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전설과 설화. 잊혀져 가고 있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함양의 이야기들. 함양은 산과 계곡이 깊은 만큼 그 속에 살아 숨 쉬던 민초들의 삶은 이야기가 되고 전설이 되었다.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애잔한 이야기나 마을의 유래에 얽힌 전설, 힘 없고 가난한 민초들의 삶 등 옛 시대의 시대상은 물론 그 속에는 해학까지 묻어 있다. 이 같은 진솔한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현재에 와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되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르신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문헌에 기록되어지지 않은 것들은 소멸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훌륭한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전설과 설화 등을 되짚어보고 그 이야기들을 우리 삶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1. 함양의 전설을 이야기하다.2. 함양 곳곳에 숨은 설화들①3. 함양 곳곳에 숨은 설화들②4. 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①5. 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②6. 홍길동전이 되살아난 장성군, 사천시 비토섬7. 함양의 전설에 생명을 불어 넣자함양의 전설에 생명을 불어 넣자그동안 우리지역 설화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설화들을 두루 둘러보았다. 시간 등의 부족으로  우리지역의 모든 설화들을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다. 백여 개가 넘어가는 우리지역 설화들의 현실은 너무도 아쉬웠다. 굳이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지역의 설화들에 대한 가치 인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미 대부분이 사라졌으며, 일부에 한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 설화 관련 취재를 시작할 당시 ‘우리 지역에도 설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리고 시작된 취재에서는 책에만 존재할 뿐 막상 현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설화들이 대부분이 였다. 설화가 내려온다는 마을의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이야기 알고 계십니까?’라고 수없이 물었지만 ‘그게 뭐요?’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 같은 아쉬움에서 시작된 설화 취재는 제주도와 전남 장성군, 경남 사천시 지역을 두루 다니며 취재를 하면서 더욱 진하게 다가왔다. 물론 비교적 잘 정비된 지역만을 취재한 결과지만 ‘우리지역에도 분명히 이것보다 좋은 설화들이 많이 있는데’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사라지는 설화 어떻게 하나그동안 함양 지역 설화들을 취재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설화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은 생각보다 낮았으며 설화가 존재하는 마을 주민들에게서도 잊혀져가고 있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설화 자체가 무슨 문화자산이 되고 보호 가치가 있겠느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구전되어지는 설화의 특성상 세대가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질 수밖에 없다. 마을 주민들에게 조차 외면 받는다면 설화는 그 생명력이 다한 것이다. 일부 지역,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마천면에는 ‘선유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마을 주민들이 설화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주변 환경은 너무도 열악하게 방치되다 시피 하고 있었다. 은행정마을에서도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은행나무의 전설에 대해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여 개가 넘어가는 지역 대부분의 설화들은 그 흔적 자체가 희미해지면서 주민들의 뇌리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었다. 마을 주민의 안내를 받고 간 곳은 수풀만 우거져 있을 뿐 아무런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며, 일부 지역은 공사 등으로 인해 사라진 곳도 있었다.하나가 아닌 융복합 스토리텔링 필요설화나 전설 하나로만은 관광자원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제주도 지역은 다양한 설화들이 내려오지만 유명 관광지의 경우 설화 그 자체보다는 주변 풍광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는다. 설화는 잊히고 단순 관광객들의 눈요깃거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수천억원이 투입된 ‘제주돌문화공원’이나 ‘탐라신화공원’이 만들어져 다양한 신화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전남 장성군도 홍길동 전설 하나만으로는 관광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홍길동 인물 하나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공원 인근에 대형 캠핑장을 만드는 것은 물론 인근의 축령산 휴양림과 연계한 산책로를 비롯한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사천시에서는 비토섬 전체를 하나의 관광자원화를 통해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설의 실체인 토끼섬과 거북섬은 물론, 이곳과 육지의 연결되는 곳인 비토섬을 관광 상품화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아이템만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변의 자원들을 이용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역 공감대 없는 상품화는 지향해야인물을 스토리텔링화 하는 작업은 양면의 칼을 갖고 있다. 그 인물에 대한 평가가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양면성을 가진 인물에 대해 그 좋은 이미지만을 부각하다 보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이미지도 부각될 수밖에 없다.장성군에서 시행한 홍길동 스토리텔링은 초기에 지역의 주 관심사였다. 