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회사일로 중국집에 들리게 되었다. 지곡면에 있는 삼성원. 주인아저씨가 작은 칠판에 글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칠판의 메모는 아저씨가 풍년을 기리는 마음으로 적은 메시지다. 손님과 나누는 이야기를 훔쳐 들으며 불편한 다리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저씨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도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고 퇴근길에 다시 그 가게에 들렀다. 내게도 30대 초반 교통사고를 겪고 통증으로 6년의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기에 아저씨의 사고 전후가 궁금했고 무엇보다도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가 궁금했다.27살 영업직 직장생활을 하던 신체 건강한 아저씨는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평생 한쪽 다리의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3년의 시간을 보냈다. 5년간 병원생활에 병원비를 충당하는 것 또한 힘들었다. 그 시절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더 큰 짐이었다. 꿈속에서는 분명 축구를 하며 공을 찼지만 깨어 보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망스러웠고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조차 힘들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몸이 불편하니 그에게 찾아오는 기회 또한 줄어들었다.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하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주위에 있던 사람도 모두 떠난 후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지금 가장 힘이 되어 주는 이도 아내와 아이. 6년간 주방장을 두고 영업을 했다. 요리를 가르쳐 주는 조건으로 주방장과 함께 일을 했다. 그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 힘들었지만 포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잘 견뎌 오늘에 이르렀다. 2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아저씨는 이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돌렸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중이다. 젊은이에게도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다. 내가 ‘선택’했다면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고 내 능력에 벗어나는 일은 하지 말라고.짧은 만남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지라’는 교훈을 전해준 아저씨는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음식을 먼저 권했다.김경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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