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전설과 설화. 잊혀져 가고 있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함양의 이야기들. 함양은 산과 계곡이 깊은 만큼 그 속에 살아 숨 쉬던 민초들의 삶은 이야기가 되고 전설이 되었다.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애잔한 이야기나 마을의 유래에 얽힌 전설, 힘 없고 가난한 민초들의 삶 등 옛 시대의 시대상은 물론 그 속에는 해학까지 묻어 있다. 이 같은 진솔한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현재에 와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되어 살아있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르신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문헌에 기록되어지지 않은 것들은 소멸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훌륭한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전설과 설화 등을 되짚어보고 그 이야기들을 우리 삶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글 싣는 순서1. 함양의 전설을 이야기하다.2. 함양 곳곳에 숨은 설화들①3. 함양 곳곳에 숨은 설화들②4. 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①5. 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②6. 홍길동전이 되살아난 장성군, 사천시 비토섬7. 함양의 전설에 생명을 불어 넣자전설의 섬 제주도 이야기②전설의 섬 제주도. 동서로 73km, 남북으로 41km의 타원형인 섬으로 부속도서인 섬까지 포함한 면적은 1849.2km에 달하는 60만명이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지난해인 2013년 내국인 관광객이 851만7417명, 외국인은 233만3848명으로 1년 동안 1085만1265 명의 관광객이 찾았을 만큼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이기도 하다.무수한 설화들을 이용한 관광지가 분포한 이곳 제주도의 모든 곳을 둘러본다는 것은 사실상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앞선 주제는 제주도의 탄생 신화 등 신화를 중심으로 제주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제주의 탄생설화와 비슷한 고(高)·양(梁)·부(夫) 3개 성씨의 탄생 과정과 주변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들을 엮어 보려 한다. 또한 산삼의 종주를 자처하는 함양에도 불로초를 찾아 떠돌았던 서복의 이야기가 있듯, 제주도를 찾았던 서복의 자취도 찾아보았다.제주의 시조신 삼성신화(三姓神話)제주도는 명확한 신화가 여러 존재한다. 역사서에도 나오는 신화들의 내용은 현재에 와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제주도의 시조신인 고(高)·양(梁)·부(夫)씨의 탄생과 나라를 일으키는 과정이다. 별첨하자면 고·양·부 3개 성씨의 나열 순서는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서는 현재 대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순서를 사용했다.제주 시조신의 신화는 그들이 태어난 삼성혈과 결혼식을 올리고 자손을 퍼트리기 시작한 신혼지, 그리고 각자의 영역을 정하기 위해 화살을 쐈다는 삼사석 등 신화적 장소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아득한 옛날, 제주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여기서 잠깐 시조신 신화를 요약해 보겠다. 어느 날 한라산 북쪽 땅속에서 세 명의 성인이 홀연히 솟아올랐는데 이 구멍을 모흥혈이라고 했다. 후에 세 성인이 나왔다 하여 삼성혈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가죽옷을 입고 사냥을 하며 생활했으나 가업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섬의 동쪽에서 자줏빛 함이 떠 내려와 열어보니 자줏빛 옷에 관대를 한 사자가 나왔다. 또 다른 함에서는 푸른 옷을 입은 처녀 세 명이 나왔다. 마지막 함에는 망아지, 송아지, 오곡의 종자가 있었다. 사자가 절하며 말했다. “저는 동해 벽랑국의 사자입니다. 우리 임금께서 세 공주를 낳아 곱게 길렀는데 배우자를 얻지 못해서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최근 서쪽바다에서 자줏빛 기운이 상서롭게 서리는 것을 보시고 신의 아들 세 사람이 장차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세 공주를 데리고 가라 하셔서 왔습니다. 부디 대업을 이룩하소서”라며 사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세 성인은 하늘에 고하고 그녀들과 결혼했다. 그리고 화살을 쏴서 각자의 땅을 정했다. 세 성인이 오곡의 씨를 뿌리고 목축을 시작하니 날로 번성해 인간 세계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제주시 삼성혈에는 세계의 구멍이 남아있다. 제주 사람들은 여기서 매년 제사를 지내며, 성산읍 온평리에 이들이 세 여인을 맞았다는 황루알 바닷가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혼인지, 혼인 후 며칠을 묵었다는 동굴이 있으며 제주시 화북동에는 이들이 화살을 쏴 맞췄던 삼사석이 있다.제주의 첫 시작 ‘삼성혈’제주의 시작을 알리는 고·양·부(夫)씨 3명의 시조신을 섬기고 제향하는 곳이 바로 ‘삼성혈’이다. 신성스런 3개의 구멍을 통해 시조신이 솟아올랐다는 이곳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지 않고 고양부삼성사재단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134호인 삼성혈은 1년에 13만명 가량의 관람객이 찾는 3개 성씨의 성지이기도 하다. 지난 1921년에 설립된 고‧양‧부 3개 성씨가 공동대표로 출발한 삼성사재단은 현재까지도 운영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삼성혈 매표소를 지나 가장 처음 만나는 삼성혈의 정문 건시문을 지나면 울창한 수림에 오래된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를 지나면 전시관에는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바로 옆 시청각실에는 관련 영상자료 시청도 가능하다. 고양부 위패를 모시고 제향하는 삼성전에서는 매년 4월10일 춘기대제와 10월10일 추기대제의 경우 후손들을 중심으로 봉향하고 있으며, 12월10일 건시대제의 경우는 조선시대에는 국제로 모시다 최근에는 제주도민제로 봉행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무를 맡아 보던 전사청, 선비들의 면학을 하던 숭보당을 지나면 목적지 삼성혈과 마주한다. 