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들이 올해 양파 수매가격을 20kg 한망당 67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1만3000원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가격이다. 이 가격은 농민들은 물론 수매를 하고 있는 농협, 그리고 이를 사가는 상인들도 모두가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다. 함양지역 농협에 따르면 지난 6월26일 회의를 갖고 양파의 농협 수매가격을 결정했다. 지역 농협은 20kg당 수매가격을 지름 7cm를 기준으로 큰 것은 6700원에, 중간크기(5~6cm)는 5000원에 수매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만3000원에 수매한 것에 비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매가격이다. 당초 6500원 선에서 가격을 책정하려 했던 농협은 손해를 어느정도 감수하면서 농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한망당 200원을 높게 책정한 것이다.이처럼 수매가격을 결정했지만 농민이나 농협, 그리고 상인들 모두 수매가격에 불만이다. 농민들은 지난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수매가격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특히 생산비 7500원에서 800원이나 낮게 책정되면서 생산을 해도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예년 같으면 상인들과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져야 할 시기지만 함양 들녘 곳곳에서 수북하게 쌓인 양파가 눈에 보인다. 쌓아만 놓고 판매가 되지 않으니 농민들 애만 태우는 모양새다. 한 농민은 “저렇게 쌓아 놓으면 상하기도 하고, 제값을 받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어서 빨리 판매가 되어야 한시름 놓을 것인데 올해는 양파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임재원 경남양파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수매가격도 그렇지만 이를 결정할 당시 조합장들만 모여 결정했다. 어느 정도 생산자들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여전히 생략됐다.”라며 “군에서도 최저 농산물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처럼 생산이 많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양파를 사들여 폐기처분을 하든지 아니면 생산 농가에서도 자체적으로 폐기해 나가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수매가격으로 양파를 수매하더라도 이후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 인근 산청에서는 수매가가 6500원에 책정하는 등 여타지역보다 수매가격이 높아지면서 상인들이 함양을 찾지 않을 우려도 있다. 또한 당장 저장을 하더라도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 6700원에 수매해 저장을 할 경우 향후 1만1000원 이상 받아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높은 가격에 수매를 해 저장했던 양파는 가격이 폭락하면서 지역 농협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었다. 농협 관계자는 “십원이라도 더 주고 싶은 것이 농협의 마음 아니겠느냐. 그러나 시중가격이 워낙 낮아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책정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농협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 이처럼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서로가 협력해서 현재 양파 판로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상인들도 불만을 가지긴 마찬가지다. 26일 함양농협 산지유통센터 앞에는 4~5명의 상인들이 모여 양파 수매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상인들은 “이렇게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면 다른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여년간 거래해온 한 상인은 “지금 현재로서는 판로가 없어 제대로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상인들을 위한 배려도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인데 판매 수수료까지 상인들에게 물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수수료감면 등 상인들에 대한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함양 양파를 사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그동안 거래해온 정 때문에 함양에 온 것인데 이렇게 수매가를 높여 놓으면 다른 지역으로 가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며 “타 지역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해야지 가격을 높여 놓으니 상인 입장에서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상인들은 함양농협 조합장을 만나 가격 조정 등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경남도는 정부에 긴급수입 제한을 건의하고 또 정부가 사들여 비축하려는 양파 수매 물량을 1만3000톤에서 15만1000톤으로 늘려줄 것을 건의했다. 또 양파 소비촉진을 위해 농협과 경남은행 등에서 양파소비운동에 나서는 등 다양한 소비책을 펼치기로 했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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