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군민들에게 상림공원이란 휴식처이며 고향의 향수를 전하는 곳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에 의해 만들어진 상림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그의 업적이며 유산이기도 하다. 시대를 잘 못 만난 비운의 천재로 묘사되는 최치원 선생이 천년이 지난 현재 한중 양국을 잇는 문화 아이콘으로, 그의 학문과 사상, 그리고 정치이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치원 선생의 유물과 행적이 남아있는 지자체들이 앞 다퉈 ‘최치원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최치원 선생 관련 유적이 300여 곳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수많은 지자체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발자취를 쫓으며 각 지자체들의 최치원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글 싣는 순서>1. 최치원 그의 삶과 길2. 최치원 도시연합의 중심 경주시3. 최치원의 자취가 서린 곳 – 군산시·정읍시4. 최치원의 자취가 서린 곳 - 문경시·의성군5. 최치원의 자취가 서린 곳 - 합천군·창원시6. 함양 상림공원과 최치원 역사공원유학의 시조, 한문학의 시조, 동국문학의 시조로 불리우는 고운 최치원. 909년 합천 해인사에서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을 마지막으로 1000년 간 위대한 사상가이자 유학자는 일부 세인들의 입에서만 오르내릴 뿐 역사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최치원의 시(詩) ‘범해’(泛海)를 인용, 한중 교류의 상징적인 인물로 칭송하며 또다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전국 곳곳 100여개의 흔적을 남긴 고운 최치원. 앞서 경주시와 군산시, 정읍시, 문경시, 의성군, 합천군, 창원시 등 7개 지자체의 최치원 선생 관련 유적과 그와 관련된 관광 상품화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들 지자체 모두 최치원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어느 정도 구상안을 가지고 이에 대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함양에서도 상림공원과 연계한 최치원 역사공원을 준비하고 있는 등 최치원을 활용한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우후죽순 격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막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최치원 마케팅을 위해 최치원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들이 모여 고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최치원 선생에 대한 관광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대규모 역사관을 만드는 관광 상품화부터 그가 남긴 시편과 글 등을 연구하는 것 까지 우리나라보다 많이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가장 큰 최치원의 유적함양의 자랑이자 랜드마크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초의 인공 숲 함양 상림. 상림은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숲이다. 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 잡은 호안림이며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에 조성한 숲이라고 전한다. 최치원 선생이 태수로 부임한 당시 위천이 범람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히자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현재까지 이어진 것이 상림이다. 상림공원은 최치원 선생이 수해를 입는 군민들의 안위를 위해 조성한 백성을 위한 숲이기도 하다. 오늘날 여전히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찾아 천년 숲의 매력에 빠져든다. 당시에는 이 숲은 대관림이라 불리었으며,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오고 있다. 상림공원은 현재 그 후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지금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하림 구간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그 흔적만 남아 있고 옛날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림만이 남아 있다. 함양의 최치원 역사공원함양군에서도 함양읍 교산리 일원 1만8521㎡에 ‘최치원 선생 역사공원’을 2017년 연말께 완공할 계획이다. 역사공원은 9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통 한옥 구조의 사당(159㎡)과 각 152㎡ 규모의 사료관과 전시관, 고운루(48.6㎡) 등이 들어선다.선생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사당 앞에는 평소 선생의 모습을 재현한 입상이 세워진다. 군은 사당 내에는 선생의 대형 영정을 안치하기로 했다. 사료관과 전시관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집한 선생 관련 각종 자료를 전시하기로 했다.고운루는 사당과 사료관·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서며 누각 아래 계단을 통해 진입하도록 설계됐다. 군은 상림공원과 연계해 이곳 역사공원을 국제적인 관광 상품화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고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협의회지난해 7월 ‘고운’ 최치원 선생 관련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창원시, 합천군, 함양군, 군산시, 서산시, 문경시 등 8개 시·군·구 자치단체들이 ‘고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 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다. 고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 협의회는 전국에 산재된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유적을 토대로 시·군·구 상호 교류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최치원 선생에 대한 역사적 유적과 정신을 집대성하여 문화융성 도시로 상생 발전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시·군·구 자치단체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2016 중국인의 한국 방문의 해’에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것을 대비해 중국인들에게도 높은 존경을 받고 있는 최치원선생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 ‘고운’ 트레일을 구성하여 전국적인 유적답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 공동노력과 분기마다 도시별 윤번제 방식으로 정기회의를 통해 상호 교류하기로 합의했다.현재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대표적 유적으로는 경주에 상서장, 독서당, 초월산대숭복사비가 있고, 해운대에는 해운정, 창원(마산 합포구)에 월영대, 고운대와 합천에 농산정, 홍류동, 함양에 학사루, 상림숲, 군산에는 옥구향교, 자천대가 서산에는 부성사, 서광사, 문경에 지증대사적조탑비 등 전국적으로는 최치원 선생 관련 유적이 300여 곳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각 지자체 고운 마케팅 열기경남을 비롯한 경북, 전북 등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최치원 마케팅`에 나서면서 중복 투자 등으로 인한 우려를 낳는다.