品자 모양으로 삼각을 이루고 있는 세 구멍에서 신인이 동시에 태어난 곳이다. 예전에는 모흥혈(毛興穴)이라고 불렀으며 비가와도 빗물이 고이지 않고 눈이 내려도 그 안에 눈이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깊이는 바다와 통한다고 한다.제주의 정신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삼성혈은 웅장한 숲으로 둘러싸여 무언가 또 다른 신비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삼성사재단 관계자는 “삼성혈 신화는 4300여년 전 고조선 단군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만큼 오래되고 문헌에도 존재하는 신화”라며 “제주도의 정신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은 관련된 3개 성씨 이외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라고 설명했다.정방폭포와 서복의 전설진시황이 불로초를 캐기 위해 서복(徐福:일명 서불)이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 즉 지리산을 찾을 때 함양 마천면 서암동 일대를 찾았다는 전설. 이와 비슷한 전설이 제주도에도 남아 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폭포인 정방폭포와 인근의 서복전시관, 그리고 서귀포의 전설이다. 정방폭포는 제주도의 3대 폭포 중 하나로 꼽히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높이 23m, 폭 10m의 이 폭포는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폭포가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곳이다. 마치 하늘에서 하얀 비단을 드리운 듯하여 정방하포(正房夏布)라고도 불린다. 전설에 의하면, 바다에서 금빛 구름이 한 무더기 솟아올라 그 속에서 황금색의 공룡이 나와 한참동안 폭포를 바라보다가 흥에 겨워 춤을 추다 사라졌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불로초를 찾아 세계를 떠돌았던 서복에 의한 전설이다. 동남동녀 500쌍을 거느리고 제주도에 상륙한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 헤매었으나 캐지 못하고, 정방폭포 벽에 서불과차(徐不過此)’라는 네 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현재는 오랜 세월이 흘러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남해 금산에 남겨진 서불과차 서각을 본떠 옮겨 놓았으나 태풍으로 떨어져 현재 글씨는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이와 함께 서복이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데서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제주도는 서복과 관련된 무수한 전설을 토대로 서복전시관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다. 정방폭포 인근에 만들어진 전시관은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진시황의 청동마차와 병마용갱(兵馬俑坑)의 실물 복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시끌벅적한 정방폭포와는 달리 바로 인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적어서인지 고용함이 가득한 서복전시관은 진시황의 유물은 물론 서복 일행의 동쪽으로 출발한 여정을 옮겨 놓은 지도 등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중국적인 유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 만든 것으로 보여지는 서복전시관은 볼거리 등이 부족해 내국인은 물론 중국 관광객들까지 외면을 받아 조금은 행정의 착오로 여겨지기까지 했다.수많은 제주도의 전설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천지연폭포의 경우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천지연에는 연못 속에 살고 있다는 용에 관한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문화관광해설사들을 이를 완전히 부정하며 관광객들에게 알리지 않는 모양새다. 한 해설사는 “천지연에는 특별한 전설이 내려오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이 전설인 셈이지요. 최근에 만들어진 용에 대한 이야기는 관광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특별한 것을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또 다른 유명관광지 외돌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혼자 따로 바다를 뚫고 불쑥 솟아나 있는데 높이가 20m에 달한다.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그렇듯 외돌개도 여러 개의 옛날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최영 장군이 제주의 원나라 세력을 물리치면서 마지막으로 외돌개 앞으로 보이는 밤섬을 토벌하게 되는데, 그때 외돌개를 장수로 치장시켜 원나라 세력의 기를 꺾었다고 하는 이야기로 이때부터 ‘장군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었다. 또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못해 할머니가 외돌개바위로 변했는데 나중에 할아버지의 시신이 바위로 변한 할머니를 찾아와 옆으로 보이는 작은 바위섬으로 변했다는 다른 내용의 이야기도 전한다. 외돌개 전망대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장금’ 촬영지가 중국 관광객들로부터 더욱 인기있는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대장금 촬영지를 나타내는 대형 광고판과 사진촬영을 할 수 있게 만든 곳 등 관광명소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제주에서 만난 한라일보 박소정 기자는 “제주도에 전설이나 신화는 많이 있지만 제주도민들은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제주민들에게 정신적 문화적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글 강대용 기자·사진 이승준 기자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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