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저녁부터 매일 한 시간 씩 농협 군지부 앞에서 촛불 들고 있는 박맹순입니다. 궁금해 하시는 분도 더러 계시고, 심지어는 누구한테 돈 받고 하는 일이냐? 하시는 분도 계신 듯하여 저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몇 글자 남기겠습니다. 세월호 조난사고. 오늘이 며칠 째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사건의 경위나 그에 관한 여러 각도에서 보는 이런저런 비판이나 설명은 하도 많이 들어서 제가 뭐라 한들 귀 기울여 주시지 않을 듯하고. 저는 단지 제가 알고 있는 명확한 사실과 저의 느낌만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원래 그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며 별로 고집도 없는 유약한 사람입니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한나절 이상 품어본 적이 없는 마음 여린 사람인데.. 그런 제가 저녁마다 바람부는 거리에서 촛불을 든 지 어느새 스무날이나 지나고 있습니다. 처음엔 아직 배 안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말 그대로 촛불의 힘을 빌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요. 제가 처음 촛불을 시작하면서 ‘마지막 한사람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라 했을 땐 솔직히 구조작업이 이렇게나 더디게 진행될 줄 몰랐습니다.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기술강국이란 말을 수없이 들어 온 터라. 배안에 갇힌 죄 없는 사람들을 말짱히 찾아 올 수 있으리라 믿었지요. 경제규모가 세계10위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기도 한 우리나라가 돈이 없어서 혹은 돈을 아끼느라고 생명을 구하는 일에 인색할 리도 없을 진대 어리석은 마음에 혹시 구조를 못하는 것이 아니고 안하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언뜻 들기도 하더군요. 어느 날 아침에 기울어진 배안에서 아이들이 창문에 들러붙어 창문을 두드리고 있고 훤히 보이는 유리창속의 아이들을 뻔히 보면서 서둘러 구명보트가 떠나버리는 그림. 저는 그것이 분명 조작된 것이라 생각했어요. 해경 아니라 지나가던 엿장수라 하더라도 창문안의 아이들을 외면하고 버려둔 채 떠날 수는 없을 테니까. 45도로 기울어진 배안의 아이들은 해경이 도착한 것을 보고 이제 살았다고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겠지요. 그들이 선장 및 선박직 승무원만 태우고 떠나 버렸을 때. 그 절망감 두려움을 표현할 말이 있겠습니까. 도대체 그들이 왜 그랬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꼭 알아야만 합니다. 이 의문을 낱낱이 파헤치지 않고 흐지부지 시간 속에 묻어버린다면 탑숭객들의 죽음은 그야말로 개죽음이 될 것이며, 우리는 살인을 방조한 공모자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며, 세월호의 비극은 앞으로도 무한히 반복될 것입니다. 어느 분이 촛불 들고 있는 제게 와서 “피해자 유가족이냐” 묻길래 그건 아니라고 답했더니, “그럼 당신이 슬플 것이 뭐 있느냐”라고 하더군요. 문득 저기 아프리카에 사는 누우란 짐승이 떠오릅디다. 그 짐승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데 강을 건너다 동족이 사자에게 붙잡히면 모른 척하고 지나갑니다. 강 건너 제 동족이 사자에게 온몸을 물어뜯기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유유히 풀을 뜯는답니다. 우리는 야생의 짐승이 아니며 대한민국이라는 문명국가에 사는 사람입니다. 정부는 유언비어 양산하는 불온한 세력 운운하지 말고 이 사고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납득할 만한 정보를 주지 않으니 음모설이니 기획설이니 선량한 국민들이 소름끼치는 추리소설을 자꾸 머릿속으로 쓰게 되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처음 약속, 물론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고 나 혼자 공표했던 그 ‘단 한 사람의 생사가 확인 될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를 지킬 자신이 점점 없어집니다. 저도 일을 해야 하고 저녁이면 어린 딸에게 책도 읽어 주어야 하고. 아직도 생사가 확인 되지 않은 조난자들. 살아서든 죽어서든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건의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은 촛불을 더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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