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전설과 설화. 잊혀져 가고 있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함양의 이야기들. 함양은 산과 계곡이 깊은 만큼 그 속에 살아 숨 쉬던 민초들의 삶은 이야기가 되고 전설이 되었다.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애잔한 이야기나 마을의 유래에 얽힌 전설, 힘 없고 가난한 민초들의 삶 등 옛 시대의 시대상은 물론 그 속에는 해학까지 묻어 있다. 이 같은 진솔한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현재에 와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되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르신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문헌에 기록되어지지 않은 것들은 소멸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훌륭한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전설과 설화 등을 되짚어보고 그 이야기들을 우리 삶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함양의 전설을 이야기하다. 2. 함양 곳곳에 숨은 설화들① 3. 함양 곳곳에 숨은 설화들② 4. 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① 5. 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② 6. 홍길동전이 되살아난 장성군, 사천시 비토섬 7. 함양의 전설에 생명을 불어 넣자   홍길동전이 되살아난 장성군, 사천시 비토섬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다양한 설화와 전설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산이나 강을 찾아 그 이름의 근원을 쫓으면 그 것이 설화가 되고 전설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설화들은 다양한 이야기의 꺼리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판소리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 열두마당 중에서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변강쇠타령 등이 현재까지 남아 전해지고 있다. 판소리 대부분이 지역에서 구전되어 오던 옛날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우리지역에 내려오는 변강쇠타령 역시 그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인근의 남원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춘향가를 토대로 다양한 축제를 펼치고 있으며 여타 지자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홍보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사천시의 경우 소설 별주부전의 원형인 수궁가를 토대로 지역 홍보를 위해 구상 중에 있으며, 멀리 전남 장성군의 경우는 소설 속 홍길동전의 배경지로서 오래전부터 군의 대표 캐릭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소설 속 인물 등을 지역의 대표 캐릭터로 육성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홍보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 홍길동이 되살아난 장성군   소설 ‘홍길동전’. 부패한 권력에 맞서 서민들의 삶을 보살핀 위대한 의적 홍길동의 이야기를 다룬 최초의 한글소설이다. ‘홍길동전’은 허균(1569~1618)이 광해군 4년(1612)에 쓴 최초의 한글소설로, 적서(嫡庶)의 신분 차이 타파와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려는 허균의 사상을 담은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홍길동이 실존인물인지 가상인물인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지금까지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는 주장을 오래 전부터 제기해왔다. 살아있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 택당집, 계서야담, 증보해동이적, 성호사설, 홍길동전, 위도왕전, 만성대동보, 홍길동유지, 동야휘집 등 우리나라 기록에 여러번 실존인물 홍길동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홍길동의 기록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팔중산유래기, 팔중산연래기, 궁고도구기, 구지천간절구기, 궁고도사전, 구양 등에 나타나 있으며, 중국 쪽에는 명사실록(明史實錄)에 그의 기록이 나타난다. 이처럼 많은 역사적인 기록 등을 토대로 학계에서는 "홍길동은 실존 인물이고, 홍길동이 건설한 `율도국`은 일본의 오키나와"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홍길동은 지역간 법정 분쟁까지 이어졌다. 전남 장성군과 강원도 강릉시는 1997년부터 `홍길동 캐릭터` 상표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장성군은 홍길동이 500여 년 전 장성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이라고 주장했고, 강릉시는 소설 홍길동을 지은 허균의 고향이 강릉임을 강조했다. 2009년 결국 법원은 장성군의 손을 들어줬다.   장성군에서 살아있는 홍길동을 만나다   전남 장성군에서는 긴 세월 동안 소설 속에 잠들어 있던 홍길동을 세상 밖으로 불러냈다. 1997년부터 시작된 홍길동 캐릭터화는 지난 2001년 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에 홍길동 생가터를 발굴, 복원하고 양반가의 서자에서 의적 영웅으로 극적인 삶을 살았던 홍길동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홍길동테마파크를 조성으로 마무리됐다. 대지 5만평 규모에 순차적으로 4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홍길동 테마파크는 복원된 홍길동 생가와 홍길동 전시관, 4D 영상관, 산채 체험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특히 최근에는 캠핑 열풍을 타고 야영장을 추가해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군은 테마파크에 거치지 않고 다양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홍길동 캐릭터는 45종이 개발되어 상품화까지 이뤄냈다. 이 캐릭터를 이용할 경우 사용료를 받을 수 있게 등록까지 마친 상황이다. 