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을 이어오며 지역만의 독특한 역사문화유산들이 계승 발전되어진다. 그것이 건축물이던, 훌륭한 역사 인물이던.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역사적 유물들은 하나 둘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며 새로운 형태의 문화유산들이 자리 잡는다. 급격한 도시의 발전은 문화유산의 파괴를 가속화 시켰다. 한번 파괴된 유산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역사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면에서 선진국인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지의 현황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선조들의 역사문화 유산을 어떻게 하면 보존하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유산으로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5회에 걸쳐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1. 우리나라 역사문화중심도시로의 변화 2.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대성당 3. 이탈리아 베로나의 역사 유적4.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5.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크렘스6. 함양의 문화유산을 돌아보며5.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크렘스푸른 숲과 다뉴브 강, 우아한 고전 음악과 중세 건축물들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빈:Vienna)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도시 중의 하나로 연중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빈은 16~17세기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지로, 18~19세기는 중부 유럽의 강자 합스부르크 왕조의 도읍지로 도시를 완성하는 등 제국주의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와 당시 만들어진 화려한 궁전, 웅장한 성당 등 역사 유적들이 풍부하다. 오래된 도시 만큼이나 건물의 증 개축 또한 요구가 많았으며, 시 자체에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다.비엔나시의 도시재생비엔나 시 전체가 구시가지보존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구시가지보존법은 1972년 개정되어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 관리하고 있다. 비엔나시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절대 철거하지 못하며 보존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보호구역 내 건물의 보수·개량에 관해선 시가 수리비 지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의 창문을 수리해야 한다면, 보존을 위해선 전통적인 이중나무창문을 고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이중나무창문은 일반 현대식 스테인리스 창문보다 훨씬 비싸다. 이때 일반창문 수리가격은 집주인이, 전통 이중창의 추가 비용은 시에서 각각 부담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해서 현재까지도 보호구역 대 건축물들은 모두 이중나무창문의 전통적인 모습과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비엔나사람들은 이 같은 창문의 외형적인 구조 유지를 중요시 여긴다. 이는 모두 역사적인 건물을 스스로들 보존하기 위해서다. 비엔나시의 구시가지는 현재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으로 소유주들이 다른 개인 집들이다. 소유주들은 집을 고치거나 개량하는 데 있어 비엔나시 문화국에 접수·감정하는 단계를 통해 상의를 해야 하고, 시에서는 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약 200년 가까이 오래된 집들이 붙어 있는 스피텔베르크(Spittelberg) 거리는 비엔나시에서 보존정책을 실행한 최초 구역으로 1970년대부터 개량·수리가 시작되었다. 이 곳은 1900년대 들어서면 참녀들의 마을이라 불릴 만큼 어둡고 도둑이 들끓는 빈민가이자 범죄 소굴로 폐허나 다름 없이 방치되었던 지역이다. 수도 등 위생시설도 엉망이었으며 아주 작은 집들이 밀집해해 주거공간으로서는 매우 열악한 공간이었다. 일부에서는 몽땅 밀어버리고 새로 짓자고 건의도 있었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으며 1975년 유럽공동체 자체에서 문화재를 보호·보존하라는 법을 발효되면서 1977년 이 지역의 개량·수리도 시작됐다. 비엔나 시에서 일부 건물을 구매하고, 작은 집들을 한데 묶어 큰집이나 공동주택으로 개량해 주거용으로 만들었다. 또한 역사적 건물들을 보존하는 전제 하에서 쇼핑센터, 문화시설, 주거공간들을 만들어내 살기 좋은 곳,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밤의 활성화를 통해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공간을 구축키 위해 다양한 연극공연, 시장 등이 열렸다. 아울러 신축하는 건물의 높이나 모양은 철저하게 제한했으며 증축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건물들 자체가 모두 문화재보호법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시내지역 일부에서는 증축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곳 주민들이 이를 더욱 반대하는 상황이다. 