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봄의 양기를 듬뿍 가지고 있는 봄나물만한 것이 없다. 대부분의 봄나물들은 떨어진 입맛을 살려줄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겨우내 부족했던 신선한 채소의 영양소들을 공급할 수 있으니 이 봄에 꼭 필요한 식재료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봄나물을 잘못 섭취할 경우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고 실제로 독성이 있는 산야초를 나물로 잘못 알고 섭취하여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나기도 하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봄나물 중에 그 위험성을 잊고 있어서 해마다 봄이 되면 사고로 이어지는 나물 중에 원추리가 있다. 된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물이기도 하고 봄나물 중 가장 달착지근한 나물 중의 하나라서 원추리를 나물로든 된장국으로든 한두 번 밥상에 올리지 않고 봄을 보낸다면 서운한 일이라서 사고가 더욱 잦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식약청에서는 봄나물의 올바른 조리법을 제시하고 있다. 달래. 돌나물. 씀바귀. 참나물. 취나물. 더덕 등은 생으로 먹을 수 있지만 두릅. 다래순. 원추리. 고사리 등은 식물 고유의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끓는 물에 데쳐 독성분을 제거한 후 섭취해야 한다고 고지했다. 특히. 원추리는 성장할수록 콜히친(Colchicine)이란 독성분이 강해지므로 반드시 어린 순만을 섭취하여야 하며.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친 후 차가운 물에 2시간 이상 담근 후 조리하여야 한다고도 고지하였다. 며칠 전 진주에서 자동차 고장으로 근처에 있는 마트로 시간을 보내러 들어갔다가 거기서 emartmenu라는 책자를 보게 되었다. 음식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관심이 있으므로 반가운 마음에 하나 구입해서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봄이고 책자의 주제가 향긋한 봄내음을 간직한 ‘봄의 식탁’이라서 달래. 두릅. 풋마늘 등과 함께 원추리가 대표 봄나물로 등장해 있었다.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음식 사진과 함께 메뉴를 구성을 설명하는 글을 보다가 나는 갑자기 가슴이 막 뛰면서 진정이 잘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하루가 든든한 쇠고기볶음. 맛. 향. 질감. 생김새 또한 개성이 있는 원추리. 푸른 잎이 예쁘고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봄나물이다. 소고기의 담백함과 알싸한 원추리의 맛이 찰떡궁합을 이룬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원추리를 이용하여 건강한 밥상을 차리자.” 그리고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만드는 방법에는 원추리를 깨끗하게 씻어 털고 먹기 좋게 썬 후 쇠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바로 같이 넣고 볶는다고 되어 있었다. 그림에 나와 있는 원추리는 성인의 손바닥보다도 주방의 칼보다도 길이가 길었다. 그러므로 성장할수록 콜히친의 성분이 많아진다는 부분에 아주 많이 걸리는 부분이다. 또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치고 찬물에 두 시간 이상 우려서 조리해야 하는데 바로 프라이팬에다 볶아서 먹으라고 되어 있다. 그러면서 알싸한 맛이 소고기와 찰떡궁합이라고 하였다. 메뉴 책자를 제작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였고 해당마트 홈페이지에도 이 사실을 알렸지만 그들은 소비자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절차상 윗분에게 상의하여서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며 지금까지도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다. 어떤 한 사람은 해당 마트에서 판매하는 원추리는 야생이 아니라서 괜찮으니 안심하고 먹으라 한다. 전국의 곳곳마다 원추리나물이 나지 않는 곳이 없고 요즘은 도로에 야생화로 심겨진 곳도 많은데 유독 그 마트의 원추리만은 독성이 없다고 하는 말은 어떤 근거에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근심을 잊게 해주는 원추리라지만 그래서 망우초(忘憂草)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먹고 세상을 떠나는 일로 근심을 잊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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