그리고 해마다 이곳에서 축제를 열어 영웅 홍길동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세월호 여파로 개최되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14회가 열린 홍길동축제는 3일간 10만여명이 찾는 전남도 대표축제로 성장했다.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영웅 캐릭터 ‘홍길동’을 통해 장성군은 그동안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 나가고 있다.   ‘도둑’ vs ‘의적’ 홍길동의 엇갈린 시선   조선시대 봉건제도에 맛서 만민 평등의 이념으로 활빈당을 이끌었으며, 유토피아 율도국을 건설한 인물. 서출 출신으로 신분 사회에 반기를 들며 무리를 이끌고 살인과 약탈을 일삼은 도적의 우두머리. 이 두 가지 모두가 홍길동을 보는 시선이다. 소설 속의 홍길동은 의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정사인 실록에는 도적의 수괴로 적혀 있다. 현재도 ‘의적이냐’ ‘도적이냐’의 논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우상화 영웅화 시켜 의적으로 보는 부분이 잇는 반면, 도적의 수괴를 영웅화 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특히 최근 장성군에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선비의 고장’ ‘청렴의 고장’ ‘의병의 고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수많은 서원과 청렴한 선비들을 수없이 배출한 장성군으로서는 홍길동을 함께 이끌어가기 위한 동력이 고갈되다 시피 했다. 고광춘 문화관광해설사는 “왕조실록에는 도적으로 나온다. 정사에는 도적, 야사에는 의적이 홍길동의 모습이다. 홍길동을 미화하고 우상화 한다고 해서 그 도적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장성군에서는 축령산, 선비의 고장, 홍길동 등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내세우고 있어 추진 동력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완전히 상반되는 캐릭터를 내세우려한다.”고 전했다.   별주부전을 활용한 사천시 비토섬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비토((飛兎)섬. 예전 섬이었지만 1992년 연륙고가 놓이면서 이제는 육지가 된 섬이다. 날 비(飛) 토끼 토(兎)의 비토섬은 날아가는 토끼의 형태를 갖춰다 하여 이렇게 불려진다. 비토섬의 갯벌은 사천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자연생태 체험 관광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곳 비토섬에는 또 다른 전설이 숨어 있다. 아픈 용왕의 병을 낳게 해줄 토끼의 간을 구하려 길을 떠난 거북의 이야기를 다룬 ‘별주부전’. 소설 속 별주부전은 용왕의 병을 낳기 위해 필요한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간 거북과 거북의 꼬임에 속은 토끼가 용궁으로 간 이야기. 그리고 간을 집에 두고 왔다며 거북의 등을 타고 다시 육지로 탈출하는 것까지가 별주부전의 스토리다. 그러나 이곳 비토섬의 별주부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와 조금은 결말 부분이 다르다. 서포면 비토, 선전리 선창과 자례리 돌 끝을 생활터전으로 꾀 많은 토끼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토끼가 용궁에서 온 별주부(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국으로 가게 된다. 용궁에 도착하니 용왕은 병들어 있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이 잡혀 왔음을 알게 된 토끼는 꾀를 내어 `한달 중 달이 커지는 선보름이 되면 간을 꺼내어 말리는데, 지금이 음력 15일이라 월등도 산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 다시 육지로 데려다 주라고 별주부에게 명한다. 이것까지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여기서부터 결말이 바뀌기 시작한다. 용궁에서 살아 돌아온 토끼는 너무 기쁜 나머지 거북의 등에서 윌등도(돌당섬)를 보고 뛰어오르다 바다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되었다고 한다. 또 거북이가 용왕으로부터 벌을 받을 것을 걱정해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 된 섬이 거북섬이다. 목섬은 남편 토끼가 돌아오도록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서 생긴 섬이라고 한다. 돌당섬이라고 불리는 월등도는 토끼가 용궁으로 잡혀간 후 처음으로 당도한 곳이다. 월등도로 들어가는 길은 하루에 두 번만 와래가 가능하다. 물이 들어오면 바다가 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는 곳이 월등도이다.   별주부전을 토대로 별주부전 테마파크   사천시는 비토섬 일대에 전해지는 전설에 대한 다양한 고증을 통해 이 일대를 별주부전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대학에 비토섬 전설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비토섬 일대가 별주부전의 배경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1년 경남도는 별주부전의 발원지로 알려진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일원 28만1869㎡를 해양형 관광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사천시가 신청한 `비토관광지 조성계획`을 승인했다. 2009년 12월 관광지로 지정된 이곳은 2016년까지 총 770억원(공공 402억원, 민자 368억원)을 투자해 용궁호텔, 별주부전 문학체험관, 토끼와 거북이집, 애니메이션센터 등을 갖춘 해양체험 테마공간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월등도로 가는 길목에는 별주부전 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다. 토끼 부인이 새끼 토끼를 안고 남편을 기다리는 조형물이 눈길이 끈다. 화장실에는 토끼와 거북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월등도 입구에는 거북이가 토기를 업고가는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비토섬 곳곳에 토끼와 거북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숨어 있다. 시 관계자는 "별주부전의 원류인 비토지역이 테마관광과 해양체험 관광지로 개발되면 사천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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