수잔네 하이드씨는 “자신의 집을 수리할 때도 그냥 나 하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네 전체의 아름다움과 환경을 고려해 이웃과 논의한다는 것이다”라며 “문화재이자 문화유산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우리가 그 문화재 안에서 산다는 자긍심이 크다. 이 문화재는 그 속에 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구도심의 변화를 이끈 ‘구역 케어’오래된 도시도 하층민들이 살아가는 빈민가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비엔나도 빈민들이 살아가던,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가 형성됐다. 비엔나시 23구 중 16구 전체를 칭하는 오타크링(Ottakring). 1850년 이후 지어진 집들로 대부분이 10평 정도의 아주 작은 집들로 구성되어 수도와 화장실이 없는 집들이 대부분인 이곳은 비엔나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이들이 이주하면서 노동자나 전쟁 피난민, 터키인 등 가난한 이주민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1973년 도시재생이 이 구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비엔나 최초로 ‘구역케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2년간 토론과 협의를 거쳐 총 10개의 시민참여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됐다. 주택 개량, 스탠드부스 개량, 교통문제 개선, 문화 예술적 프로그램 기획, 사회통합 유도 등이 이 10개에 포함돼 있다. 구역 케어는 크게 판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이들은 10개의 사업을 하나하나씩 천천히 검토한 뒤 그 반응과 결과까지 예측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으며 5년간 계획 이후 2005년 시작됐다. 비엔나시 도시개발 담당인 스메타나씨는 “10년 전만 해도 이 시장은 완전 딴판의 모습이었다. 형편없었고 폐허였다. 이젠 괜찮은 모습을 갖춘 시장이 되어서 시 등 다른 지역의 일반인들도 쇼핑 겸 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됐다. 인도, 오스트리아, 터키, 이탈리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을 두루 아우르는 국제적 시장이 됐다. 이처럼 사회·문화 전반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시장 내 환경을 꾸몄다.”고 설명했다.옛 건물을 활용한 크렘스 크렘스안데어도나우(Krems an der Donau, 이하 크렘스)는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osterreich)주에 위치한 인구 2만5000명의 소규모 도시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인 도나우강을 끼고 있는 크렘스는 항구도시로 무역이 발달했으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다.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던 크렘스는 13~14세기의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도시 내부 흉물로 남아 있던 담배공장은 훌륭한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1850년대 담배공장이었던 이곳은 1970년에 폐쇄된 이후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다 1995년에 닫혀있는 공장을 뮤지엄으로 조성했다. 바로 옆은 양탄자 공장이었는데 헐어버리지 않고 그래도 보존을 하게 됐다. 특이한 것은 도심에 중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슈타인 감옥소’ 들어서 있는 것이다. 1840~1880년 여자 수녀원이었던 이곳은 수녀들이 사라진 이후 감옥이 만들어 졌으며 현재 800명의 중범죄자들이 수용되어 있다. 감옥이 외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 낙후될 수 있어 도심에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크렘스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는 엄격한 법에 의해 관리된다. 10~12세기 중세시대 건물들이 남아있는 구시가지에는 1250년대 도미니카 수도원, 고딕식 성당과 바로크 성당, 1300년대 작은 기도소도 있다. 구시가지 안뜰 예전 우체국으로 사용되었던 500년 된 집은 레스토랑과 호텔로 활용되는 등 최대한 보존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구시가지 내에는 상점가와 쇼핑센터도 조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인구 2만5000명의 크렘스는 대도시 빈에는 없는 소박함과 정겨움이 거리에 스며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도나우 강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자동차와 신호등이 없고, 관광객으로 들끓지 않아 소란스럽지 않다. 안내를 맡은 스트리치크 크렘스 연방유적청 담당자는 “건물을 지을 때는 외곽으로는 간단하지만 오래된 건축물이 있는 곳은 규제가 강하다. 구시가지는 문화유적 보호에 들어있다.”라며 “구시가지 내 보호구역에 들어있는 건물은 손을 대지 못한다. 칠을 어떻게 하고 천장, 창을 만들 때에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대용 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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