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고고한 멋이 한껏 풍기는 ‘한옥’. 수백 년을 내려오며 조상들의 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옥은 기왓장 하나하나, 층층이 쌓인 돌담도 모두가 문화재와 같은 비범함이 맴돈다. 위압감을 풍기며 치솟은 솟을대문은 더 높은 선비의 정신이 녹아 있으며, 넓지는 않지만 정성이 가득한 마당과 정원에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이 도는 대청마루는 그 하나만으로도 아늑함을 선사한다. 불편할 것 같은 방안은 나름대로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남루하지 않은 멋이 있고, 비슷한 것 같아도 숨은 의미가 남다른 기와집이 바로 수백 년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한옥이다. 오랜 세월 우리의 DNA 속에는 향수로 자리 잡은 한옥은 불과 한 세기 사이에 자취를 감추고 사방이 꽉 막힌 콘크리트 건물에 갇히고 말았다. 그 옛날부터 마을을 차지했던 한옥은 언제부턴가 하나둘 사라지고 그 곳에는 콘크리트 더미가 차지했으며 한옥은 이제 ‘고택(古宅)’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지로 변했다. 오래된 것들은 사람을 편안케 한다. 하루 종일 눈으로 보는 것은 콘크리트 건물이거나 유리뿐인 환경을 벗어나 오래된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고택을 방문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번 기획취재는 고택의 재평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기사는 더욱 아니다.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함양의 문화유산, 고택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우리의 문화유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겼으면 한다. <편집자 주>1. 고택의 향기를 품은 함양2. 일두 고택에 흐르는 기품3. 풍천노씨 대종가와 하동정씨 고가4. 오담 고택과 노참판댁5. 우명리 정씨고가와 허삼둘 가옥6. 과거로 현재를 만드는 전주 한옥마을7. 전통이 살아 숨쉬는 안동 양동마을과거로 현재를 만드는 전주 한옥마을전국에서 한옥을 모티브로 한 한옥마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이용한 관광활성화 전략 중 하나인 한옥마을은 이미 우리나라 관광문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 중에서도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 활성화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전주 한옥마을이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펼쳤던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로 전주가 포함됨에 따라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생겨짐에 따라 한옥마을 정비사업과 구도심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전주 한옥마을이 자리를 잡은 후 10여년이 흐른 지난해는 6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옥마을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전주 인구가 65만 가량이니 그 열배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것이다. 한옥마을을 찾았을 당시 휴가철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한옥마을에 이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잠시 곳곳에 갖춰진 인프라-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공간-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한옥이 현재의 패스트푸드를 만나 부조화 속 조화를 이루며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놀라고,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수많은 상점들에 또 놀라고, 무더위 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관광객들에게 다시 한번 놀랐으며, 특히 요즘은 명절에도 볼 수 없는 한복을 입은 선남선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마지막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던 전주 한옥마을이다.전주 한옥마을의 과거와 현재을사늑약이 맺어진 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로 들어오면서 1930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통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였다. 이것이 한옥마을의 시작이다. 전주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있는 교동과 풍남동 일대 9만여 평에 7백여 채 기와집 담 둘레와 지붕으로 어깨를 맞대면서 이어진 전주 한옥마을. 지난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된 전주 한옥마을은 30년만인 지난 2007년 대통령자문위원회에서 ‘지속 가능한 마을’로 선정됐다. 이어 2010년 ‘한국관광의 별’ 과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2012년에는 지방브랜드 세계화사업 시범사업으로 부상되더니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 마련한 대통령업무 보고에서 도시재생모범사례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도시한옥의 특성을 지닌 건축물과 골목길이 잘 보존돼 있는데다 전주 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체류형 관광지로 안성맞춤이다.