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억의 원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신경생리학자인 에릭 캔들 박사는 바다 달팽이의 실험을 통해 학습과 기억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에릭 캔들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바다 달팽이의 꼬리에 전기 자극을 주면 바다 달팽이의 뇌에서 신경전달물질(기억물질)이 분비되고. 점차 자극의 횟수를 늘리면 신경전달물질(기억물질)의 분비 농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순간 새로운 신경회로망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외부로부터 전달된 정보는 기억물질을 통해 우리의 뇌에 저장되게 되는데 정보가 반복되어 들어오면 기억물질의 농도가 높아져서 기억형성이 강화되며. 반복의 횟수를 더욱 늘리게 되면 새로운 기억 회로망을 형성(장기기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반복학습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장기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정 횟수 이상의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반복 횟수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7번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크게 감각기억과 단기기억. 장기기억의 세 가지 종류로 이루어져 있고 일반적으로 감각 기억→단기 기억→장기 기억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감각기억은 흔히 오감으로 불리는 감각 정보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지속시간이 약 2초 정도 되는 매우 짧은 기억을 말합니다. 뇌가 처리해야 하는 감각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한데 대부분 망각되고. 정보 중 강도나 빈도 수준에서 유의미한 정보들. 또는 의도적으로 주의 집중을 함으로써 의식 수준으로 처리하는 정보들만이 단기 기억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단기 기억은 뇌에서 대부분 전기적인 현상으로 존재하며 컴퓨터의 휘발성 메모리인 RAM처럼 단기 기억 역시 지속 시간이 15~20초 정도로 길지 않습니다. 우리가 대화중에 청각 정보를 통해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들었다고 가정할 때 ‘전화 번호’라는 청감각 정보는 의도적인 주의 집중을 했을 경우. 언어 기능과 결합하여 어느 정도 유의미한 단기 기억이 됩니다. 그러나 별다른 기억 유지 작업이 없다면 이 정보는 빠르게 사라지게 되므로. 단기기억을 지속시키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시연. 또는 되뇌기라고 하는 반복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우리가 바라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에릭 캔들 교수의 연구결과에서처럼 물질적인 모습(신경 시냅스 구성 단백질)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부호화’라고 하는데. 특정 정보가 인지 체계를 바탕으로 한. 의미 있는 부호로 정리가 되면 이 전기신호는 더 많은 신경 세포를 자극하며 기억 물질을 만들게 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복되는 작업이나 생존에 직결되는 정보. 기존의 기억들을 바탕으로 한 관련 정보 등이 높은 중요도를 갖게 되는데. 이런 정보들이 쉽게 의미를 갖게 되어 장기 기억으로 형성됩니다. 기억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은 동일 정보가 다시 입력되었을 때 더 쉽게 인식하기 위한 것입니다. 더 쉽고 자주 인식되며 의미 있는 정보일수록 장기 기억은 더욱 강화되고 뇌의 기억 체계에 보다 깊숙하게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된 장기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은 인출 또는 소환이라고 하는 작업을 통해 뇌의 전기 신호체계의 형태로부터 필요할 때에 운동 신경계와 운동 기관을 통해서 신체적. 언어적으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공부라는 것은 이처럼 습득한 정보를 반복. 의미 작업을 통해 부호화함으로써 장기 기억으로 저장시키고. 필요시에는 효과적으로 인출할 수 있는 기억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력 향상 방법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의 원리에 따라 단기기억의 정보들을 최대한 많이 반복학습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전환시켜야 능률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공부의 성과는 입력단계[學]의 ‘집중력’과 훈련단계[習]의 ‘반복학습’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암기의 구체적인 방법’이란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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