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는 육류 중에서 가장 지방의 함량이 적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면서 풍부한 단백질로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비교적 좋은 식품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단맛이 있으며 소화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허약체질인 사람, 병을 앓고 난 사람, 산후 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 기혈이 부족한 사람, 영양부족인 사람 등이 먹으면 좋은 보양식품이다. 특히 오골계는 면역력을 증강시켜 암세포의 생장, 발전, 전이 등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생존기간을 연장한다고 하니 상식하면 좋다. 또한 부인과의 모든 허손한 증세나 부인병 등에 좋으므로 여성들에게 권할 만한 식품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닭의 영어표현인 치킨은 단순히 외국어이거나 외래어가 아닌 닭을 이용해 만든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고 그리고 이 시대의 음식문화를 논하는데 있어 첨병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닭 혹은 치킨의 변천사를 더듬어 보면 내 개인의 닭에 대한 취향이 바뀌는 것과는 달리 그 바탕에는 스포츠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범위 안에서 닭은 무를 넣고 끓인 멀건 국이거나 볶음 내지는 조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조금 더 나가면 건강하라고 먹는 삼계탕까지가 대부분이었고 아주 특별하게 먹었던 전기구이통닭이 전부다. 또 언젠가부터 닭요리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나도 어느 사이 켄터키치킨이니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쓰다가 최근에는 치맥이라는 새로운 말을 입에 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닭이 아닌 치킨은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준비하는 음식이 아니고 전화로 주문하여 쉽게 받아먹는 음식이 되었다. 사위를 위해서 씨암탉을 키울 필요도 없고 음식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조바심 칠 일도 없어진 셈이다. 2002년의 월드컵이 치킨의 역사의 정점이라고 말들 한다. 그러면서 치킨은 정성없이 준비하는 축제의 음식으로 등극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시험을 잘 봤다고 한 마리 시켜주고, 입학을 했다고 혹은 졸업을 했다고 시켜먹고 가서 먹는다. 취업 후 회식도 치킨집에서 하고 스트레스가 쌓여 술이 한 잔 마시고 싶다고 시켜먹고, TV에서 스포츠 중계를 하면 당연히 한 마리 시키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람들은 치킨에 무한 애정을 표현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제 치킨은 외식 메뉴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많게는 일주일에 두세 번을 치킨과 만나고 있기도 하다니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키워지고 도살되는 닭의 양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이후로 치킨업계는 매출이 최악이라 비상이라고 한다. 치킨을 축제의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선량한 국민들이 차마 치킨을 맘 놓고 뜯어먹기 힘든 까닭이겠다. 분노를 술로 풀 수는 있겠지만 안주로 참 치킨을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억의 절반은 음식과 맞닿아 있으므로 어쩌면 앞으로는 치킨이 축제의 음식인 동시에 애도의 음식이 되는 때가 올 수도 있겠다. 꽃처럼 떨어진 아이들의 부모가 자식의 생일이나 기일에 치킨을 사다놓고 애도를 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 치킨회사에서는 2000인분의 치킨과 음료수를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를 위해 제공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치킨은 새롭게 피어날지도 모른다. 이참에 양계의 풍속도도 달라지고 치킨을 먹어치우는 밥상의 속도도 달라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치킨이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는 중요한 매체가 되어 그 누구도 자신의 자리에서 설렁설렁 일하면서 잇속만 차리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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