한옥마을을 즐기는 다양한 코스전주 한옥마을을 가장 빠르게 보아도 3시간 이상은 소요된다. 가장 빠른 코스로는 전동성당에서 경기전을 거쳐, 교통아트센터, 최명희 문학관, 토담길, 은행로, 한방문화센터, 공예품전시관, 전통한지원, 전통술박물관, 전주공예명인관, 공예공방촌지담, 한옥생활체험관 등 한옥마을을 관통하며 즐길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가 있다. 다음으로 옛 골목들이 자아내는 정취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골목체험 코스다. 옥목대를 거쳐 공예품전시관, 태조로 전동성당, 목판서화체험관, 경기전, 교통아트센터, 최명희문학관, 토담길, 은행로, 전통한방문화센터, 태조로, 민속길, 전통한지원, 승광재, 전통술박물관, 전주공예명인관, 공예공방촌지담, 한옥생활체험관 등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길도 있다. 이 외에도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코스와 슬로투어 코스, 역사탐방 코스를 비롯해 한옥마을과 연계한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전동성당과 함께 경기전은 한옥마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그나마 가장 자연스럽게 한옥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 경기전이다. 전주 한옥마을 입구에 있으며 한옥마을을 찾은 여행객이 제일 먼저 들르게 되는 곳으로, 원래의 규모는 훨씬 컸으나 일제시대에 경기전의 서쪽 부지와 부속 건물을 철거해서 일본인 소학교를 세우면서 절반 정도가 잘려 나간 것이다. 남아 있는 경기전 건물의 모습은 홍살문을 지나 외삼문과 내삼문을 연결하는 간결한 구조다. 지난 1991년 사적 제 339호로 지정된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신 곳으로, 태종은 1410년 전주, 경주, 평양에 태조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모시고 어용전이라 하였다. 그 후 태종 12년(1412)에 태조 진전이라 부르다가 세종 24년(1442)에 와서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흥전으로 달리 이름을 지었다. 정전(보물 1578)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보물 931)을 봉안한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이다. 지대석(地臺石)과 면석(面石) 및 갑석(甲石)을 갖춘 기단 위에 세운 다포계(多包系) 형식의 맞배집으로, 그 전면 가운데에는 1칸 규모의 기단을 돌출시켜 쌓고 그 위에 첨각(添閣)을 세워 배례청을 시설했다. 마치 능침(陵寢)의 정자각(丁字閣)과 같은 형상이다. 이 첨각 기단의 3면에 벽돌을 깐 보도를 연결하였다. 조경묘는 정전 북쪽에 있다. 태조의 22대조이며 전주이씨의 시조인 신라 사공공(司空公) 이한(李翰) 부부의 위패를 봉안하기 위하여 1771년(영조 47)에 지은 것이다. 이곳에 남아 있는 경기전 조경묘 도형의 그림을 보면 지금은 없어진 전사청(典祀廳)·동재·서재·수복방·제기고 등 부속건물들과 별전이 따로 있는 광범위한 성역이었다. 경기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모두 4곳이다. 경기전 정문 앞에 세워진 하마비에는 ‘지차개하마잡인무득입’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곳에선 계급의 높고 낮음, 신분의 귀천을 떠나 모두 말에서 내리고 잡인들은 출입을 금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나친 상업화의 그늘도심 속 고즈넉한 한옥 풍경 속에 전통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전주 한옥마을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고 있으며, 수천억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바야흐로 전주의 으뜸 관광명소이자 랜드 마크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들어 한옥마을을 두고 너무 상업화 되어 가고 있음에 따른 지켜내야 할 전통문화에 대한 ‘퇴색’과 ‘변질’이라는 우려 섞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옥의 정취보다 먹거리만 난무하는 반쪽자리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적이 일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 상업시설은 대부분 음식 및 숙박시설로 총 487개소로 지난 2000년 50여개에 불과하던 상업시설이, 2005년 83개에서 2012년 265개로 지속적인 증가했으며, 2013년 366개, 2014년 487개 등 최근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통 먹거리마저도 실종된 모양새다. 문어꼬치, 완자꼬치, 튀긴 떡갈비, 치즈닭꼬치, 추로스 아이스크림, 뻥튀기 아이스크림 등 젊은층에서 즐기는 먹거리들이 한옥거리를 점령했다. 전주의 대표 음식인 전주비빔밥을 판매하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여유와 기품을 자랑하는 한옥마을이 먹거리 난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한옥마을 거리를 걷다보면 마주치는 것 대부분이 상업시설들로 전통과의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고즈넉한 한옥을 상상하고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다면 상업화와 인파의 물결에 밀려 실망감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차라리 개평 한옥마을이 한옥의 진정한 멋을 느끼기에는 더욱 좋아 보였다.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활성화를 위한 ‘상업화’와 우리 고유의 문화 ‘보존’이라는 명재가 치열하게 부딪치는 현장이다.강대용 기자※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