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 - 신의 손’이란 영화가 지난 9월 관객을 찾아왔다. 막 나가는 화투판에도 몇 가지 규칙이란 게 있다. 한 때의 옛날 기억을 잠깐 더듬어 보면 낮장불입(한번 짝을 내 놓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것.), 안면몰수(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윗사람 아랫사람 따지지 않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봐주지 않는 것.), 현금 박치기(오고가는 현금 속에 밝아지는 화투 질서.) 등이 생각난다. 섯다 판에서는 장땡이 최고지만 장땡 보다 높은 것이 광땡이다. 빛날 광(光). 그래서 고려에서는 광자가 들어간 4대 광종이 최고 왕땡이다. 그는 오로지 하나에서 열까지 왕권강화!로 빛났던 왕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빛날 광 광종(光宗)이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은 미칠 광 광종(狂宗)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앞에 혜종 정종이 귀족간의 권력투쟁으로 짧고 불안한 왕위를 이어가자 4대 광종은 즉위하자마자 왕권의 칼을 휘둘렀다. 그래서 광종은 오로지 왕권강화다. 기발 난 왕권강화 책략을 썼다. 그게 바로 노비안검법(奴婢按檢法)이다. 광종은 전국에 노비들에게 억울하게 노비 된 사람은 112에 신고하라고 포고를 내린 것이다. 억울하게 노비가 된 사람은 다시 조사를 해서 그 적법성을 따져 원래 노비가 아니었던 사람은 양인(평민)으로 해방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 당시 부모가 노비인 집안에 태어나면 노비가 된다. 또는 전쟁 포로가 되어 잡혀 왔으면 노비다. 또는 중한 죄를 짓거나 반역을 꾀하였으면 노비가 대대로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라 말 고려 초 호족들이 지방권력을 움켜쥐면서 노비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개인 노비가 곧 자신의 사병(私兵)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노비의 숫자를 늘렸다. 고리대금을 썼다 갚지 못하면 몸으로 때우라고 노비로 만들었다. 노비는 물건처럼 취급되어 사거나 팔 수 있고 자식에게 증여나 상속을 할 수 있어 재산이나 마찬가지라 많을수록 재력가가 되는 것이었다. 억울하게 노비 된 많은 노비를 풀어주자 귀족들의 재산이 축났다. 눈뜨고 빼앗기는 것이다. 귀족세력들은 점점 약화가 되고 노비가 양민이 되어 농사짓고 많은 세금을 내니 나라의 재정은 튼튼해지고 부강해졌다. 왕의 힘은 점점 커지고 지지를 받았다. 광종은 노비안검법에 이어 후주에서 온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획기적으로 과거제도를 실시하였다. 고려는 벼슬길에 오르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조상의 음덕으로 5품 이상 귀족집안에 태어나면 그 자녀는 저절로 벼슬길에 오른다. 즉 음서라는 제도로 관리를 등용하였다. 고려를 귀족중심사회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음서제도와 귀족들에게 주는 공음전(公陰田) 때문이다. 공음전이란 공을 세운 공신이나 높은 귀족들에게 나라에서 그 공훈으로 주는 땅이다. 대대로 세습한다. 그러니 세습되는 권력과 세습되는 경제적 부로 문벌귀족을 이룰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광종이 과거를 실시하여 합격한 실력자들에게 벼슬을 주고 관리로 등용하며 관리들을 왕의 측근으로 신구교체하니 귀족들은 기득권을 빼앗기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에 불만을 품자 귀족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해버렸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호족이나 반대 세력들은 광적으로 무참히 제거하였다. 심지어는 형인 혜종과 정종의 아들들이 역모를 꾀한다는 무고를 듣고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고려의 과거는 조선의 과거와 조금 차이가 있다 고려의 과거 종목은 문과 잡과(기술과) 승과가 있다. 무과가 없어 문신위주 관료사회임을 알 수 있다. 문과는 다시 제술과와 명경과로 나누어진다. 명경과는 유교경전을 누가 많이 아는가를 살펴 뽑았고 제술과는 문장 짓는 실력으로 뽑았다. 이른바 주제를 갖고 혜안을 살피는 일종의 논술시험이었다. 그래서 제술과가 더 권위가 있었고 높은 벼슬자리에 이를 수 있었다. 잡과는 기술과로서 산술과(셈), 역술과(통역), 율과(법), 등이 있다. 또한 스님을 뽑는 승과에는 교종과와 선종과가 있어 나라에 국사나 왕사 정도 높은 스님이 되려면 이 승과 과거를 거쳐야 했다. 신라의 골품제 신분제도에서 이제 실력과 능력이 있으면 신분이 상승되어 귀족반열에 들 수 있는 개방사회로 나아가는 놀라운 변화가 진행 되고 있었다. 광종은 그 외에도 왕권강화를 위한 많은 일들을 했다. 중국처럼 자신을 스스로 황제로 칭하라고 하는가 하면 ‘광덕’ ‘준풍’등의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기도 했으니 그 배포 혹은 광기가 일품이다. 그래서 고려에서 시험에 잘 나오는 왕의 순위를 정하라 하면 태조 왕건, 4대 광종, 6대 성종, 31대 공민왕 4명이 단연 탑(塔,Top)이다. 그중에서 다시 둘을 고르라 하면 광종과 공민왕, 혹은 성종과 공민왕을 뽑는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공무원시험, 경찰시험, 삼성·LG·SK 입사시험, 또는 의사, 변호사, 세무사에서 공인중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격증 시대 이 모든 시험, 이것은 1000년전 광종의 과거로부터 시작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어마어마한 입지전적인 벼슬길 루트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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