과 농업이다.
수동면 도북에서 20년째 사과농사를 짓는 권해보(45)씨. 20대의 젊은 나이에 사과 농사를 시작해 사과 농사에 일가를 이뤘다. “예전에는 농사를 많이 하면 돈이 되는 시기도 있었어요. 이제는 어떤 품질을 생산하느냐가 성공의 가장 큰 열쇠입니다” 그의 사과는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년 전 외지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들어온 권해보씨. 언뜻 그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사과농사를 짓는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최근까지 처음 시작했던 2000평의 과수원이 전부였다. 4년 전부터는 조금씩 토지를 매입해 과수원을 만들기 시작해 최근 3000평에 추가로 사과나무를 심었다. 그가 규모를 늘리지 않고 비교적 작은 규모를 유지한 이유는 적정한 작업량 때문이다. “사과농사에서 인건비 비중이 50%를 넘을 만큼 크게 차지해요. 이것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느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관건입니다. 부부 기준으로 3000평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무조건 많이 한다고 그 만큼의 수익을 얻기는 힘들어요” 그의 과수원 2000평 규모는 그가 혼자서 작업해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적정량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고향으로 들어온 그. “처음에는 주변 사과를 심는 이들로부터 조금씩 얻어먹다 제가 심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지요. 많은 양이 아니었지만 나눠먹고 남는 것을 내다 팔아도 돈이 됐어요” 처음 사과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주변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농사 방법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았다. 천천히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고 최고급 사과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갔다.
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는 노하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농장에 아무 일이 없어도 하루에 한번은 꼭 들러 생육을 살펴요. 나무를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죠. 매일 살피며 필요한 부분을 챙기고 적정한 시기에 일을 해 준다면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어요”
최근 사과 농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기온의 변화다. “예전에 비해 온도가 전반적으로 2~3도 정도 오른 것 같습니다. 온도가 오름에 따라 병해충도 많이 생기고 사과농사를 짓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보다 세밀한 보살핌이 필요한 것이 사과가 되었다. 또 사과 가격 폭락도 문제다. 지난해에는 대체적으로 사과 가격이 상당히 낮았다. 그래도 권해보씨가 생산한 최고급 사과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자기만 열심히 한다면 아직까지는 사과농사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귀농한 많은 이들이 사과농사에 도전하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우선 땅을 사거나 임대를 하던, 사과나무를 심고 기초적인 설비를 갖추는데도 상당한 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여유 자금도 상당히 있어야 합니다”
20년 동안의 사과농사에서 그가 건진 것은 신뢰다. “사과 포장도 남들보다 신경 쓰고, 그렇게 신뢰를 높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신뢰가 쌓일 수는 없습니다. 꾸준하게 고품질을 생산해 판매해야만 가능합니다” 지난 20년 간 한 번도 사과 농사를 짓는 것에 후회해 본 적이 없다는 권해보씨. “일 한 만큼, 노력한 만큼 수확을 낼 수 있는 가장 정직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농업인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밭에 한번이라도 더 나가야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내 과수원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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