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인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어서 하루하루의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 사고와 열매의 차이를 설명해 주던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난다.
“도로에서 규정된 속도를 지키며 안전하게 차량을 운전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차가 갑자기 와서 내 차를 받았다면 그것은 사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속도를 훨씬 초월하여 과속하다가 차가 전복되었다면 그것은 사고가 아니라 열매이다”
세월호 침몰도 사고라기보다는 열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씨를 뿌리고 키워 온 결과이다. 너무나 안타깝고도 화가 나는 것은 그 결과가 전혀 다른 대상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학생들과 승객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 그들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함께 울었다. 우리나라 전반에 깊이 숨어 있었던 무사안일과 편법, 불법, 이기주의의 치부가 드러난 것이다. 답답한 것은 과연 앞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달라 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보지만 한 숨만 나올 뿐이다. 초기에 병을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심하게 진행된 상태에서는 힘들고 불가능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선뜻 확신이 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수술을 해도 회복이 어려운 중환자의 상황은 아닌지 참으로 갑갑하다. 여전히 똑 같은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 앞에 한없이 초라한 우리의 자화상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나 자신부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구습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나마 힘이 되고 소망이 되는 사람을 만났다. 함양경찰서 민원실에 있는 여직원이다. 청주에 있는 친구가 자기가 새 차를 샀는데 타던 차를 줄 테니 가져가라고 하였다. 우리는 경차를 타고 있었는데 아이가 셋이라 차가 좀 불편하였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그런 데로 괜찮았는데 아이들이 자라니까 차가 좀 비좁았다. 차를 이전등록을 하러 청주에 가서 차량등록소에서 이전을 하였다. 차는 무상으로 증여를 받았는데 압류가 8건이나 걸려 있었다. 청주는 지리를 잘 모르니까 함양에 가서 처리를 해야지 하고 함양으로 내려 왔다. 경찰서 이름으로 걸려 있는 압류건이 네 건이나 되었다. 함양경찰서로 갔다. 가면서 조금 내키지 않았다. 왜 청주에서 해결하지 여기로 가져왔느냐고 하지는 않을까? 청주가서 해결하세요 하면서 쌀쌀하게 말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경찰서 민원실 그 여직원은 너무나 친절하였다. 압류건을 자세히 살펴보고, 조회해 보고 전화로 확인도 하면서 한 건 한 건 다 알아보고 자세히 설명도 해 주었다. 목소리도 전혀 짜증스럽지 않았고 인상도 참 편안했다. 그리고 자기가 알아보는 동안 시간이 걸리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해 주고 일을 진행하였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마치 오랜 지인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너무나 감사가 되었다.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산적해 있는 우리사회의 부조리의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 민원일의 일을 내 일처럼 소중하게 처리해 주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것, 그리고 끝까지 자기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 이것이 제 2의 세월호와 같은 일을 방지하는 해결책이리라 생각한다.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함양경찰서 건물이 정겹게 느껴졌다. 입구에 서 있는 경찰도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세월호로 인해 착잡해졌던 마음이 오랜만에 따뜻하게 데워졌다. 돌아오는 길에 혼자 속으로 조용히 내 자신에게 속삭여 본다. 그래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아마도 저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야! 아니 이제는 정말로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한다. 함양 결찰서 민원실 여직원, 진심으로 칭찬합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당신이 있어 우린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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