이렇다 할 대표 브랜드가 없었던 장성군으로서는 홍길동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산을 투입해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뒤따라 캐릭터화 작업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의 홍길동을 재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의적이라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도적 이미지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도적’이라는 이미지는 바꿀 수 없었다. 한 관광해설사는 “어린 아이들조차 홍길동을 두고 도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부분도 있게 마련이다”라며 “개발 당시에는 지역의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역 이미지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홍길동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홍길동 브랜드화가 좌초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장성군의 현실이었다.사천시도 비토섬 관광지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펼쳤지만 이렇다 할 진척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결과로 보인다.함양에서도 가루지기전의 변강쇠와 옹녀를 관광 상품화 하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된 상황이다. 단순하게 가루지기전만을 토대로 한 관광 상품화는 성공할 수 없다.지역 이야기들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마천면 서암동, 진시황의 명에 따라 불로초를 찾아 세계를 떠돌던 서복이 지리산에 와서 산삼을 찾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이왕 함양산삼의 홍보를 위해서는 이 같은 이야기들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불로초의 고장으로 자원화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우상 한국국제대 관광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산삼 하나만의 컨텐츠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주변의 다양한 설화들과 함께 진시황의 밀명을 받아 함양 지리산을 찾은 ‘서불의 불로초 원정’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만든다면 국제적인 관광 자원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자신들과 관련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간다면 더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가루지기전도 내용에만 충실하지 말고 다양한 지역 브랜드와 함께 생각해 나가야 한다. 설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자설화는 더 이상 옛날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콘텐츠의 자양분이자 씨앗이 된다. 우리는 그 씨앗들을 어떻게 발아시키고 거목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우리지역의 설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다. 행정에서는 잊혀져 가는 설화들을 수집하고, 발굴해 나가야 하며, 설화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 등의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역의 특성상 지역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진 동력을 얻어야 한다. 지역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지역 시인과 소설가, 미술가, 조각가 등의 상상력도 요구된다.관광자원이 없다고 말로는 떠들지만 전승 자원인 설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인터뷰>이우상 한국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실체가 없는 설화의 콘텐츠화 노력 필요”“설화는 실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끄집어내고 실체화 시켜 유형의 자산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이우상 한국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설화나 전설 등과 같은 무형의 자산을 이용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유형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교수는 “설화의 실체를 밖으로 끄집어내고 그 지역의 스토리텔링 자원을 관광자원화 해 나가는 것”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하동의 야생차축제, 고성 공룡엑스포, 산청한방약초축제 등을 예로 들며 지역의 스토리를 통해 성공한 사례를 설명했다. 하동 야생차축제의 경우 신라 흥덕왕 3년 김대렴이 당에서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심은 차 시배지라는 역사적 전통을 바탕으로 축제를 시작했으며, 고성 공룡엑스포는 공룡 발자국 하나를 가지고 지방 최초의 엑스포를 개최했다. 또한 산청한방축제는 동의보감의 역사적 장소라는 것을 내세우며 엑스포까지 진행했다. 그는 “작은 단초가 되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특히 그는 또 “이처럼 지역관광이 활성화 된 곳은 열정적인 공공부문과 함께 지자체의 장과 공무원들의 역량이 합쳐지고, 지역 주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아울러 그는 이 같은 지역 콘텐츠의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관광은 융복합 시키기에 가장 좋은 테마”라며 “함양군에서도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그는 함양의 수많은 유무형 자산을 소개했다. 산삼이나 불로초를 구하러 왔던 서복, 박지원 선생과 관련된 물레방아나 열하일기 등. 이 같은 콘텐츠에 살을 붙인다면 훌륭한 지역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우상 교수는 “함양지역도 2020산삼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엑스포와 같은 국제행사는 외국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끝으로 그는 “지역 고유의 콘텐츠는 지역경제로 파급시킬 수 있는 최고의 홍보 도구”라며 “이를 더욱 활성화시켜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이용한 다양한 지역 홍보를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강대용 기자※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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