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의 세월호 침몰사고는 온 국민을 충격과 비탄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탑승자 476명 중 구조된 사람은 아직까지 174명으로, 사망자 또는 실종자 다수가 학생들이라고 하니,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온 국민이 언론매체에 귀 기울여 간절한 마음으로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해보았지만 노란 리본의 국민적 염원 속에도 더 이상 살아 돌아오지 않는, 절망스런 현실 앞에 대한민국은 눈물 속에 가라앉은 듯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맞이했을 죽음의 공포와 절망을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우리 모두는 참으로 죄인입니다. 겨우 시신이나마 수습하여 오열하는 유가족이나,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지 못해 마냥 넋을 잃고 헤매는 유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는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꽃 피는 4월에,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을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의 그 소중한 꿈을 누가 이다지도 모질게 꺾어버렸는지, 이 어처구니없는 참상의 원인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우리는 비통함과 더불어 매번 미숙한 재난 대처로 소중한 인명 구조의 시기를 놓친 데에 통탄스럽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출항에서 구조 활동의 전 과정에서 어느 하나 기본[기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총체적 부실이었기에 그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규정을 무시하는 안전 불감증과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승무원들의 비정한 행태는 매번 참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법규를 지키지 않는, 잘못된 사회적 관행과 무사 안일함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서운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가 재난 대비 시스템 구축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준법성과 도덕성, 전문성과 책임감 함양이 이 시대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합동 분향소에 조문 행렬로 이어지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도하며 명복을 비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벌써 고쳤어야 하는, 잘못된 관행과 총체적 사회 부조리가 아무런 죄도 없는 학생들에게 참혹한 대가로 희생되었기에 기성세대들은 한량없이 부끄럽고 미안하기 이를 데가 없는 것입니다. 90년대 이후에도 서해훼리침몰, 서울 성수대교 붕괴,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괌 대한항공 801편 추락,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등, 우리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을 겪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슬퍼하고 분노했지만 그 시간이 흘러가면 언제 그랬나 싶게 후일의 재난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고 잊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반복되는 비극의 연쇄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반성과 노력으로 기본과 기초가 튼튼한 나라, 남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전문성과 도덕성, 책임감과 양심이 존중받는 사회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진실로 존중되어야 할 사회적 가치는 인권과 인간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이번 참사에서 보듯, 학생들을 끝까지 구조하다 희생된 승무원 박지영 양이나 남윤철 교사처럼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가치는 권력이나 돈이 아니고, 인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걱정해주는 공동체의식이며, 동시에 남을 배려해주고 양심을 지키며 책임을 다하는 희생정신입니다. 그래서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존경받을 사람은 지위나 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직분에서 책임을 다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약자를 위하여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대받는 사회, 동시에 이들을 지도자로 뽑아 이 사회를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지켜주는 사회를 만드는데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내 자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은 미래 세상을 열어갈 빛이고 희망입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보살펴주어야 하는 동시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보다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삼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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