문경시는 최치원이 직접 쓴 국보 ‘사산비명’이 있는 봉암사의 ‘지증대사적조탑비명’ 일대를 재조명할 방침이다. 아울러 봉암사 일대 가은읍 원북리 376-2 외 38필지 2만여㎡ 규모에 150억~200억원 투입, 역사공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의성군 역시 최치원 마케팅에 뛰어 들었다. 2018년 완공 목표인 최치원 문학관 및 전시관과 이와 연계한 최치원 선생 기념사업을 바탕으로 역사와 정신문화가 살아있는 의성군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전라북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최치원 관련 주요 유적만해도 16개소로 이들 유적에 대한 관광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정읍시는 최치원을 배향(配享)한 무성서원, 그가 머물렀던 피향정, 태인동헌과 향교 등 선비문화 유산들이 흩어져 있어 최치원을 재조명해 이 일대를 ‘인문·정신문화’의 중심지로 가꾸려고 개발계획을 수립 중이다.군산시도 내초도 공원의 명칭을 최치원 탄생공원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세미나를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만금에 ‘최치원’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입혀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내초도 공원의 명칭을 최치원 탄생공원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창원시에서도 최치원 선생과 관련된 유적들에 대한 정비는 물론 시정시책으로 최치원 관광 자원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최치원 마케팅의 문제점이와 같이 최치원 선생 관련 관광 상품화가 각 지자체별로 따로 추진되면서 단체장 치적 쌓기나 예산 낭비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노성미 고운학연구소 연구원은 “지역의 이익 보다는 전체적인 문화관광 사업을 위해 균형과 특색을 맞춘 최치원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관련 사업을 한데 묶어 공동 관광 자원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출범한 것이 고운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협의회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현재 협의회에서는 각 지자체별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고운 트레일’에 정도의 협의만 진행되고 있다. 고운 트레일은 최치원 선생의 유물이나 업적 등이 남아있는 선생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이다. 단순 최치원 선생의 행적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포된 인문학적 의미까지 되새기는 의미는 좋지만 각 지자체 별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낭비와 그로 인한 최치원 관광지로서의 의미 퇴색 등에 대해서도 짚어 봐야 한다. <인터뷰>최치원에 대한 연구와 문화 콘텐츠 강화 서둘러야노성미 경남대학교 고운학연구소 교수지난해 경남대학교에서는 최치원 선생에 대한 업적과 연구를 목적으로 고운학연구소를 열었다. 오랜 기간 최치원 선생을 연구해 온 경남대 고운학연구소 연구진 노성미 국어교육과 교수를 만나 연구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에 대한 연구 등에 대해 들어봤다. 노성미 교수는 “최치원 선생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최치원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되었다”라고 고운학연구소 배경을 설명했다. 경남대는 앞서 말했던 최치원 선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대학 인근에 그가 단을 쌓고 후학을 양성한 ‘월영대’, 그리고 최치원 선생의 별장인 합포현 별서는 정황상 경남대 내에 있었다. 이처럼 최치원 선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남대에 고운학연구소가 만들어진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노 교수는 “그 동안 최치원 선생에 대한 학술적인 조명은 있었지만 관광 상품화에 나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연구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콘텐츠로서 관광과 접목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치원 선생은 유학의 시조, 한문학의 시조, 동국문학의 시조로 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업적에 대한 평가만 있을 뿐 그에 대한 연구 등을 너무나도 등한시하고 있다. 최치원 선생이 남긴 ‘계원필경’에 대한 완역도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앞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노성미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집이 바로 계원필경으로 신라시대에 개인 문집을 만들어 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이 그 만큼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먼저 완역되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다. 그 만큼 우리나라 문화수준이 낮아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조선시대 수많은 훌륭한 사람이 있지만 그 시조가 바로 최치원 선생으로 근원, 역사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근원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창원의 경우 시책과제로 최치원 선생 관광 상품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노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를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성미 교수는 “중국에서는 쌍여분전설 등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동북공정 중의 하나”라며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은 컨텐츠가 남아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최치원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각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관광 상품화 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노성미 교수는 “지역의 이익 보다는 전체적인 문화관광 사업을 위해 균형과 특색을 맞춘 최치원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함양의 경우 상림이라는 자연적인 자체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해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성미 교수는 앞으로 최치원 선생의 남긴 인문학적 업적 등에 대한 연구 등 학문적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인간 최치원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노성미 교수는 “최치원 선생의 인생은 실패했다. 그렇지만 최치원이 왜 지금까지 살아 있느냐, 그것이 바로 최치원이 가진 에너지의 힘이다.”라며 “최치원이라는 사람의 인물상을 정립하고 싶다. 유학의 시조로서 학자의 원형으로서의 최치원상을 정립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재 끝>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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